[임성희] BTS 성공키워드#8 - 'Global Orientation'

여덟번째 BTS 성공 키워드는 “글로벌 지향(Global Orientation)”이다. 이미 세계 최정상급 가수가 된 BTS가 “글로벌 지향”을 했다는 것은 너무 당연해서 동어반복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계 바늘을 뒤로 돌려 BTS가 데뷔하던 2013년으로 돌아가 보면 얘기가 다르다. 이름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現 하이브)지만 히트 아이돌 그룹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작은 기획사가 소속사고,  미국에서는 뜨겁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음악 힙합이 메인 컨셉이고, 힙합 본고장 미국에는 가본 적도 없는 일곱 명의 한국 청년들로 구성된 그룹이 BTS였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면 힙합 본고장 재미교포라도 한 명 정도 포함시킬 법도 한데 하이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BTS는 데뷔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 특히 힙합 본고장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는 점은 분명했다. 다만 기존 기획사들과 방식이 달랐을 뿐. BTS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케이팝 그룹과는 차원이 다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이브는 구체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기존 기획사들과 다르게 어떤 노력을 했을까?

하이브는 BTS 정규 1집 ‘DARK&WILD’를 미국 LA의 에코바 스튜디오(Echo Bar Recording Studio) 에서 녹음했다. 세계적인 스타 Ne-Yo와 Usher 등이 앨범을 녹음한 곳이다. 작은 기획사였지만 비용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다. 이러한 하이브의 투자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국내에도 훌륭한 시설들이 있는데 굳이 비용과 시간을 훨씬 더 써가며 미국까지 가서 녹음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녹음 스튜디오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유서깊은 미국의 녹음 스튜디오에서 녹음한다면 조금이라도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데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미국 에코바(Echo Bar) 스튜디오

또 하이브는 데뷔 초부터 BTS의 활동 무대를 한국에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한국에서 성과를 낸 후 그 성과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노크하는 일반적인 케이팝 아이돌의 단계적 접근을 따르지 않았다. 다른 신인 아이돌 그룹과 달리 BTS는 데뷔 초기부터 미국에서 활동을 많이 했다. 그래서  BTS에 대한 책을 여러권 발표한 김영대 평론가가 BTS를 처음 만난 것도 8년전 미국의 소규모 게릴라 콘서트 현장이었다고 한다. 케이팝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KCON 2014를 몇달 앞둔 시점이었는데, LA에 위치한 소극장 ‘트루바두르 (Troubadour)’에서 팬 200명을 대상으로 한 게릴라 콘서트가 있었다는 것. BTS는 데뷔 초기부터 미국에서 ‘인디 아티스트처럼 밑바닥 인기를 다지는 노력을 한 것이다.

BTS를 미국 팬들에게 알린 또 다른 계기는 2014년 엠넷에서 방영된 <아메리칸 허슬라이프> 였다. 오직 열정만을 가진, 여러모로 어설프고 순수한 신인 그룹이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고 선망의 대상이던 미국의 유명 뮤지션들과 만나 그들에게 멘토링을 받거나 그들과 협업하는 모습을 통해 BTS의 매력을 팬들에게 전달하고자 기획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국내 방송사의 기획인만큼 당초 한국 팬들을 겨냥한 기획이었지만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오히려 미국 현지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를 찾아 본 케이팝 팬들이 미국 ‘아미’ 결성의 단초가 되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 역시 애초에 하이브가 북미 시장을 겨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힙합유학기 컨셉 방송프로그램 '아메리칸 허슬라이프' 한 장면.

이러한 노력의 결과 BTS는 이례적으로 한국 시장보다 먼저 미국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5년 <I NEED U>로 음악방송 첫 1위를 차지했지만 미국에서는 그보다 먼저 LA에서 열린 KCON 2014에서 여러 케이팝 그룹을 제치고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았다. 2014년에 발매된 앨범 <SKOOL LUV AFFAIR>는 빌보드 월드앨범 차트 3위에까지 올라가는 성과를 냈다. 이러한 BTS의 미국 시장에서의 인기는  아시아와 남미 등으로 번졌다. 어쩌면 한국에서의 첫 음악방송 1위도 미국에서의 인기가 기폭제가 되었다고 한다면 너무 나간 생각일까?

이처럼 하이브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방식은 에스엠 등 기존 기획사와는 달랐다. 그들은 미국, 일본 등 글로벌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현지 언어가 가능한 교포나 외국인 멤버들을 포함시키거나,  외국 작곡가 혹은 프로듀서와의 초국적 협업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인정받은 래퍼 RM, 슈가 등을 주축으로 비슷한 경험을 가진 한국의 청년들로 멤버를 짜고, BTS 멤버들과 오랫동안 교감해온 피독, 슬로래빗 등의 한국인 프로듀서가 멤버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담아냈다. 그리고 메인스트림 시장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음악적 퀄리티를 만들어내기 위해 제작 과정에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진정성이 바로 미국 팬들의 마음을 오히려 움직였던 것이다.

이처럼 데뷔 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덕분에 BTS는 케이팝 아이돌에게는 무덤과 같았던 미국에서 결속력이 강한 팬덤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고, 그 덕에 2015년 두 장의 앨범을  ‘빌보드 200’에 진출시켰다. 2015년 <화양연화 pt. 2> 171위, 2016년 <화양연화 Young Forever> 107위, 그리고 <WINGS>가 26위를 차지하면서 그 때까지 어떤 케이팝 아이돌도 달성하지 못했던 성과를 거두어낸다.  BTS 이전에는 한국 앨범이 빌보드 200에 들어간게 12장 뿐이었으며, 그나마 단 두 장 만이 100위권에 턱걸이했던 상황이었다.

2021년 BTS가 미국 시장에서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는 등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BTS 팬덤 아미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이지만 그 씨앗을 뿌린 것은 군소 기획사였던 하이브의 배포 큰  투자와 글로벌 시장 지향성이었다는 점을 놓치면 안된다.

[임성희] BTS 성공키워드 #7 - InterCross

[임성희] BTS 성공 키워드 #6 - 스토리

[임성희] BTS 성공키워드 #5 - 다각화

[임성희] BTS 성공 키워드 #4 - 참여

[임성희] BTS 성공 키워드 #3 - 남다름(Uniqueness)

[임성희] BTS 성공 키워드 #2 - 연결

[임성희] 콜드플레이가 BTS와 협업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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