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희] BTS의 2번째 성공 키워드

BTS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2021에서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 미국 음악 시장에서 최고의 가수로 인정받은 것이다.미국은 전세계 음악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자 전세계 음악 트렌드를 선도하는 메인스트림 시장이다. 미국에서 정상을 차지하면 세계 음악 시장에서 정상에 올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실제로 국제음반산업협회 (IFPI)가 발표한 2020년 글로벌 뮤직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가장 매출을 많이 낸 아티스트는 BTS였다. 그 뒤를 테일러 스위프트, 드레이크, 위켄드 등이 이었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BTS는 데뷔 8년 만에 위업을 성취했다. 2013년 데뷔 시점에 그 누구도 BTS가 이렇게 크게 성장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 음악 시장의 변방 한국에서, 군소 연예기획사 소속으로 데뷔한 BTS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될 필요가 있다. “창의로운 K엔터 현장”에서는 앞으로 수차례에 걸쳐 BTS가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지난번 “콜드플레이가 BTS와 협업한 까닭은?”이라는 칼럼을 통해 BTS가 세계 최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으로 그들의 “진정성”에 대해 살펴 보았다. BTS가 KPOP은 기획사 주도로 만들어진 문화상품이라는 서구 음악계의 뿌리깊은 편견을 극복하고 아티스트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는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에 대한 진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BTS는 당시만 해도 낯선 음악이었던 힙합을 하고 싶어했고, HYBE 방시혁 대표 역시 과감하게 그 컨셉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출발했기에 BTS는 기존 K POP 아이돌과는 전혀 다른 경로를 걷게 된다. 명실상부한 힙합 아티스트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작사, 작곡, 안무 등 곡 작업에 참여했고, 멤버 각각이 자신의 음약 지향을 보여줌으로써 음악가로서의 면모를 인정받게 된다. 그 결과 BTS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인형같은 K POP 밴드가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퍼포먼스를 하는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모인 그룹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진정성(진심)”에 이어 오늘 다룰 두 번째 키워드는 “(팬들과의) 연결”이다. BTS의 성공 비결을 얘기하면서 당연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BTS 팬덤 “아미(ARMY)다. 지금 ARMY는 어마어마하지만 초창기 BTS의 팬덤은 초라했다.

#1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아내다
BTS의 리더인 RM은 HYBE의 연습생이 되기 전부터 이미 팬덤을 가진 언더그라운드에서 유명한 래퍼였다. 그리고 슈가, 제이홉 등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팬덤이 크지 않았던 것은 당연하다.  BTS는 대중들이 폭넓게 좋아할 음악으로 컨셉을 잡은 게 아니라 자신들의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힙합 음악으로 데뷔하다보니 방송 출연도 쉽지 않았고 팬층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BTS는 자신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너무 소중했고, 이들을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많지 않은 팬들과 소통을 많이 했고 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다름 아닌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공유 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BTS는 유튜브와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자주 공유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팬들과 소통했다. SM 같은 대형 기획사 출신 아이돌이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점점 팬덤을 넓혀 가는 것과는 달리, BTS는 방송 출연의 수혜를 거의 받지 못했다. 그래서 무대 뒤의 모습과 일상을 인터넷에 꾸준히 올리는 것으로 그 공백을 메우고자 했음에 틀림없다. BTS는 음식 먹는 모습, 안무 연습하는 모습, 곡 만드는 모습등 다양한 일상의 모습들을 팬들과 공유했다. 이러한 BTS의 날 것에 가까운 영상들은 BTS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없는 팬들 입장에서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깊은 친밀감을 갖게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2 팬들과 연결되어 있는 느낌 만들기
데뷔 초기 팬을 늘리는 게 쉽지 않았던 BTS는 어떻게든 팬이 된 사람들이 정말 소중했다. 그래서 어렵게 만든 팬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들의 일상 모습을 과감히 보여주는 것에 더해 팬들과 늘 함께 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그래서 활용한 소셜 미디어가 바로 트위터다. 방탄소년단은 공식 데뷔 전부터 트위터로 팬들과 직접 소통을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 공식데뷔했는데, 첫번째 트윗은 2012년 12월이었다)

보통 기획사에서 소셜미디어를 관리해주는 다른 아이돌과 달리 BTS는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는 멤버 계정(@BTS_twt)을 열고 7명 멤버들이 각자 개성을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일상 트윗을 수시로 올렸고 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무명 시절이나 세계 최정상급 가수가 된 지금이나 매일 꾸준히 트위터를 올린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은 팬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브이 라이브(V Live) 플랫폼도 적극 활용했다. 브이라이브를 활용해 멤버들의 생일파티를 생중계하고, 또 매월 날을 잡아 그 달에 생일을 맞은 팬들의 생일을 챙겨줬다.

BTS는 자신들이 얼마나 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시상식 수상소감에서는자신들의 팬덤 아미에 대한 고마움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또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를 수상한 뒤에도 시상식 애프터 파티에 가지 않고 브이 라이브로 팬들과 소통을 하는 등 팬들과 늘 함께 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BTS가 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를 잘 보여준 에피소드 하나 더. BTS 멤버 중 한 사람인 슈가는 데뷔한 지 얼마되지 않았던 2014년 음반 발매 기념 팬사인회에서 팬들과의 대화 시간에 “돈을 많이 벌면 고기를 사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8년 슈가는 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일인 3월 9일, 전국 39곳의 보육원에 최상급 한우 불고기 10kg 씩을 보냈다. 이 사실은 팬들에 의해 널리 알려졌고, 팬들을 감동시켰다.

#3 팬들과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진 방대한 라이브러리가 만들어낸 초격차

팬들과 연결되어 있기 위해 데뷔 전부터 꾸준히 자신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한 BTS는 다른 아이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게 된다. BTS 팬덤 ARMY들은 이를 단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BTS 음악을 분석, 리믹스, 리액션 등 다양한 영상으로 재생산했다. BTS가 다른 K POP 아이돌과 달리 강력한 해외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보유한 콘텐츠 라이브러리의 격차가 아니었을까?

유튜브에는 소속사가 만든 수백 개의 공식 영상에서부터 그 수천 배가 넘는 팬들이 재생산한 다양한 영상까지 정말 방대한 BTS 영상 라이브러리가 있다. 시간이 없어서 문제지 콘텐츠가 부족할 일은 없다. BTS가 지금 뭐하는지 알고 싶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진과 영상을 올려 주는 트위터에 접속하면 된다. 그리고 실시간 소통의 느낌을 즐기고 싶으면 수시로 돌발 라이브 방송이 잡히는 브이라이브에 접속하면 된다.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는 BTS 팬이라면 어디에 있든 BTS와 함께 있는 연결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바로 이 “연결의 느낌”이 BTS가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두 번째 비결이다. 다음 세 번째 키워드는 무엇일까? 다음 편에 계속.

[임성희]BTS#1 - 콜드플레이가 BTS와 협업한 까닭은?

[임성희#4] 콜드플레이가 BTS와 협업한 까닭은?
BTS 신곡 “My Universe”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또 1위를 차지했다. 곡을 내놓는 족족 1위를 차지하니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아서 뉴스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이번 곡은 특별했다. 나의 최애곡 중 하나인 “Viva la Vida”를 부른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해 만들어진 노래기 때문이다. 다소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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