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희] BTS 성공키워드 #9 - New Tech. Orientation

아홉번째 BTS 성공 키워드는 “신기술 지향성(New Technology Orientation)”이다. BTS와 하이브는 음악 작업과 사업에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었고, 그러한 태도가 지금 같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BTS가 유튜브를 잘 활용했다는 얘기는 이미 여러번 했다. 그리고 BTS가 남다르게 잘 했을 뿐,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BTS와 하이브 뿐 아니라 케이팝 기획사들 모두가 그렇게 했다.

신기술을 자신의 본업에 연결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하려는 태도는 어쩌면 하이브 뿐 아니라 케이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 비결 중의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케이팝은 유튜브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동영상/소셜 플랫폼 덕분에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까닭으로 케이팝 기획사들은 유튜브 뿐 아니라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플랫폼에 관심이 많고 활용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았다. BTS도 한 때 20개가 넘는 동영상/소셜 플랫폼을 활용했었다고 하니 얼마나 신기술에 적극적인지 잘 알 수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에서 이러한 케이팝 기획사들의 신기술 지향성이 빛을 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주요한 수입원이었던 오프라인 공연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케이팝 기획사들은 신기술을 총동원하는 온라인 콘서트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온라인 콘서트는 오프라인 공연에 비해 티켓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오프라인 공연장처럼 수용 인원 제한도 없고, 전 세계 어디서든 지리적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공연장의 실감을 전달할 수 없다는 약점만 기술적으로 잘 보완한다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실례로 2020년 10월 10일과 11일 양일간 열린 BTS ‘맵 오브 더 소울 원’ 온라인 라이브 콘서트는 전세계 191개 국가에서 99만 3천 명이 관람했고, 티켓 평균가 5만 4,500원을 대입해보면 약 541억 원 정도의 매출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0월에 열렸던 월드투어 ‘스피크 유어셀프:더 파이널’ 콘서트가 3일 간 15만 명을 동원해서 132억원 매출을 열렸던 것과 비교해보면 그 잠재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온라인 콘서트를 할 때 하이브는 “위버스(Weverse)” 플랫폼을 활용하고, 에스엠과 JYP엔터테인먼트 등은 네이버의 “브이라이브(Vlive)”를 기반으로 한 “비욘드 라이브” 플랫폼을 활용한다. 이 플랫폼들은 뮤지션과 팬 간의 커뮤니케이션, 공식 굿즈를 판매하는 커머스, 일상적인 라이브 스트리밍과 온라인 공연 같은 콘텐츠 퍼블리싱 등 케이팝 팬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플랫폼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운영해왔다.

네이버가 2015년 9월 서비스를 개시한 브이라이브에는 1,600개가 넘는 팬 커뮤니티가 있고 매월 방문자 수가 3천만 명 이상인 세계 최대의 케이팝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브이라이브에 팬 커뮤니티를 유치하기 위해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 2020년 에스엠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BTS는 브이라이브를 가장 잘 활용했고 브이라이브 역시 BTS 덕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팬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본 하이브는 2019년 “위버스”라는 플랫폼을 새로 만들어 독립했다. 그러자 네이버는 2021년 “위버스(Weverse)”에 3,548억원을 투자해 49% 지분을 확보하고, 두 서비스를 통합하기로 했다. 네이버에서 브이라이브를 개발하던 인력들은 위버스 컴퍼니로 이동해서 2022년 통합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는데, 하이브는 이를 통해 네이버의 개발자와 선진적인 개발 인프라를 내재화할 수 있었다.

하이브의 신기술 지향은 다른 케이팝 기획사와 비교해서도 유별난 수준이다. 신기술을 잘 활용하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가 아니라 신기술 기반으로 신사업을 만드는 IT 강자가 되겠다는 지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하이브의 신기술 지향이 잘 드러난 것이 바로  2020년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하이브가 작성한 투자설명서다. 거기에서 이미 스스로를 IT 기반 콘텐츠업체라고 표현했고 네이버와 카카오를 경쟁회사로 꼽았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패스트컴퍼니>는 하이브를  2020년 50대 혁신기업을 발표하면서 스냅,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에 이어 하이브를 4위로 선정했고,  음악 부문 10대 혁신기업에서는 1위로 선정했다. <패스트컴퍼니>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한 이유로 위버스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들과의 소통 접점을 극대화하여 글로벌 팬덤의 높은 만족도를 달성했다는 점을 꼽았다.

하이브 이전에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에스엠이었다. 필자는 몇 해 전(2016~2017년) 에스엠 자회사에서 일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비밀 많은 케이팝 기획사의 속살을 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 때 에스엠 내부 조직도에 인공지능팀이 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2022년 지금이라면 놀랄 일도 아니지만 당시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정식 조직으로 편제했다는 점은 에스엠이 얼마나 신기술에 적극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당시 에스엠 인공지능팀은 에스엠 아티스트의 아바타를 만들고 아바타가 팬들과 자연스러운 언어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에스엠은 인공지능 외에도 3D 홀로그램, 로봇 등 다양한 신기술을 엔터테인먼트 기획에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노래방, 팬클럽 등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시도했다. 그런 노력이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에스파”에게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케이팝 기획사들은 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이브와 에스엠, YG, JYP까지 대형 기획사들이 인공지능,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NFT 등 다양한 기술 회사와 합종연횡하면서 다양한 사업을 내놓고 있다. 이런 신기술 지향성이야말로 케이팝과 케이 콘텐츠가 전세계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성희] BTS 성공키워드 #8 - 'Global Orientation'

[임성희] BTS 성공키워드 #7 - InterCross

[임성희] BTS 성공 키워드 #6 - 스토리

[임성희] BTS 성공키워드 #5 - 다각화

[임성희] BTS 성공 키워드 #4 - 참여

[임성희] BTS 성공 키워드 #3 - 남다름(Uniqueness)

[임성희] BTS 성공 키워드 #2 - 연결

[임성희] 콜드플레이가 BTS와 협업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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