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무산될 위기라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양사는 곧바로 무산설이 사실이 아니며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상황을 보면 주주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단계이며, 과정이 그리 순조롭진 않아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티빙과 웨이브, 그리고 국내 콘텐츠 업계 전반에서 "합병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 보니 어떤 식으로든 양사가 협력을 하긴 할 것 같습니다. 티빙도 웨이브도 막대한 적자를 기록 중이며 OTT 경쟁이 심화하면서 콘텐츠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합병을 한다면 콘텐츠 제작 및 수급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보입니다.

사실 세계적으로도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콘텐츠 기업 대다수가 티빙, 웨이브와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할리우드도 마찬가지입니다. 1등을 하지 못하면, 아무리 규모가 크거나 (몇 개의) 히트작을 만들어내도 '돈'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대부>, <타이타닉>, <탑건>, <미션 임파서블>, <트랜스포머>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낸,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 된 스튜디오인(가장 오래된 건 유니버설 스튜디오입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얼마 전 스카이댄스에 인수됐습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10여년 전부터 중국 완다 그룹 등에 80~100억 달러에 매각될 거란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인수 금액은 최대 80억 달러 수준으로,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할리우드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쇼 비즈니스(Show Business)에는 긴축과 협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화 산업은 아직 코로나19의 여파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전세계 박스오피스 수익은 2017~2019년 평균에 비해 18% 낮은 323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이는 2023년(339억 달러)보다도 5% 낮습니다. 올해 북미 박스오피스 수익은 2019년 대비 30% 정도 낮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케이블 TV 구독자도 빠르게 감소 중입니다. 미국에선 올해 2분기에만 240만 명이 코드 컷팅(Cord-cutting: 유료 TV 구독 해지)을 했습니다.

극장이나 TV 시장의 볼륨이 OTT 시장으로 옮겨간 건 맞습니다. 하지만 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 등 기존 스튜디오가 차지한 볼륨은 무척 적습니다. 디즈니도 전세계적으로 2억 명 구독자를 확보했지만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플 TV+ 정도가 괜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도 기존 사업의 규모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 스튜디오는 지난 2년 동안 시장 가치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와 파라마운트의 지금 시총은 2022년 5월 대비 50% 아래로 줄어들었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