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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RSL로 AI 크롤링과 추론의 대가를 받는 방법
언론사가 RSL로 AI 크롤링과 추론의 대가를 받는 방법

AI 빅테크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표준 RSL(Really Simple Licensing)이 마침내 마련됐습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라이언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적인 경로가 열린 셈입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마주앉아 최소한의 합의안을 마련한 글로벌 기술 표준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더이상 준수하지도 않는 robots.txt에 언론사들의 운명을 내맡길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인터넷의 트래픽 통제관 역할은 로봇 배제 표준(Robots Exclusion Protocol), 소위 robots.txt가 담당해 왔습니다. 이는 웹사이트 소유자가 검색 엔진 크롤러에게 '이 방에는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정중하게 요청하는 일종의 신사협정(Gentlemen's Agreement)이었죠. 검색 엔진은 이 규칙을 준수하는 대가로 콘텐츠를 인덱싱하고, 사용자 트래픽을 사이트로 보내주는 공생 관계가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생성 AI의 등장은 이 시스템의 세 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노출했습니다.

  1. 의도의 세분화 부족(Lack of Granularity): robots.txt는 기본적으로 허용(Allow) 혹은 차단(Disallow)이라는 이분법적 신호만 보낼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구글 검색엔진이 기사를 긁어가서 검색 결과에 노출해주기를 원하지만(인덱싱), 그 기사를 통째로 학습시켜 기사를 대체하는 AI 모델을 만드는 것(트래픽 미반환)은 원하지 않습니다. robots.txt는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의도'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2. 법적 강제력의 부재: robots.txt는 기술적 권고일 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가 아닙니다. 최근 New York Times v. PerplexityZiff Davis v. OpenAI 소송에서 드러나듯, AI 기업들은 "공개된 웹 데이터는 공정이용(Fair Use) 대상"이라며 이 표준을 무시하거나 우회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3. 수익화 레이어의 부재: 가장 결정적으로, robots.txt에는 "내 콘텐츠를 쓰려면 돈을 내라"고 말할 수 있는 문법이 존재하지 않죠. 차단은 할 수 있어도 협상은 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이 빈틈은 가치 격차((Value Gap)라는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2024년과 2025년을 거치며 AI 기업들의 기업 가치는 수천 조 원 단위로 폭등한 반면, 그들의 학습 데이터가 된 언론사들은 수익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가치 격차'(Value Gap)가 극에 달했습니다. 뉴스 기사, 전문 블로그, 학술 데이터 등 고품질 텍스트는 AI 모델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상은 부족했습니다. 개별 언론사들이 OpenAI나 Google과 맺는 양자 계약(Bilateral Deal)은 일부 대형사에만 국한되었고, 대다수의 중소형 언론사와 콘텐츠 창작자들은 '데이터 뷔페'의 재료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AI가 데이터를 가져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그 과정에서 요금을 징수할 수 있는 표준화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자"는 합의가 형성되기 시작했죠. 그 결과물이 바로 RSL(Really Simple Licensing)입니다.

RSL 표준의 태동과 합의 과정

RSL은 특정 기업의 독단적인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웹의 개방성을 지지하는 기술 진영과 생존을 도모하는 미디어 진영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이 표준의 합의 과정은 웹 역사상 보기 드문 대규모 연합 전선의 형성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RSL 프로젝트는 2025년 9월, 웹 표준의 역사에서 상징적인 인물들의 주도로 공식 출범했습니다.

  • 에카르트 발터(Eckart Walther): 그는 웹 2.0 시대를 연 RSS(Really Simple Syndication) 표준의 공동 창안자다. RSS가 콘텐츠의 '배급'을 자동화했다면, RSL(Really Simple Licensing)은 콘텐츠의 '권리 처리'를 자동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참여는 RSL이 폐쇄적인 저작권 관리 시스템(DRM)이 아니라, 웹의 개방성을 해치지 않는 프로토콜임을 보증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 라마나탄 V. 구하(Ramanathan V. Guha) : RSS , RDFSchema.org 와 같은 널리 사용되는 웹 표준을 만든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또한 Google Custom Search 와 같은 제품을 담당했습니다. 거의 20년 동안 Google에서 근무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Google Fellow로 재직하다가 2024년 8월에 회사를 떠난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Microsoft에 CVP 및 기술 Fellow로 합류하여 NLWeb을 구상하고 개발했습니다.
  • 더그 리즈(Doug Leeds): 전 Ask.com 및 IAC Publishing CEO로서, 검색 엔진과 퍼블리셔 양쪽의 생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죠. 그는 "AI 기업들이 돈을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낼 수 있는 간편한 방법(Mechanism)이 없어서 무단 수집을 하는 것"이라는 가설 하에, 결제와 라이선싱을 크롤링만큼이나 쉽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RSL Collective라는 연합체(Coalition)의 구성도

표준이 힘을 얻으려면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 확보가  필요하죠. RSL은 초기부터 미디어, 테크 플랫폼, 인프라 기업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출범 때부터 언론 분야와 기술 분야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분야의 플레이어들을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각 분야별 참여 그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디어 그룹: AP통신(Associated Press), 복스 미디어(Vox Media), 가디언(The Guardian), USA 투데이(USA Today), 지프 데이비스(Ziff Davis), 악셀 스프링어(Axel Springer) 등 영미권의 유력 언론사들이 초기 파트너로 합류했습니다. 이들은 개별 협상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 플랫폼 기업: 레딧(Reddit), 쿼라(Quora), 스택 오버플로우(Stack Overflow) 등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플랫폼들도 합류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데이터가 AI 학습에 가장 많이 도용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했습니다.
  • 인프라 및 표준 기구: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아카마이(Akamai), 패스틀리(Fastly)와 같은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기업들의 참여는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들은 실제 인터넷 트래픽의 관문 역할을 하기에, RSL 표준을 기술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입니다. 또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와의 협력을 통해 비상업적 라이선스까지 포괄하는 유연성을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합의 과정은 단순히 서명 운동에 그치지 않고, IAB Tech Lab 등 기존 광고 기술 표준 기구와의 조율을 통해 기술적 충돌을 방지하는 치밀한 과정을 거쳤다. 2025년 12월 RSL 1.0 공식 스펙의 발표는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10


RSL의 기술적 아키텍처

RSL은 단순한 정책 선언문이 아닙니다. 이는 웹 서버, 크롤러, 결제 시스템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교한 XML 기반의 기술 프로토콜입니다. 커머스에 비유하자면 오픈AI가 주도해 제안된 'ACP'(Agent Commerce Protocol)와 같은 표준입니다. 국내 언론사가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 기술적 구조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RSL의 핵심은 웹사이트의 루트 도메인(예: example.com/license.xml)에 위치하는 XML 파일입니다. 언론사들은 이 파일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 이용 조건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 선언을 해야 합니다.

주요 XML 요소 분석:

<permits>과 <prohibits> (허용/차단 범위 정의): 콘텐츠의 사용 용도를 세분화하여 제어할 수 있습니다.

구분 (Token) 설명 (Description) 주요 활용 예시 (Use Case) 차단 시 효과 ()
ai-train AI 모델 학습 LLM(거대언어모델), 이미지 생성 모델 등의 기반 지식(Foundation Model) 학습 내 콘텐츠가 AI 모델의 지능을 높이거나 지식을 학습하는 데 사용되지 않습니다.
ai-input AI 입력 및 참조 RAG(검색 증강 생성), 그라운딩(Grounding), 실시간 요약, 챗봇의 답변 출처 활용 AI가 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읽어 요약하거나, 답변 생성의 근거 자료로 쓰는 것을 막습니다.
ai-all 모든 AI 사용 ai-train과 ai-input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 AI 모델 학습과 답변 생성을 포함하여, AI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 활용을 전면 차단합니다.
search 검색 인덱싱 구글, 네이버 등 검색 엔진의 결과 페이지(SERP)에 링크/제목 노출 일반 웹 검색 결과에서 내 사이트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all 모든 자동화 활용 위 항목을 포함하여 모든 자동화된 에이전트의 활용을 의미 모든 AI 관련 행위를 차단

<payment> (수익화 모델 정의):

항목 (Tokens) 상세 설명 (Description)
training 콘텐츠가 AI 학습에 사용될 때마다 비용 지불
use 생성형 답변(추론, 그라운딩, 생성 과정)에 기여할 때마다 비용 지불
crawl 콘텐츠를 크롤링할 때마다 비용 지불
purchase 라이선스 획득을 위한 일회성 지불
subscription 접근 권한 유지를 위한 정기적 지불(구독)
contribution 자산 유지보수나 생태계 발전을 위한 자발적 기여/기부
attribution 출처 표기 및 원본 소스로 연결되는 링크 제공 필수
free 비용 지불이나 출처 표기 의무가 없음

RSL의 강제성을 보증하는 3대 인프라 프로토콜

RSL은 XML 파일(license.xml)만으로는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뒷받침하는 3가지 기술 프로토콜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OLP와 CAP, EMS입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떤 용도와 목적으로 제안된 것인지는 이해를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A. OLP (Open License Protocol) - 자격 / 신원 인증

OLP는 AI봇과 언론사(또는 라이선스 대행사) 간의 '악수(Handshake)'를 담당하는 프로토콜입니다. 언론사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는지를 확인하는 프로토콜이라 할 수 있습니다. OAuth 2.0 표준을 확장하여 개발됐다고 합니다. 흐름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 AI 봇이 license.xml을 발견하고 이용 조건을 확인한다.
  • 봇은 지정된 OLP 서버(예: RSL Collective 서버)에 인증 요청을 보낸다.
  • 서버는 봇의 신원을 확인하고, 연결된 결제 수단이 유효한지 검증한다.
  • 검증이 완료되면, 서버는 '라이선스 토큰(License Token)'을 발급한다.

B. CAP (Crawler Authorization Protocol) - 네트워크 단의 집행

CAP은 우리말로 풀어보면 크롤러 인증 프로토콜입니다. 발급된 라이선스 토큰을 검사하는 '검표원' 역할을 한다.

  • 언론사의 서버나 CDN(Cloudflare 등)은 들어오는 봇 요청의 헤더(Header)에 유효한 라이선스 토큰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 토큰이 없거나 유효하지 않은 경우, 서버는 402 Payment Required 또는 403 Forbidden 상태 코드를 반환하며 접근을 원천 차단한다. 이는 기존 robots.txt가 봇의 자발적 준수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기술적으로 접근을 막는 강제력을 제공한다.

C. EMS (Encrypted Media Standard) - 암호화 미디어 표준

프리미엄 뉴스, 전문 서적, 고가치 데이터셋의 경우, 봇이 무단으로 긁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콘텐츠를 암호화하여 전송하는 표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표준 문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EMS 파일의 콘텐츠에 접근하려면 클라이언트 애플리케이션이 먼저 지정된 RSL 라이선스 서버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한 후, RSL 키 관리 프로토콜을 통해 해당 암호 해독 키를 검색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승인된 클라이언트만 콘텐츠를 해독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 콘텐츠는 .epub.enc와 같이 암호화된 파일로 서버에 호스팅된다.
  • AI 봇이 이를 스크래핑하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복호화 키(Decryption Key)를 받지 못하면 해당 데이터는 무용지물이 된다.
  • 이는 '훔쳐가도 쓸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 저작권을 기술적으로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RSL의 경제적 파급 효과: 언론사 수익 모델 전환 신호탄

RSL의 도입은 미디어 비즈니스의 근간을 '광고(Attention Economy)'에서 '라이선싱(Utility Economy)'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빅테크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죠. 현재 OpenAI와 일부 대형 언론사(Axel Springer, News Corp 등) 간의 계약은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정액제 방식입니다. 이는 안정적이지만, AI 사용량이 폭증해도 추가 수익이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RSL이 제시하는 인퍼런스나 사용량 기반 과금은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특정 기사를 인용하거나 참조할 때마다 마이크로 페이먼트(Micropayments)를 발생시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용자가 "한국의 최신 반도체 정책 알려줘"라고 질문을 하면, AI가 A언론사의 기사를 참조하여 답변을 하게 되죠. 이 경우 AI는 A언론사에 0.1원(예를 들어, 0.1원이라고 설정했을 경우) 지급하게 됩니다. AI 에이전트가 기존 검색을 대체해 트래픽이 감소하더라도, AI의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언론사의 수익도 비례해서 증가하는 구조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이 중간에 Supertab과 같은 마이크로 결제 플랫폼이 결제와 수익배분을 자동화합니다.

결제와 정산을 담당하는 Supertab이라는 기업이 궁금하시겠죠? Supertab은 마이크로페이먼트 핀테크 기업입니다. 언론사와는 비교적 근거리에서 사업을 영위해왔죠. 구글이 offerwall이라는 언론사 전용 페이월 시스템을 발표했을 때에도 Supertab이라는 회사가 결제 및 정산을 담당했습니다. 나름 괜찮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Supertab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수익화 부분에 대한 불안감으로 참여하는 언론사가 많지 않았을 겁니다.

Supertab은 RSL의 경제적 실현 가능성 즉 수익을 담보하는 핵심 파트너이자 디지털 수익화 플랫폼입니다. 특히 'Managed RSL' 서비스를 통해 기술적 복잡성을 해소하고, 실제 AI 에이전트로부터 발생하는 소액 단위의 수익(Micropayments)을 징수하고 배분하는 금융 인프라 역할을 수행합니다.

Supertab 관리자 화면

아시다시피 AI 봇이 기사 1건을 학습하거나 추론하는 데 드는 비용은 0.01달러 미만의 극소액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마이크로 트랜잭션은 기존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의 높은 수수료 구조(건당 0.30달러 + 2.9% 수수료)로는 경제적 실현이 어렵다는 한계를 지녀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upertab은 '탭(Tab)'이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소액 결제를 즉시 처리하는 대신, 가상 장부에 합산(Aggregation)했다가 특정 임계치(Threshold)에 도달했을 때 일괄적으로 실제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AI 기반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마이크로 결제의 경제적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RSL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의 실질적인 관리 및 정산은 Supertab이 대행하게 됩니다. AI 기업은 RSL Collective 또는 개별 언론사와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있지만, 기술적인 과금 및 정산 데이터 처리는 Supertab의 서버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는 AI 콘텐츠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수익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Supertab의 홈페이지를 보면 현재의 수수료는 20%입니다. 언론사가 100달러의 수익을 AI 봇으로 창출했다면 그 중 80%만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최소 100달러에 도달해야만 수익을 정산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달러가 아닌 한화 정산이 되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추후에 한번 물어볼 예정입니다.

수익이 발생하고 배분되는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은 기술적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1. 접근 요청 및 라이선스 확인: AI 봇(예: GPTBot)이 언론사 웹사이트에 접근하면, robots.txt를 통해 license.xml의 위치를 파악한다.
  2. 토큰 발급 (OLP): AI 봇은 RSL의 OLP(Open License Protocol)를 통해 라이선스 서버(Supertab 등)에 접속하여 유효한 접근 토큰을 요청한다. 이때 AI 기업의 계정에서 해당 언론사의 요금 정책(예: 크롤링 1회당 $0.001)에 따른 비용이 가상으로 차감된다.
  3. 트래픽 집계 (Aggregation): Supertab은 개별 언론사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수백만 건의 봇 접속 기록을 집계한다. 이 과정에서 '탭(Tab)' 시스템이 작동하여 소액 결제를 하나의 큰 거래로 묶는다.
  4. 수익 배분 및 지급: 월말 정산 시점에, Supertab은 총 징수액에서 20%의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한 80%를 개별 언론사의 계좌로 입금한다.

RSL Collective: 디지털 저작권 집중관리단체의 탄생

사실 이러한 기술 표준만으로는 거대 AI 빅테크들과의 협상에서 대등한 지위를 갖기는 어렵습니다. 개별 언론사가 AI 기업과 직접 협상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협상력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SL Collective'라는 비영리 조직이 설립된 것이죠. 저는 RSL만큼이나 의미를 둬야 하는 이벤트가 바로 이 비영리 기구의 설립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일종의 협상 대리 창구가 될 수 있어서입니다. 기술 업데이트를 담당하기도 할 테고요.  

RSL Collective는 "인터넷을 위한 집단 권리 기구(Collective Rights Organization)"를 표방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음악 산업에서 작곡가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ASCAP(미국 작곡가 협회)이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의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단체는 콘텐츠의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수백만 개의 웹사이트가 각기 다른 라이선스 조건을 제시할 경우, AI 기업들이 이를 일일이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죠. RSL Collective는 이러한 복잡성을 하나의 창구로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궁극적으로 RSL Collective는 수천 개의 언론사와 블로그를 하나로 묶어 협상력을 통합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적 움직임은 AI 기업들이 고성능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언론사와의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레버리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이 표준을 지지하는 언론사들은 국적으로 불문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멤버십 회비도 현재는 걷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사라면 이 기구에 가입을 신청하는 작업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조직은 다음과 같은 업무를 맡게 됩니다.

  • 포괄적 라이선스(Blanket Licensing) 협상: RSL Collective는 회원사들을 대표하여 AI 기업들과 포괄적 사용 계약을 체결합니다. AI 기업은 Collective와 한 번만 계약하면 수천 개 회원사의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 로열티 징수 및 분배: AI 기업으로부터 발생한 사용료(트레이닝 비용, 인퍼런스 건당 비용 등)를 징수하여, 실제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각 언론사에 분배합니다.(뒤에 설명하지만 이 역할은 Supertab이 담당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랜잭션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법적 방어 및 분쟁 해결: 회원사의 콘텐츠가 무단으로 사용되었을 때, 개별 언론사 대신 집단 소송이나 법적 대응을 주도합니다. 이는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중소 언론사들에게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표준 유지보수: 기술운영위원회(TSC)를 통해 RSL 표준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AI 기술 트렌드에 맞춰 스펙을 진화시킵니다.

RSL Collective는 특정 기업의 소유가 아닌 비영리 기구로 운영되며, 가입비는 무료입니다. 이는 최대한 많은 언론사들을 확보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운영진에는 에카르트 발터, 더그 리즈 등 창립자 그룹뿐만 아니라 주요 참여사들의 대표들이 포함되어 공정성을 담보합니다.


한국 언론사의 적용 전략 및 실행 가이드

한국의 미디어 환경은 네이버, 카카오라는 강력한 포털 생태계와 글로벌 AI 기업들의 진출이 혼재된 독특한 시장입니다.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온라인신문협회 등이 AI 학습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RSL은 이를 실현할 가장 현실적인 기술적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털 종속 탈피와 데이터 주권 확보 : 한국 언론은 오랫동안 포털 뉴스를 통해 트래픽과 수익을 확보해 왔습니다. 그러나 AI 검색의 발전은 이러한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AI가 자체적으로 정보를 요약하고 답변을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이 원문 기사를 클릭하여 방문하는 빈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른바 제로 클릭 현상입니다. 이는 언론사의 뉴스 생산 동력을 약화시키고, 수익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RSL'은 한국 언론이 포털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RSL은 저작권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이용 조건을 명확하게 명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표준입니다. 언론사가 RSL을 통해 AI 학습 데이터 제공 거부, 이용 범위 제한 등을 명시한다면, 이는 포털의 AI 검색 엔진이 무단으로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나아가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KPF)과의 연계 가능성 : 섣부른 분석일 수도 있습니다만... 한국언론진흥재단(KPF)은 현재 '뉴스 저작권 신탁' 사업을 통해 AI 학습용 데이터 판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KPF의 사업 방향은 RSL 도입을 통해 더욱 강화될 수 있습니다. 개별 언론사가 RSL을 도입하고, 그 관리 권한을 KPF에 위임하거나, KPF가 RSL Collective의 한국 지부(Node)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표준 기술인 RSL과 한국 언론 환경에 맞는 로컬 거버넌스를 결합하는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한국 언론은 AI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AI 검색 시대는 한국 언론에게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RSL 도입을 통해 포털 종속에서 벗어나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 법적 공백을 기술적으로 보완하며, KPF와의 연계를 통해 글로벌 표준에 발맞춰 나간다면, 한국 언론은 AI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언론사의 디지털 주권 회복을 위한 제언

RSL(Really Simple Licensing)은 단순한 기술 표준이 아니라, AI 시대에 무너진 콘텐츠 생태계의 질서를 회복하려는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반격입니다. 이는 '묵시적 동의'에 기반했던 웹을 '명시적 허가'와 '정당한 보상'의 시스템으로 재구축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죠.

AI 학습 데이터 시장은 놀라운 속도로 표준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현재 적극적인 기술적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므로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법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콘텐츠가 활용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명확한 동의나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창작물인 기사는 통제 불가능한 영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별적인 robots.txt 파일 수정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확인됐습니다. 진정한 해결책은 연대의 힘을 빌리는 데 있습니다. RSL과 같은 새로운 표준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나 관련 협회 차원의 집단적 대응에 동참하여 협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는 개별 기업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흐름에 맞서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특히 중소 언론사들에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RSL 도입과 같은 기술 투자가 복잡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언론사의 소중한 자산인 뉴스 콘텐츠를 지키는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보안 투자입니다.

AI 시대의 도래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한국 언론사와 미디어 기업들은 더 이상 관망만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이야말로 콘텐츠 주권을 지키기 위한, 20여년 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적극적인 기술적, 조직적 대응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연대의 힘을 바탕으로 RSL 표준을 도입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AI 시대를 맞아 더욱 굳건하게 콘텐츠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RSL Collective의 슬로건처럼, 이제는 "막는 것(Blocking)에서 관리하는 것(Managing)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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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닷에이아이의 공동창업자 겸 대표이자, 더코어의 미디어 전담 필자입니다. 고려대를 나와 서울과학기술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언론사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거쳐, 미디어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메디아티'에서 이사로 근무했고 구글에서 티칭펠로, 뉴스생태계 파트너십 경험도 쌓았습니다. '트위터 140자의 매직', '혁신저널리즘'(공동저작), '사라진 독자를 찾아서', 'AI와 스타트업', 'AI, 빅테크, 저널리즘' 등을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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