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죽은 브랜드 살리기
요즘 미국 고등학생들에게 인기있는 자동차는 뭘까? 아무리 잘 사는 나라라고 해도 모든 고등학생이 차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고, 차가 있다고 해도 대개는 부모가 타던 중고차를 물려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부모가 갑부는 아니지만 새 차를 사줄 만큼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아이들이 원하는 자동차는? 지프(Jeep)다. 지프 중에서도 오프로드 차량인 랭글러(Wranger). 이런 현상은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미국 고등학교의 학생 주차장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새 차의 모델을 지프 랭글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랭글러 같은 오프로드 SUV가 인기를 끌게 되었을까? 단정지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자동차의 자동화(automation)가 급진전을 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요즘 새로운 자동차들은 무인운전 전단계에 가까와서 내비게이션은 물론, 차선이탈방지, 충돌방지 자동브레이크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흔하고, 일부 차량들은 무인운전의 테스트 버전이 탑재되기도 한다. 즉, 자동차는 이제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테크제품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손목시계가 보편화되고 스마트폰이 시계를 대체하게 되자 갑자기 아날로그 시계가 크고 고급스럽게 변신, 부활한 현상에 비유할 수 있다. 잘 닦인 도로를 매끈하게 운행하는 차량을 떠나 운전자가 모든 결정에 개입해야 하는 오프로드에 대한 환상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헐리우드에서 카우보이와 인디언이 등장하는 서부영화가 큰 인기를 끈 것은 인디언들을 보호구역으로 몰아넣고, 카우보이들이 사라진 후부터 였다. 우리는 사라져가는 것에 낭만을 느낀다. 사실 오프로드 차량을 갖고 있다고 실제로 오프로드를 달릴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