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들으셨죠?
작년에 '폐지'됐던(휴식기를 선언하며 잠정 중단됐던) KBS '개그콘서트'가 '로드 투 개콘'으로 부활합니다.
'개콘'은 1999년 7월에 파일럿으로 첫 방송을 시작했었네요. 97년말 발발한 IMF로 온 나라가 힘들던 무렵, 개그맨들이 매주 치열한 경쟁을 뚫는 방식으로 의미있는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워낙에 인기가 높아 주말 밤 안방극장의 터줏대감이었습니다. 직장인과 학생들에겐 개콘 말미의 밴드음악은 주말의 휴식이 끝나고 출근과 등교가 가까웠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인식되고, 회자될 정도였으니까요.
'KBS(혹은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이란 제목으로 많은 언론보도가 잇따랐는데요. 그 기사들을 보면서 문득 '개콘'이 KBS의 대표적 코미디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KBS 그 자체와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 혁신에 뒤쳐진 레거시의 무게
개콘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긴장감 높은 무대였고, 그 열기가 고스란히 방송에 담겼습니다. 매주마다 경쟁하며 새로운 코너가 살아나고 죽기도 하는, 말 그대로 오디션을 거쳐 '콘서트'처럼 완결성을 더한 포맷이었습니다. 자연히 인기코너와 인기 개그인들이 쏟아져나오고 장수프로그램이 되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긴장감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인플루언서로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어가는 지각변동이 생겼고, '개콘'은 혁신에 뒤쳐진 진부한 이미지가 생겨버렸습니다. 자연히 저조해진 시청률과 함께 부진을 거듭하다 급기야 105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됐습니다.
KBS 또한 미디어 지형도 변화와 함께 '위기'를 외친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럼에도, '디지털 전환'이란 이름의 혁신 노력은 아직 너무도 미흡합니다. 방송 프로그램으로 치면, 종영과 부활의 노력처럼 극단적이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