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BTS가 전세계 음악시장의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세 번째 비결을 설명할 차례다. 바로 “남다름(Uniqueness)”이다. 지난 칼럼에서 “진정성(진심)”과 “(팬들과의) 연결”을 BTS의 성공 비결로 꼽았었다(못 보신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링크를 드리자면...)
BTS가 남달리 잘 한 게 뭐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은 “글로벌 소셜/동영상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잘 활용했다”고 답할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답한다. 절대 틀린 답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소셜/동영상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잘 활용한 것은 BTS 뿐 아니라 케이팝 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2016년 11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케이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요인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고객 관계 형성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전략적 탤런트 매니지먼트와 로컬라이제이션, 이 세 가지를 꼽았다.
2012년 가수 싸이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적인 “강남스타일” 돌풍을 만들어 낸 이후, 케이팝 현장에서는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글로벌 소셜/동영상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BTS의 성공 비결을 알아내려면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BTS는 기존 케이팝과는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글로벌 소셜/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했을까?
#1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 보여주기
과거 많은 기획사들은 아티스트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소셜 미디어에 올라갈 콘텐츠를 최고 화질과 음질, 그리고 가장 멋져 보이는 각도 같은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 팀이 특정 아이돌의 사진과 동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전에 PR, 매니지먼트 등 여러 단위에서 스크리닝 하고 조금만 이상해도 올리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BTS는 캡쳐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의 일상 생활에서 꾸미지 않은 모습을 편안하게 드러냈다. BTS는 기존 관행을 깨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방탄 유튜브에는 밥 먹는 장면, 연습하는 모습, 무대 뒷이야기, 촬영 비하인드 등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이 많다. 기존 기획사들의 소셜 콘텐츠 라이브러리와는 전혀 다르다. 이 영상들에서 BTS 멤버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완벽한 스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각 멤버의 성격과 버릇, 심지어는 잠자는 모습까지 그대로 드러낸다. 이러한 모습들은 자연스럽게 시골 출신 무명 기획사로 데뷔한 일곱 청년이 서로 힘을 합쳐 정상급 아티스트로 성장해 간다는 BTS 성장 서사와 조화를 이루면서 계속 재생산 될 수 있었다.
BTS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더해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여러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렸다. 헛수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해보고, 아닌 것 같으면 빠르게 수정하는 애자일(Agile) 방식으로 플랫폼을 활용했다. 그래서 유튜브나 트위터처럼 검증된 플랫폼 뿐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과감하게 시도해 보았다. BTS가 데뷔한 후에 런칭한 브이라이브(V live)는 BTS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남다르게 소셜/동영상 플랫폼을 하다 보니 다른 K-POP 아이돌과는 수준이 다른 압도적 분량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었다. 팬이 되는 과정, 바꿔 말해 ‘입덕’하는 과정은 모두 제각각이겠지만 방탄이 강력한 해외 팬덤을 규합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 덕분이라는 건 많이 이들이 동의하는 대목이다. 그 기반에는 바로 소셜 미디어를 대하는 그들의 남다른 태도가 있었다.
#2 직접 하기
BTS가 다른 케이팝 아이돌과 달랐던 지점은 또 있다. 바로 BTS 멤버 개개인이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올린 점이다. BTS 이전의 케이팝 아이돌 멤버들은 소셜 미디어 활동을 직접 하지 않았다. 전담팀이 있거나 매니저들이 했다. 멤버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올릴 때 갖게 되는 가장 큰 효과는 팬들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팬들이 트위터를 하고 V live를 하는 까닭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들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느낌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니저가 올리는 잘 꾸며진 사진과 포스트는 멋지긴 해도 현실감과 일상을 공유하는 느낌이 없을 수 밖에 없다. 멋지게 꾸미는 동안 실시간성은 사라지고, 연결된 느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BTS가 팬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된 느낌을 만들어내는 소셜 미디어가 바로 트위터다. 7명의 멤버가 공동 관리하는 계정(@BTS_twt) 에는 멤버들이 자신의 개성에 맞게 수시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다. 아래 사진은 날이 추워지자 지민이 올린 트윗 메시지다.
이렇게 멤버가 직접 만들어 올리는 BTS의 트위 메시지들은 마치 그들이 나와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같은 느낌을 준다. BTS 멤버들이 잘 활용하는 브이라이브도 마찬가지다. BTS는 브이라이브를 통해 팬 개개인들과 화상 통화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 낸다.
기획사들이 아이돌 멤버들에게 소셜 미디어를 맡기지 않았던 이유는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설에 오를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그런데 BTS는 이런 관행을 뚫고 자신들이 직접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자율권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3 세상에 없던 “힙합 아이돌”을 하겠다고 나선 그들의 용기
BTS는 자신을 “힙합 아이돌”이라고 정의하고 시작했다. 케이팝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직접 작곡하고 작사하는 힙합 문화를 접목시키는 ‘그 어려운 일’을 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음악이 힙합 음악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에 BTS 멤버들도, 소속사 HYBE도 기존 K POP 아이돌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힙합 뮤지션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BTS 멤버들은 작사, 작곡, 편곡, 안무 등 자신들의 음악 작업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래 언더그라운드에서 소문난 래퍼였던 RM과 제이홉은 덜했겠지만 춤을 잘 춰서, 얼굴이 잘 생겨서 BTS에 합류하게 된 멤버들에게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서로 도와가며 음악 작업에 함께 했다. HYBE 또한 BTS 멤버들을 아이돌로 트레이닝하면서도 창작과 의사 표현에 있어서는 상당한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해 주었다.
이처럼 기존에 없던 힙합 아이돌이라는 컨셉으로 케이팝 현장에 뛰어들었고, 힙합과 아이돌이라는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형적인 케이팝 아이돌과는 다른 경로를 밟아 오다보니 과거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BTS다. 그런데 BTS가 세계 정상의 뮤지션으로 자리를 잡자 이제 케이팝에서도 멤버들이 음악 작업에 참여하고,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알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아이돌이라도 음악을 만드는데 직접 참여하는 게 더 이상 독특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자,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BTS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케이팝 아이돌이라도 자신의 곡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이 어떻게 했는지가 아니라 과거에 없던 길을 새로 만들어가려 했던 그들의 용기를 배워야 한다. 지금 나는 누군가를 따라 하는 쉬운 길을 선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이켜 볼 일이다.
<참고 자료>
K-Pop's Global Success Didn't Happen by Accid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