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투자자들에게 AI 투자가 대성공이라고 강조합니다. AI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페이스북 등 핵심 사업의 성장을 가속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나타난 모든 신호가 대규모 투자가 옳았다는 확신을 준다는 겁니다.
그런데 세금 신고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메타는 수십억달러를 쏟아붓는 AI 데이터센터를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거대한 ‘실험’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미국 정부가 연구·실험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세액공제(R&E Tax Credit)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AI 데이터센터를 세법상 ‘파일럿 모델(pilot model)’로 보는 것입니다. 이 세액공제는 일반적인 사업 운영에 쓰이는 물품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는 과정에 필요한 물품이라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메타는 엔비디아 등에서 사들이는 고가 AI 칩도 이 실험에 필요한 물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세금 39억달러 절감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메타가 AI 데이터센터에 이 방식을 적용하기 전인 2023년 연구 세액공제액은 약 7억달러였습니다. 2024년에는 20억달러로 뛰었고, 2025년에는 39억달러까지 늘었습니다. 메타는 현재 미국 상장기업 가운데 이 세액공제의 최대 수혜기업이 됐습니다.
메타의 논리는 데이터센터도 단순히 서버를 쌓아놓은 시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천 개의 AI 칩을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고 연결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지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을 하나의 거대한 연구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논란은 여기에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배치와 네트워크 구성에는 기술적 실험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엔비디아 칩 자체는 이미 상용화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제품입니다. IRS 역시 과거 ‘검증되고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장비와 기술’을 연구비로 인정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거부한 적이 있습니다.
⚖️ 메타도 인지 중인 위험
메타 내부에서도 처음부터 논란이 있었습니다. 재무부서 일부에서는 이런 방식이 IRS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고, 회사는 여러 로펌에 법률자문까지 구했습니다. 2021년에는 새로운 선박을 건조한 조선업체가 연구 세액공제를 신청했다가 연방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한 판례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기술적 불확실성을 과학적 실험으로 해결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메타는 결국 이 전략을 실행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로 보내는 칩과 일반 데이터센터로 보내는 칩을 세금 처리 단계에서 다르게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메타 스스로도 이 세금 혜택이 뒤집힐 위험을 투자자에게 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무당국과의 분쟁 등에 대비해 잡아놓은 ‘미인식 세금혜택(unrecognized tax benefits)’ 규모는 AI 데이터센터 세액공제 전략을 시작한 이후 129억달러에서 187억4000만달러로 45% 증가했습니다. 메타는 증가 요인 가운데 첫 번째로 ‘연구 세액공제의 불확실성’을 꼽았습니다.
🏭 연구인가, 설비투자인가
논쟁의 본질은 결국 ‘AI 데이터센터를 연구실로 볼 수 있느냐’입니다. 미국의 연구·실험 세액공제는 1981년 일본과의 기술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만들어졌습니다. 기업이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는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하도록 정부가 위험 일부를 부담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전통적으로 기술기업들은 연구원과 엔지니어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를 중심으로 이 혜택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연구의 핵심 비용이 사람뿐 아니라 수천·수만 개의 GPU와 이를 연결하는 거대한 데이터센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메타는 지난 5년간 연구개발에 2000억달러, 최근 1년 동안에만 570억달러를 투자했다며 의회가 국내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세제 혜택을 정당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반대쪽에서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졌다고 봅니다. 1981년 이 세액공제를 발의했던 제임스 섀넌 전 하원의원조차 애초 취지는 사람과 지식, 정보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었다며 AI 데이터센터까지 적용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나타냈습니다.
🧮 AI가 바꾼 ‘R&D’의 경계
논란의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애플·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연구 세액공제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 기업은 메타처럼 연구 세액공제를 투자자 공시에서 주요 세무 위험으로 지목하지 않았고, AI 데이터센터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지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연구 세액공제는 해외이익에 적용되는 낮은 세율에 이어 미국 연방정부에서 두 번째로 비용이 많이 드는 기업 세제혜택입니다. 의회 합동조세위원회는 2025년 이 제도로 정부가 포기하는 세수가 32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메타의 세액공제만 그 10%를 넘습니다.
결국 메타 사례는 AI 시대에 ‘연구개발’의 정의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거 R&D의 중심이 연구자와 실험실이었다면 이제는 GPU와 데이터센터가 연구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수십억달러짜리 AI 데이터센터도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일지, 아니면 기업이 어차피 지었을 생산설비일지 애매합니다. 메타가 찾아낸 것은 단순한 절세법이 아니라 AI 시대에 아직 명확하지 않은 세법의 경계입니다. 그리고 그 경계를 어디에 그을지는 결국 IRS와 법원이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