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브리핑 : '넥스트 WSJ' 디인포메이션이 유료구독 4.5만명 확보한 비결

미디어 비즈니스

'넥스트 WSJ' 디인포메이션이 유료구독 4.5만명 확보한 비결

The Information(이하 디인포메이션)이라는 유료 구독 비즈니스 미디어를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출신의 제시카 레신이 창업한 미디어 스타트업입니다.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도 수십명의 베테랑 기자들이 무대를 누비는 빼어난 매체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디인포메이션은 높은 구독료로 유명합니다. 기본 구독료가 월 39달러입니다. 4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첫 출범을 했을 때만 해도 '정말 이 정도의 구독료를 낼 사람이 있다는 거야?'라는 의구심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4만5000명이 정기 구독을 하는 테크 비즈니스 미디어로 성장한 상태입니다.

레시카 레신은 "나는 앞으로 50년 동안 넥스트 월스트리트저널을 만들 것입니다"라고 외칩니다. 외부 투자도 받지 않고 상장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많은 구독자들에 있습니다. 연 평균 400달러를 지불하는 4만5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기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브랜드 파트너십 수익까지 더하면 더 큰 규모의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는 셈일 겁니다.

4.5만 유료 구독자의 확보는 디인포메이션의 영리한 확장 전략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 엔터 분야 뉴스레터 Ankler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무산됐죠. 그러자마자 라이프스타일 섹션을 추가했습니다. '크리에이터 경제'로 확장하는가 하더니 암호화폐 섹션과 전기/자율주행차 섹션도 추가를 했죠. 최근에는 유료구독자를 위한 소셜네트워크도 개발해 사이트에 통합시켰습니다. 이제는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월스트리트 쪽에도 관심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외부 미디어 투자도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버즈피드, 뉴욕타임스 출신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벤 스미스 등이 주도하는 신규 미디어 스타트업에 지분을 넣었다고 합니다. 지불의사가 높은 영역을 빠르게 캐치해서 이름값 높은 기자를 데려오고 이들에게 해당 섹션을 맡기는 공격적인 확장전략이 4.5만 명 유료 구독자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 Note: 디인포메이션은 인사이트 넘치는 콘텐츠 생산뿐 아니라 대형 테크 기업 조직도 같은 디지털 프로덕트 제작에도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구독료의 가치를 높이고 이탈률을 낮추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Tech IPO 트레커와 같은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정보 프로덕트를 출시하기도 했는데요. 새로운 섹션이 등장할 때마다 이러한 노하우를 곧잘 써먹는 능력에 늘 매력을 느끼곤 했습니다. 저는 '에버그린 정보 프로덕트'라고 부르고 싶기도 한데요. 국내 언론사들이 이 사례들은 참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복 방문을 불러오니깐 말이죠.

디인포메이션이 선보인 테크 IPO 트레커.

미디어 기술

MR은 탐사보도의 보조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오늘도 넘사벽 뉴욕타임스를 소개하게 됐네요. MR(Mixed Reality, 혼합현실)에 대한 기술 소개이기도 합니다.

MR과 탐사보도, 언뜻 쉽게 연결이 잘 안될 겁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 둘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R&D 차원입니다.

아시다시피 탐사보도는 현장이 생명입니다. 하지만 처음 접했던 현장이 항상 그 모습대로 보존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탐사보도 기자들은 그래서 현장을 기록으로 남기고 사진으로 촬영하게 되죠. 현장에서 취득한 문서도 그렇게 확보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 MR이 개입할 여지가 발생합니다. 뉴욕타임스 R&D팀은 탐사보도 등의 기자들에게 헤드셋을 전달하고, 그들이 보고 있는 현장에 가상으로 기록이나 음성, 텍스트 메모를 남기게 해줍니다. 이 헤드셋에서 송출된 이미지를 3D로 재현하고요. 심지어 라이브로 내보내는 방식도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 내부 탐사기자들은 "공간에 적는 메모가 직관적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속보에 매우 적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여기까지라고 합니다. 웨어러블 헤드셋의 부피가 커서 기자들에겐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는 거죠. 결국 헤드셋의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곧바로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팀의 결론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프로토타입은 계속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 Note: 뉴욕타임스 R&D팀이 기술과 저널리즘을 접목시키는 과정을 들여다 보는 게 더 유익했습니다. 이들 기술 개발팀들은 철저하게 기자를 사전 인터뷰했습니다. 하나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기 위해 기자들의 워크플로우를 분석하고 그들의 고충점을 파악했습니다. 프로덕트 씽킹의 전형인 셈입니다. 그리고 기자들이 편안해 하는 UX 구조가 무엇인지 살피면서 하나하나를 설계해 나갔습니다. 음성 녹음 시 민감한 정보들이 외부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면서 스마트폰과의 페어링 시스템도 만들더군요. 그냥 기술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기자들의 행동,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이 기술을 저널리즘와 연결시켜가는 과정을 우리가 좀더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rd.nytimes.com/projects/exploring-mixed-reality-tools-for-journalists

저널리즘

전쟁 보도와 수용자들의 위기 피로감 그리고 도덕적 주의력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에 대한 여러분들의 주목도, 관심도를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시들해진 것을 부인하긴 어려울 겁니다.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이 중요한 소식을 수용자들이 외면한다며 서운해 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는 그것의 중함과 관련없이 자연스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니먼랩의 최근 기사 '비극이 진부해질 때'는 뉴스 소비자들이 위기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와 배경을 설명하고 있어 주목할 만합니다. 수용자들의 피로증을 미디어 심리학의 관점에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전쟁과 같은 현실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때론 고통스러운 일이며, 사람들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충격적인 사건에 지속적으로 집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건 뉴스 소비자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인간이기에 그런 것이죠. '도덕적 주의력'(moral attentiveness)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합니다.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사이먼 웨일이 만들어낸 아이디어인데요. 위기 피로감을 설명하는데 적합하다고 합니다. 이 도덕적 주의력은 지적, 감정적, 심지어 육체적으로 우리 자신을 완전히 개방하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예상했다시피 그것을 지속시키는 건 결코 쉽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수많은 뉴스와 대형 사건, 기술에 노출될 경우 도덕적 주의력의 지속성은 훨씬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결론은? "뉴스의 일일 섭취량을 제한하면 사람들이 산만함에 압도 당하지 않고 우려되는 특정 문제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문화이론가인 Yves Citton의 말도 인용하고 있는데요.  그의 저서 The 'Ecology of Attention'에서 독자들에게 “경고형(alertness) 미디어 체제의 지배”에서 스스로를 “추출”하라고 촉구합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언론은 "위기 담론, 재앙의 이미지, 정치적 스캔들, 폭력적인 뉴스 기사"를 통해 "영구적 경고" 상태를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긴 형식의 기사와 에세이를 읽는 것은 실제로 주의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연습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 Note: 현장 기자들의 불만은 잘 알고 있습니다. 비판하고 고발하고, 참상을 전달하고...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세월호 보도 사례처럼,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에 대한 절망감도 갖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으로서 수용자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적 주의력'의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정보 과부하 상태, 그리고 수많은 경고들, 이것들이 수용자들로 하여금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들입니다. 결국 수용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때, 그리고 역설적으로 뉴스에 대한 소비 시간이 줄어들 때 도덕적 주의력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걸 이 글이 대변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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