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희] 오징어게임 성공의 3가지 요인!

2021년 9월 17일 한국의 추석 연휴에 맞춰 서비스를 개시한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서비스 개시 일자만 봐도 알겠지만 “오징어게임”은 1차적으로 한국 시청자를 겨냥한 콘텐츠였다. 그런데 서비스 개시 열흘 뒤인 27일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 83개국 중 76개국에서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넷플릭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기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한 컨퍼런스에서  "지금 추이로 보면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말 그대로 넷플릭스 작품 중에서 초기 반응이 가장 뜨겁다고 평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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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22년 9월, '오징어게임'은 미국 LA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6개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모두 비영어권 작품이 수상한 것은 74년 에미상 역사상 처음이라고 하네요)

리드 헤이스팅스 공동 CEO는 한 술 더 떠서 넷플릭스 코리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오징어게임 참가자의 트레이닝 복을 입은 사진을 올려서 “오징어게임” 팬 인증을 했다. 그렇다면 오징어게임은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오징어게임”이 문화권을 뛰어넘어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오징어게임”만의 비결을 분석해 보기에 앞서 먼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오징어게임” 신드롬은 지금까지 K POP, K Drama,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같은 “K”가 쌓아놓은 성취에 대한 글로벌 팬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지금의 폭발적 반응에 “오징어게임”의 작품적 성취가 기반에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시청자의 이해와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신드롬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은 비결을 살펴보자.

#1 가장 '황동혁 다운' 이야기

사실 드라마 시리즈가 감독 한 사람의 작품일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처럼 작가와 연출, 그리고 제작까지 한 사람이 했을 경우에는 온전히 그 한 사람의 작품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오징어게임”은 내가 아는 한 가장 황동혁 감독 다운 작품이었다. 황감독과 나는 함께 대학을 다녔다. 황감독은 그 때부터 놀라운 이야기꾼이었다. 황감독이 “썰”을 풀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황당한 얘기건, 사실적 얘기건 그의 입을 거치면 재미난 이야기로 바뀌었다.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그 때의 황감독을 다시 만난 듯했다.  그가 옆에서  “썰”을 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의 “썰”에 푹 빠져 있다 보면 어느새 막차 시간이 지나 있었던 그 시절처럼 그렇게 “오징어게임”을 봤다.

황동혁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는 2007년 “마이파더”로 장편 상업영화 데뷔를 한다. 그 다음 작품이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2011)” 였고, 2014년 “수상한 그녀”로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오른다. 그 다음 영화가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남한산성 (2017)”이다. 2020년에는 자신의 조감독 출신인 박정배 감독의 데뷔작 “도굴”이라는 코미디 영화의 각본을 쓰고 제작까지 했다. 이 필모그래피만 보면 진지한 영화와 코미디 영화를 왔다갔다 하고, 남의 이야기와 자기 이야기를 왔다갔다 한 모습이다. 이러한 갈지자 행보는 감독이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함께 만들 영화를 결정하는 영화판 이라는 시스템 때문일 것이다. 수십억이 넘는 남의 돈을 투자 받아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감독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고집할 수는 없다. 투자자와 제작자가 원하는 이야기, 그리고 90분에서 120분 이내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추리다보니 이런 필모그래피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필모그래피 중간에  “벅스어택”이라는 작품이 있다. 지금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 작품은 트레저헌터라는 MCN 회사 투자로 파일럿 2부작만 만들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중단된 제작된  7분짜리 숏클립이다. 운좋게 그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보는 내내 황동혁답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오징어게임”이 또 그랬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게임”을 2008년부터 기획했다고 한다. 2008년이면 “마이 파더”로 데뷔한 후 본격적으로 자기 얘기로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덤빌 때 였을 것이다. 그 때 풀어놓고 싶었던 얘기를 지금껏 묵혀 오다가 넷플릭스를 만나 마음껏 펼쳐 놓은 것이 바로 “오징어게임”이다. 넷플릭스는 투자를 결정하면 제작자와 감독에게 믿고 맡겨 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오징어게임”도 그랬을 것이다.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를 만나 오랫동안 묵혀놓았던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원없이 펼쳐 놓았고 그 것이 글로벌 시청자와 교감한 것이다.

#2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을 교차시키기

“오징어게임”의 스토리라인은 새롭지 않다. 황동혁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일본 만화 <도박 묵시록, 카이지> 등에서 힌트를 얻었고, 이야기를 묵히는 동안 등장한 <배틀로얄>, <헝거게임> 등 데스게임 장르의 영화들에서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대략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할 수 있다. 또 극중 인물들이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이유로 빈부격차, 각종 차별(인종, 탈북자) 등 지금 전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제시되면서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확보된다.  “오징어게임”은 이런 낯익은 스토리에 낯선 설정과 시각 요소들을 결합시켰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의외로 화학적 결합을 일으키면서 새롭게 다가왔다.

외국 시청자들은 물론 한국의 젊은이들도 잘 모를 한국 놀이들(‘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 놀이’, ‘줄다리기’, ‘징검다리 건너기’, ‘오징어’)이 생사를 가르는 게임으로 등장했다.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데 비쥬얼은 화려하기 그지 없다. 게임 참가자들은 초록색 트레이닝 복을 입고, 게임 진행 스텝은 진홍색 유니폼과 펜싱 투구 같은 가면을 쓴다. 게임 공간으로 이동하는 계단은 분홍, 파랑, 초록 등 형광색 화려한 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경쾌한 K-POP 뮤직 비디오에서 많이 등장했던 알록달록한 공간들이다. 게임장은 한국 어느 동네를 가도 있는 낯익은 놀이터이고, <응답하라 1988>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서울 변두리의 오래전 동네 모습이다. 이 평화로운 공간에서 인생 막장에 몰린 인간 군상들이 목숨을 건 게임을 한다. 아이러니의 극치다.

이처럼 “오징어게임”은 어디서 본 듯한 스토리라인, K-POP 비디오에서 많이 본 세트장, 하지만 외국 시청자(와 일부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국적이지만, 많은 한국인(과 어떤 외국인들)에게는 너무도 한국적인, 이질적 요소들이 결합시킴으로써 편안함과 긴장을 오가면서 계속 몰입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을 절묘하게 조합하고 교차시킨 점이 “오징어게임” 글로벌 신드롬의 두 번째 비결이다.


#3 시청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놀거리 만들어주기

마지막으로 “오징어게임” 신드롬의 세번째 비결은 바로 극 안에 시청자들이 참여해서 놀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해 주었다는 점이다.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은 초록색 트레이닝 복을 입는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입었던 바로 그 옷이다. 외신들은 이 초록색 트레이닝 복과 스텝들이 입은 진홍색 유니폼과 검은 헬멧이 할로윈 인기 복장이 될 것이라고 수다를 떤다. 이베이에서는 “오징어게임”에 등장했던 게임 중 하나인 달고나 뽑기를 만들 수 있는 키트가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고, “오징어게임”에 등장했던 구슬, 딱지 같은 소품 판매도 잇따를 것이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데스매치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가지고 놀 거리를 잔뜩 배치한  것이 “오징어게임” 신드롬이 있게 한 신의 한 수다. “오징어게임” 이전의 데스매치 영화 드라마를 생각해보라. 얼마나 비장한가. 그런데 조금만 돌이켜보면 이러한 시도가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런 놀거리가 많은 영화가 바로 “스타워즈” 시리즈다. 사실 죽어 나가는 숫자로만 보면 “오징어게임”보다 “스타워즈”가 훨씬 많을 것이다.

“오징어게임”은 엄근진한 데스매치 드라마의 전형성을 벗어날 수 있었기에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터질 수 있었다.  “오징어게임” 이전에 다양한 데스게임 콘텐츠들에도 그런 요소들이 있었다. “헝거게임”의 세손가락 경례는 미얀마와 홍콩의 시위에서 부당한 권력에 대항하는 민중 봉기의 상징으로 차용된 바 있다. 그런데 “오징어게임”은 그렇게 진지하지 않게 시청자들이 ‘놀이’처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징과 소품이 담아냈다. 이 상징과 소품이 글로벌 SNS를 타고 순식간에 “오징어게임”을 꼭 봐야만 할 것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신드롬이 전세계인들에게 K-POP 덕통사고를 만들었던 것처럼, 그래서 싸이 이전과 이후의 K POP이 달라지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오징어게임”이 K드라마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참, 마지막으로 “오징어게임”이 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 일하는, 혹은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 번째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나의 이야기, 지금 없다면 천천히 그 것을 찾고 발전시켜야 한다. 두번째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사슴 눈으로 찾아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은  황동혁 감독 정도의 흥행 성적을 거둔 사람에게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는 사람에게 기회는 발견될 것이다. “오징어게임” 덕분에 기회의 문이 좀 더 넓어졌다. 자 기회를 찾자.

[필자 소개] 임성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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