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규모 있는 언론사들과 기자들은 저마다의 고정 출입처를 두고 있습니다. 주로 그 출입처는 권력 기관일 가능성이 높죠. 대통령실, 국회, 검찰 및 법원 등등. 출입처의 역사는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존재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경향을 띤다면 미국과 유럽은 또다른 출입처 배치의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언론사의 경우 출입처를 뜻하는 Beat가 기관 등 장소적 의미가 강한 반면, 미국 쪽 언론사들은 분야나 섹터, 도메인의 특성이 뚜렷한 편입니다.
한국 주요 언론사의 비트 즉 출입처는 비교적 긴 시간 고정돼 왔습니다. 이것이 누적돼 출입처에도 서열이 매겨진 상태이기도 하죠. 어느 출입처를 배치받느냐에 따라 기자의 장래가 바뀌거나 결정되기도 합니다. 전도 유망한 기자일수록 핵심 권력 기관을 출입처로 거쳐야 하는 게 관행처럼 자리를 잡아왔습니다. 당연히 출입처 자체의 신규 생성과 재배열, 해체 등은 시대의 변화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못해왔습니다.
이전부터 제가 늘 강조한 바지만, 디지털 시대에 권력은 테크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에서 보고 듣고 읽고 상호작용하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게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알고리즘이죠. 하지만 이들을 향한 저널리즘의 감시 행위는 그리 깊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 논문을 소개하는 이유입니다.
필립 나폴리 듀크대 교수는 '소셜미디어와 공익'이라는 책으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더코어에서 이 분을 몇 차례 다루기도 했습니다. 공공의 관점에서 플랫폼을 비판하는 논문을 자주 써온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그가 2021년 발표한 논문 '플랫폼 출입처 : 허위정보 시대의 알고리즘 감시'는 왜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출입처가 필요한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분석한 글입니다. 한국 미디어 생태계에도 적잖은 인사이트를 주고 있는 논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