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연구] 스페인 엘 파이스가 1년 만에 10만 유료구독자 모은 3가지 전략

한국과 스페인의 언론시장은 유사한 점이 적지 않습니다.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한국 38위, 스페인 33위)이고, 온라인 뉴스 지불 경험(한국 13%, 스페인 12%)도 거의 비슷합니다. 인구는 500만 명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요, 전국민 인터넷 사용률도 90%를 넘어설 만큼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한편으로는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럽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죠.

이질적인 측면이 있다면 포털 뉴스의 존재일 겁니다. 한국에선 온라인 뉴스 소비의 출처가 주로 포털인 반면 스페인은 주요 언론사의 온라인 웹사이트죠. 스페인의 경우 지역 뉴스 온라인 사이트의 방문비율이 한국보다 높다는 점도 다르다면 다른 점일 겁니다. 적잖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의외로 스페인 언론시장에 대해선 그렇게 관심이 높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스페인 안에서도 유료 구독 성공 사례로 꼽히는 ‘엘 파이스’(El Pais)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엘 파이스는 스페인의 대표적 진보 신문사 중 하나죠. 프리사 미디어 그룹이 발행하는 신문 중의 하나로 1976년에 창간됐습니다. 역사로 따지면 50년도 채 되지 않은 신문입니다. 엘 파이스 모회사인 프리사의 창업 멤버 중 한 명이 그 유명한 스페인 실존주의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의 손자입니다. ‘대중의 반역’이라는 책 알고 계시나요? 네 바로 그 책을 쓴 분들의 손자가 엘 파이스의 창업주 중 한 명이라는 거죠.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엘 파이스는 친-민주주의(pro-democracy) 언론사라고 칭해집니다.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 체제 뒤(독재 종식은 1975년)에 설립된 언론사인데다, 포스트-프랑코 체제에서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의 역할 모델을 표방했기에 진보적이라는 평을 듣죠.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창업 멤버의 할아버지인 호세 오르테가가 대중을 무지한 집단으로 평가절하 하고 이들에 의해 주도되는 민주주의를 중우정치의 위험이 있는 체제라고 기술한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의 엘리트주의가 정신적 고귀함에 대한 형이상학적 기반 위에서 도출됐다는 점에서 해석의 여지는 남아 있긴 합니다만, 프랑코 독재에 맞서 망명생활을 했다는 점을 고려될 필요는 있긴 할 듯합니다. 궁금하시다면 제 예전 글 '대중(mass)의 소멸과 대중매체(mass media)의 종말'을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여하튼, 엘 파이스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탄생한 스페인 내 민주주의 언론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고요. 그런 만큼 스페인 독자들로부터 많은 지지와 성원을 얻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엘 파이스의 paywall 도전과 실패

말이 길어졌네요. 이런 역사와 위상을 지난 엘 파이스는 사실 일찌감치 Paywall에 도전했던 유럽 언론 중 한 곳입니다. 2002년에 이미 Paywall을 올린 적이 있어서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Metered Paywall을 올린 게 2007년이니 무척이나 빠른 편이었죠.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불과 2년 만에 실패를 인정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모델을 다시 실행에 옮기기까지 무려 1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실패의 아픈 기억은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곤 합니다. 국내 언론사들이 Paywall과 같은 독자 수익 모델을 도입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이유도 다르지 않습니다. 엘 파이스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다 보니 구독 경제로의 편입이 다소 늦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엘 파이스는 디지털 유료 구독 모델로 전환하기로 마음을 먹고 2019년부터 등록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료 구독모델의 기반을 갖춰보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020년 3월 1일. Metered Paywall을 개시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죠. 코로나19입니다. 심지어 개시 이틀 전에 사내에 코로나19 확진 확자까지 발생했습니다. 계획대로 론칭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죠.

결국 Paywall은 5월 1일로 밀렸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연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유료 멤버십 형태로 Paywall에 준하는 지불 체계를 만들어갔죠. 차근차근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그리고 2020년 5월 1일 Paywall을 본격화했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10만명 유료 구독자를 만들어냈습니다. 누가봐도 대단한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무엇이 고속 성장을 만들어냈나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어떻게 단시간에 저 정도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는가가 아닐까요? 당장 적용해보긴 어렵다손 치더라도 비결은 무엇인지는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최근 공개된 문서를 통해서 아래와 같이 요약을 해봤습니다. 일단 전제 조건으로서 ‘팬데믹 범프‘(Pandemic Bump) 즉 대유행 상황에서 뉴스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조건을 간과해서는 안될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기회로 만들어내긴 어렵겠죠. 그만큼 차근차근 준비한 덕을 봤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조건들이 더해집니다.

(1) 사전 작업으로서 로그인 사용자 늘리기 : 앞서 언급했다시피 엘 파이스는 Paywall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등록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다시 설명드리지만 여기서 등록 사용자라고 하면, 자신의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해당 매체를 위해 기꺼이 내놓은 사용자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뉴욕타임스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듯, 뉴스레터처럼 자신의 개인정보를 내놓는 사용자들은 아닌 사용자들에 비해 유료구독으로 전환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습니다. 왜 이러한 등록 사용자들의 확보가 중요한지를 엘 파이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뉴스레터를 하는 이유 혹은 등록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전략을 짜는 이유도 실은 유료 구독의 가교점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엘 파이스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2) 독자 니즈 약한 버티컬과 블로그 폐쇄 : 엘 파이스는 Paywall에 집중하기 위해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엘 파이스의 뉴스룸 규모가 결코 작지 않긴 하지만, 그럼에도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독자들의 니즈와 거리가 있는 버티컬이나 블로그를 폐쇄한 것입니다. 또한 르몽드 등의 사례처럼 기사 수를 줄여나가는 시도를 하게 됐습니다. 아마 구독모델을 직접 운영해 본 언론사들을 직감하셨겠지만, 구독 전환에 기여하지 않은 뉴스 영역은 과감하게 줄여나가는 선택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내부 뉴스룸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의 초점이 없는 언론사들은 이것저것 다 시도해야 하느라 자원의 선택과 집중이 쉽게 이뤄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핵심 수익원을 분명하게 설정하게 되면 자원 배분의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한 의사결정 사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엘 파이스는 유료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방책으로 이러한 전략을 선택했다는 점을 우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Metered Paywall 적용하면 ‘페이지뷰’에 어떤 영향 미칠까
디지털 유료 구독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유료화 모델이 있죠. 계량형 유료장벽이라 일컬어지는 Metered Paywall입니다. Metered Paywall의 짧은 역사 : 2007년 FT의 도전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가 2007년 월 10건 무료를 기반으로 처음 도입한 페이월 모델[https://theweek.com/articles/492336/medias-risky-paywall-experiment-timeline]입니다. 지금은 대다수의 디지털 유료화를 언급할 때 이 계량형 유료장벽을 먼저 떠올릴 …

(3) KPI의 혁신적 전환 : 좀체 바꾸기 어려운 문제죠. 광고 중심의 수익모델과 독자 수익 중심의 모델은 서로 다른 KPI를 설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언론사들이 가장 실행하지 못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페이지뷰를 핵심 KPI로 설정한다면 독자 수익 모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엘 파이스는 어떤 KPI를 OMTM으로 설정했는지 밝히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적어도 독자 수익 모델로 전환했을 때 핵심 메트릭으로 페이지뷰를 상정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대안적 메트릭으로 어떤 지표를 개발했는가는 조금도 확인해보도록 하겠지만, 뉴스룸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KPI 전환은 반드시 후행돼야 할 아니 선행돼야 할 절차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가며

어떠셨나요? 여러분들은 엘 파이스를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었나요? 세밀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독자 수익 모델로 전환했을 때 고려하는 어떤 공통분모 같은 걸 발견할 수 있진 않았을까요?  아래에 르몽드의 사례 분석도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두 사례를 보면서 독자 수익 모델을 염두에 두신 분들이라면 두 사례를 비교하면서 패턴을 발견해 내면 어떨까 합니다. 제가 더 많은 설명을 드리는 것보다 여러분들이 계신 곳에 핏이 가장 잘 맞는 전략들을 적절하게 응용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혹시라도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이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현금 고갈’ 르몽드가 10년 만에 이뤄낸 구독의 성과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르몽드의 디지털 구독 성공 사례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많이 있으신가요? 오늘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의 일입니다. ‘먼데이노트’ 프레데릭 필루라는 저명한 뉴스 산업 비평가가 6월21일 한편의 글[https://mondaynote.com/le-monde-on-the-brink-9a493aeb9a61]을 올립니다. “2주 안에 르몽드의현금은 고갈될 것이다.” 르몽드의 재정난은 심각했고, 적자 규모는 감당하기 어려웠으며, 지속성이 의심받는 상황이었죠. 이 즈음 매각 논의가 시작이 됩니다. 나름 독특한 이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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