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5년 4월 2일 발표된 트럼프 상호관세 정책의 배경과 이유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4월 2일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큰 하락을 경험하고 있고 그 변동성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물가 상승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언론, 방송, 유튜브 등에서 관세 전쟁과 투자자의 공포감이 화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 글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글은 트럼프 행정부가 왜 높은 관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추론하려 합니다.
찬성이든 비판이든 바이어스(bias)에서 자유로운 논리는 없습니다. 저 또한 2024년 10월 27일 ‘미국 대통령 선거: 새로운 마초 문화와 반 ‘깨시민' 정서’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의 경제 공약이 경제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말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 반대합니다. 때문에 이 글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의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 분석에 무게감을 실고 있습니다.
몇가지 사실을 확인하겠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 도출 함수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경제학 101을 모르더라도 아래와 같은 공식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① 무역적자 비율 = 관세, ② 복잡해 보이지만 공식의 실체를 이해하면 매우 기분 나쁠 수 있는 공식을 챗GPT에 부탁해서 얻어낸 엉뚱한 방정식이라고 의심해 봅니다.
- 예를들어 2023년 베트남은 미국에 약 1,144억 달러(x)를 수출했습니다. 같은 해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 약 98억 달러(m)를 수입합니다. 위 공식에 따라 1,144 빼기 98은 1,046입니다. 이를 다시 98로 나누면 100을 조금 넘어서는 수치가 나옵니다. 이를 근거로 트럼프는 베트남 정부가 미국 제품에 대해 대략 9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억지를 부리고, ‘미국은 착하니’ 상호관세의 경우 50% 할인을 해서 앞으로 미국은 베트남에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이미 10% 적용된 보편관세와 이번에 발표된 상호관세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베트남 제품에는 작게는 46% 상호관세 또는 많게는 60%의 관세(보편관세 적용 이후 상호관세 추가 적용)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아래는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 목록입니다. 참고로 “1. 전기 기계 및 장비”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애플의 에어팟 등이 포함됩니다. “4. 신발”에는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주문으로 생산되어 미국에 수출되는 신발이 포함됩니다. “3, 5, 6, 7”은 가구, 의류, 장난감입니다. 미국 가구 판매점 Restoration Hardware(RH, 4월 2일 및 3일 주가 40.1% 하락), 반스, 노스페이스, 팀버랜드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CF Corporation (주가 28.7% 하락), 온라인 가구 판매점 Wayfair (주가 25.6% 하락), 의류 브랜드 Gap (주가 20.3% 하락), 의류 브랜드 Under Armour (주가 18.3% 하락), Best Buy (주가 17.8% 하락), 장난감 판매점 Mattel (주가 16.6% 하락)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출처: tradeimax)
- 미국 기술주보다 이들 생필품 관련 기업의 하락폭이 더 큽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상승과 연동됩니다. 아래는 2025년 2월에 측정한 미시간 대학교가 측정하는 물가상승 ‘기대치’입니다. 아마 3월 및 4월 수치는 더 크게 상승할 것입니다.
그럼 이 글의 핵심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트럼프 관세 정책의 Pro를 소개하겠습니다. 여기서 핵심 질문은 WHY입니다. WHY에 답을 찾기 위해 중요한 사실 하나는 미국 중간선거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간선거는 2018년 11월 6일에 있었습니다. 그 결과, 민주당은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회복하였고, 공화당은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였습니다. 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총 7석을 추가로 확보합니다. 2018년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게 몰락의 시작을 의미했습니다. 2026년 11월 3일 다시 미국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미국 하원 전원과 상원의원 100명 중 33석이 대상입니다. 두 번째 집권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라해도 이 중간선거는 매우 중요합니다. 약 1년 6개월 앞에 놓인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승리를 목표로 할 것입니다.
- 가능성이 있든 없든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중간선거 전까지 미국 경제를 상승세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 미국 무역 적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리핀 딜레마(Triffen Dilmma)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 트리핀 딜레마는 국제 통화 체계에서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겪는 구조적인 딜레마를 말합니다. 이 개념은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이 1960년대에 제기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함께 세계 경제에서 미국 달러는 국제 거래의 기준이 됩니다. 이를 기축통화라고 합니다. 따라서 미국은 전 세계가 무역이나 외환 보유고로 사용할 달러를 공급해야 합니다. 달러를 공급하려면 미국은 무역적자를 내야 합니다. 그래야 달러가 해외로 나가니까요. 하지만 무역적자나 재정적자가 지속되면 세계는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달러가 세계에 많이 풀리면 신뢰가 떨어지고, 신뢰를 지키려면 달러 공급이 줄어들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는 딜레마가 생깁니다. 트리핀 딜레마는, 기축통화국이 세계에 통화를 공급하려면 국내 경제의 건전성을 희생해야 하고, 경제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세계에 충분한 통화를 공급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뜻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축통화는 축복이자 동시에 저주입니다.
- 앞서 베트남 사례를 다시 보시죠. 2023년 베트남은 미국에 약 1,144억 달러를 수출하고, 미국으로부터 약 98억 달러(m)를 수입합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약 90%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합니다.
- 이를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 경제는 미국에 종속되어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징벌적 (상호)관세를 도입한 ‘자신감’입니다.
-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이유로 베트남에게 지금까지 막대한 혜택을 누린만큼 미국에 그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옳든 그르든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시민에게 좋은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결과적으로 경제가 침체된다면 이것이 미국 시민에게 좋은 일은 아닙니다. 바로 여기에 다수 여론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의 인식 차이가 존재합니다.
- 트럼프 행정부는 ‘일시적’으로 경제 침체가 와도 1년 뒤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1년 뒤 미국 경제가 좋아진다…. 가능할까요? 1년 뒤 미국 경제가 지금보다 좋아진다면, 2026년 11월 중간선거 결과가 집권 공화당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트럼프 행정부는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제 주장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입니다.
- 트럼프 관세 정책의 1차 목표는 무역 적자 감소, 즉 무역 불균형을 줄이는 것입니다. 위에서 트리핀 딜레마에 따라 미국 무역 적자 감소는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위치를 위협합니다.
- 2차 목표는 제조 및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고, 이를 위해 자본 투자를 증가시키고 그 결과 일자리를 추가 창출하여 더 많은 세수를 목표로 합니다. 앞으로 1년 안에 제조 및 생산이 미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자본 투자는 급증할 수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자본 투자가 단기간에 크게 상승하면 일자리는 (일시적으로) 팽창할 수 있습니다.
- 트럼프 행정부 ‘논리’에 대한 또 하나의 궁금증은 기축통화국 유지 방안입니다. 미국 무역 적자는 미국 달러 패권 유지에 나쁘지 않습니다. 중국 또는 베트남은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니 달러를 대규모로 축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이렇게 중국과 베트남에 쌓인 미국 달러에 미국 국채를 (사실상) 판매했습니다. 미국 국채 판매로 미국 정부는 천문학적 수준의 재정 적자를 견뎌왔습니다. 그런데 미국 무역 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게 되면, 중국과 베트남이 미국 국채를 계속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 앞서 베트남 경제는 미국에 종속되어 있다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이를 트럼프 행정부는 이용하려는 겁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베트남 경제는 미국 정부의 협박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가 없어도 미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 이유는 미국 연방 정부의 부채 규모입니다. 미국 정부 부채는 약 37조 달러입니다. 미국 연방 정부는 2025년에 9조 달러를 재융자해야 합니다. 정부 부채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 때문에 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스콧 베선트는 현 트럼프 행정부에서 제가 유일하게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 대미 수출 규모 그리고 지정학적 요인 등을 매개로 협박 정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브레튼우즈 협정 또는 베르사유 조약과 같은 새로운 국제 협약을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트럼프 행정부는 이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 공급망 재편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판단입니다. 나아가 그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미국 (10 만기) 국채 수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미국 국채를 매입할 달러가 줄어들거나, 미국 상호 관세에 대한 저항으로 미국 국채 매입을 거부하는 국가가 증가할 수록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미국 국채 수익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미국 국채 수익률은 동시에 미국 정부 재정 적자 이자율입니다. 이 이자율을 낮출 수 있다면 미국 정부는 큰 이익을 봅니다.
- 그러나 미국 정부가 지불하는 이자는 동시에 국채를 구매하는 외국 정부, 미국 기업, 미국 개인의 이자 수익을 의미합니다. 미국 국채 이자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민간) 이자 수익과 이로 인한 시장 유동성은 함께 떨어져 경기 위축 및 소비 위축이 동반됩니다.
-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1년이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 그렇다면 1년 이후 미국 경제는 어떻게 좋아질 수 있을까요?
-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정부 부채의 이자율을 낮추기 위해서뿐 아니라 경기 활성화를 위해 미국 연준(FED)에 강력한 이자율 하락 압력을 구사할 것입니다.
- 또한 미국에 이로운 방향으로 새로운 기축통화 국제 협약을 추구할 것입니다.
- 미국 내수 경제는 앞서 설명한 자본 투자로 다시 살리려 할 것입니다.
미국 경제가 1년 이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제 짧은 지식으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은 분명히 국제 경제, 미국 주식시장에 격변을 일으키고 미국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1년의 고통은 치유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1년 동안 미국의 전체 수입(import)도 줄고 수출(export)도 줄면서 미국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기업 및 해외 기업의 미국내 투자가 증가할 것은 저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 연준(FED)의 이자율 큰 하락이 트럼프 행정부의 희망처럼 작동할지 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정말 미국 연준이 이자율을 크게 낮춘다면 시장 유동성은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민간 소비 축소에 따른 물가 하락 압력이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 압력보다 강하다는 판단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1년 동안 미국 경기 침체를 피할 순 없어도 인플레이션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 결과 미국 연준이 이자율을 낮추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판단도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높은 관세를 도입하여 의도적으로 세계 무역을 둔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호 무역주의의 목적은 수입을 억제하고, 완만한 경기 침체를 유발하며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미국 달러가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로서 대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미국 비트코인 보유량 유지도 그 이유들입니다. (국제) 자본 흐름은 좀 더 다양화될 것입니다. 금, 비트코인뿐 아니라 유로화, 일본 엔 등이 미국 달러의 헤게모니를 계속해서 약화시킬 것입니다. 이것이 스콧 베선트 장관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일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가까운 시일내로 글로벌 금융 및 통화 시스템의 광범위한 재편을 시도할 것입니다. 스콧 베선트 장관이 그 실행을 책임질 것입니다. 통화 시스템은 위기 속에서 죽기도 하지만, 위기 속에서 탄생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브레튼우즈 체제를 생각해 보세요. 이를 통해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만들어졌고, 달러는 금으로 뒷받침되었습니다. 그리고 금이 보장하는 달러 체계는 붕괴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비트코인처럼 수학에 뒷받침되고, 다시 (일부) 금으로 뒷받침되는 새로운 통화 시스템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큰 경제 위기가 지나면 새로운 통화 체계가 탄생했다는 역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달러 강세가 달러 약세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가 1년 이후 되살아 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제 침체가 피할 수 없다면 많은 이들에게 고통이 수반될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통제된 경제 침체! 미국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지 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세계 경제 전환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