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일(11월 5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0월 24일 기준 사전투표에 이미 3,000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남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까지 카말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10일 밖에 없습니다. 선거 투표일이 다가올 수록 유권자는 ‘사실'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유권자의 감정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분노를 자극하며 실현 불가능한 약속으로 유권자를 유혹할 마지막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해리스 후보는 콘텐츠 또는 정책으로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반트럼프 후보로서 자신'을 내세우는 것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 번 글은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의 흥미로운 사항 분석과 트럼프 후보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은 제 개인 의견입니다. 저는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 글을 통해 지지 후보 및 반대 후보를 밝히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트럼프 후보의 경제 공약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 효과를 설명할 개인적인 필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우 작은 수이지만 미국 기업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7가지 특징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과 콘텐츠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감정 호소'가 가장 중요합니다. 여기에서 팟캐스트와 틱톡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선거 캠페인은 크게 세가지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대규모 선거 유세, 가가호호 방문 선거 운동 그리고 미디어 선거 캠페인입니다. 아래에서는 2024년 미디어 선거 캠페인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1. 한국과 달리 팟캐스트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The Information의 분석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는 최소 20개의 팟캐스트 쇼에 게스트로 출연했으며, 카말라 해리스는 6개의 쇼에 출연했습니다.
- 대통령 후보가 팟캐스트 출연할 때 두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첫 째, 대선 후보가 지나치게 비판적인 질문에 노출되지 않습니다. 각자 선호하는 팟캐스트 쇼에 출연하기 때문입니다. 압권은 트럼프 후보의 미국 1위 팟캐스터 조 로건 팟캐스트 쇼 출연(유튜브 영상)입니다. 둘 째, 팟캐스트 출연을 통해 해당 팟캐스트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습니다. 전통(?) 저널리즘 미디어와 달리 팟캐스트에서는 호스트와 청취자 사이에 더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팟캐스트 팬 커뮤니티는 유튜브 채널과 유사하게 일반적으로 호스트가 초대한 게스트를 긍정적으로 수용합니다.
- USA Today는 팟캐스트 청취자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미국 유권자 중 약 30퍼센트가 팟캐스트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 앞서 예로 든 조 로건은 미국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마초 문화의 상징입니다. 2010년 이후 미국에서 마초 문화가 번성하고 있는 이유, 반페미니즘과 격투기 및 주지스의 상관 관계, 왜 고대 로마 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인기를 얻고 있는지, 왜 에너지 음료가 많이 팔리는지 그리고 ‘반 깨시민' 정서가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등은 아래의 Vox 기사가 훌륭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분석 기사를 읽으면서 ‘아, 트럼프가 당선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 선거운동의 핵심, 틱톡: 틱톡 플랫폼에서 정치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CNN과 뉴욕타임스는 틱톡에서 미국 대선 캠페인이 어떻게 진행되고 인기를 얻고 있는지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 대선 후보자 공식 틱톡 계정과 선거 캠프에서 운영하는 ‘비공식(?)’ 계정은 흥미로운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식 채널은 전문적인 내용으로 구성된다면, 비공식 계정은 친밀감, 인간미, 유머, 눈높이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세요. 해리스 공식 계정 및 해리스 개인 계정
- 두 후보 공식 및 개인 계정 외에도 틱톡에서는 각 후보를 지지하는 수 많은 댄스, 노래, 조롱 등의 다양한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제게 가장 재미있는 것은 두 후보 모두를 희화하는 영상입니다.
3.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실종: 지난 미국 대선과 달리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큰 역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메타 경영진의 의도입니다. 그렇다고 이른바 허위 정보 유포에서 두 플랫폼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워싱턴 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다양한 허위 정보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주민이 반려동물을 잡아 먹는다’는 포스트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또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허위 정보 확산을 막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4. X는 일론 머스크의 메가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x.com의 이용자 규모는 크게 줄어들어서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선거의 경우 트위터는 이른바 지적 엘리트들이 논쟁하고 싸우는 공간이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이러한 논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Garbage Day 분석에 따르면, x.com의 ‘추천(For You)’ 탭에는 일론 머스크 게시물의 도달율이 극대화되어 있습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x.com은 일론 머스크가 440억 달러에 구매한 개인 메가폰의 기능을 충실히하고 있습니다.
5. 크리에이터 협업: 팟 캐스트와 함께 이번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개인 크리에이터와 후보의 협업입니다. 이 협업의 장점은 앞서 설명한 팟캐스트 두 번째 이점과 동일합니다. 크리에이터 협업을 통해 미국 대선 후보는 팬 커뮤니티에 직접 접근할 수 있습니다. 팬과 ‘동맹'을 형성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팀 왈츠와 버니 샌더스가 트위치(Twitch)에 출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Wired, Polygon 참조).
6. (전통) 뉴스 기피 현상: 2024년 디지털 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최대 43%가 어떤 식으로든 뉴스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전혀 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통 뉴스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뚜렷한 경향입니다(NiemanLab 분석). 뉴스 기피 현상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통 미디어에 대한 신뢰 상실입니다.
7. 신뢰성 회복을 위한 전통 미디어의 노력: 미국 미디어는 음모론자와 싸우기 위해 대선 보도에 있어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신뢰를 잃지 않고 일부 시청자와 독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입니다. CNN은 자사뿐 아니라 다른 전통 미디어가 신뢰성 회복을 위해 얼마나 다양한 노력을 하는지 많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 NBC는 카말라 해리스 인터뷰를 편집해서 방영하면서도 비편집 인터뷰 영상 전체를 게시했습니다.
- 뉴욕타임스는 존 켈리 전 트럼프 백악관 비서실장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존 켈리는 트럼프를 ‘파시스트'라 정의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존 켈리의 말을 직접 녹음한 오디오 클립을 공개했습니다.
트럼프 경제 공약: 거대한 감세 → 정부 부채 증가 + 인플레이션 → 경제 재앙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 공약은 크게 3가지입니다.
-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
- 관세 인상: 중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 나머지 중간 수준 관세 인상
- 큰 규모 감세
이 세 가지 공약 중 가장 위험한 것은 대규모 감세 공약입니다. 불법 이민자 추방은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40만 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했습니다. 그 경제 효과를 분석한 학술 논문에 따르면, 이 정책은 미국 거주민에게도 부정 영향을 미쳤습니다. 건설, 조경, 가사 등 이민자 고용이 많은 산업 분야의 경우, 기업이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게 되었고, 그 결과 인건비 증가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소폭이지만 일자리 창출 감소와 이에 따른 지역 소비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요약하면 불법 이민자 추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지만 그 효과가 크지는 않습니다. 만약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어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펼친다면 이는 경제적 효과보다 정치사회 효과가 더 클 것입니다.
관세 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세 인상은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관세 인상이 세계 무역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미국 수출품에 대한 보복 관세가 이어질 것입니다. 이는 미국 기업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발생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관세 인상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도 소비자 물가 상승 폭이 크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달러 가치가 상승해서 수입품 가격이 내려가 그 만큼 관세 인상을 상쇄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가 인상되면, 미국 입장에서 한화에 대한 수요가 감소합니다. 이 때 한화에 대한 달러 강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2018년을 보십시요. 2018년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인상한 시점입니다. 이 때 달러가치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큰 폭의 세금 감면은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의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세금 감면(→ 정부 수입 감소)이 정부 지출 감소와 연동되지 않을 경우 그리고 세금 감면이 빠르게 경제 성장(→ 세금 증가 → 정부 수입 증가)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재정 적자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정부 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Axios가 펜 와튼(Penn Wharton) 예산 모델에 따라 분석한 미국 대선 후보별 예상 정부 적자 폭입니다.
이 분석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 정책은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 정부 부채를 1조 2천억 달러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 정책은 5조 8,000억 달러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약 5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다른 분석에 따르면, 재정 적자 증가 폭이 더욱 큽니다. 해리스 후보 정책을 따를 경우 최대 8조 1,000억 달러 부채 증가 또는 3조 5,000억 달러 정부 부채 증가가 발생할 수 있고, 트럼프 후보 정책은 최대 15조 1,500억 달러 또는 7조 5,000억 달러 정부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리스 후보 및 트럼프 후보 모두 낮은 세금과 높은 지출로 미국 유권자를 유혹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입니다. 정부 부채 증가가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두 후보 모두 나쁘지만, 트럼프 후보 공약이 더 나쁩니다.
정부 재정 적자 증가가 경제 대재앙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경제가 계속 호황을 유지하면서 정부 재정 적자의 부정 효과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이자율 인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미국 연준(FED)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 정부가 부담하는 이자가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5%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 부담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3% 이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백악관이 미국 연준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을 독립성을 훼손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리고 미국 행정부의 강요로 저금리 정책이 결정될 경우라도 그 시점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다면 경제 혼란을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한다면 이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이 제가 트럼프 후보의 경제 정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