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 시장의 불안한 성장, 답은 또 AI?
글로벌 주식 시장의 불안한 성장, 답은 또 AI?

최근 세계 주식시장이 무척 뜨겁습니다. 특히 S&P 500 지수는 지난 1월, 2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월엔 더 올라서 5,000P를 넘겼습니다. 2월 중순을 넘어가며 이제 사그라드나 싶었는데요(2월 20일 기준 4,975P까지 하락). 2월 22일에 엔비디아가 대단한 실적을 내놓으며 5,090P 가까이 재급등하기도 했습니다. 그 영향인지 유럽과 일본의 증시 지수도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승세가 불안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곧 무너질 거란 전망도 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 2022년 금융 불안과 경제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주식시장은 견고한 수익률을 기록해왔습니다. 특히 미국 증시는 지난 10년간 인플레이션을 제외해도 연간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그 어떤 자산보다 안정적이고 뛰어난 성과였는데요.
  •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들의 호실적이 시장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덕분에 유럽의 STOXX 600, 일본의 닛케이 225 모두 최고치에 다다랐습니다. 특히 닛케이 225는 버블이 꺼지기 직전인 1989년 기록을 뛰어넘어 화제가 됐습니다.
  •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골드만삭스, AQR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 여러 금융 기관에서는 앞으로 주식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 Fed의 마이클 스몰랸스키(Michael Smoyansky)는 "End of an Era(한 시대의 끝)"이란 보고서에서 "곧 주식시장에서 수익률과 성장률 하락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곧'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를 칭합니다.
  • AQR의 조던 브룩스(Jordan Brooks)는 "지난 10년간 주식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려면 '영웅적인 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즉,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시장이 악화할 거란 뜻입니다.
  • 비록 최근 몇 년간 주식시장이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여러 전문가와 기관들은 앞으로의 수익률이 과거만큼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곧 시작될까요? 이 질문에 관해서 이코노미스트는 "곧 시작된다"라며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첫번째 이유
    밸류에이션이 이미 눈에 띄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2013년 금융 시장 예측에 관한 연구 성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예일대 명예교수의 CAPE 추이(왼쪽 그림)에 따르면, 지금 주식시장은 닷컴 버블이 무너지기 직전인 1999년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CAPE는 '주가'를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앞선 10년 평균 EPS'로 나눈 값입니다. CAPE 최고점은 닷컴 버블 시기인 1999년(44.2)이며, 이전 최고점은 1929년 (31.5)에 기록됐습니다. 두 시기의 공통점은 버블이 터지기 직전이었단 점입니다. 현재는 34.3을 기록 중입니다.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 두번째 이유
    기업 이익도 역대급으로 과대평가됐습니다. 이익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이는 최근 시장이 성장한 이유와 관련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스몰랸스키의 방법론과 OECD 데이터를 통해 미국 기업의 실적을 분석했는데요. 1962년부터 1989년까지 미국 기업의 실질 순이익은 연평균 2%씩 증가했고, 1989년부터 2019년까진 연평균 4%씩 증가했습니다. 이는 OECD 국가들에 속한 기업들에게도 나타난 추세였습니다. 국가 GDP 대비 기업 이익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증가해, 이젠 GDP 대비 기업 이익은 2배에 가깝습니다. 1989년부터 순이익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1986년 레이건 정부의 세제개혁(TRA 86) 이후 법인세율이 60%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자금 조달을 위한 이자율도 60% 가량 감소했습니다.
    스몰랸스키는 "1989년 이후 기업 이익 증가는 전적으로 이자율과 법인세율 하락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금과 이자 수입이 기업 이익이 된 셈입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율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세계 142개국을 분석한 결과, 2023년 법정 법인세율 중간값은 2022년 대비 상승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트럼프식' 정부를 제외한 많은 국가에서 기업의 순이익은 줄어들 전망입니다.

불안, 해소할 수 있을까?

결국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고수하거나 시장 판도를 바꿀만한 혁신이 나타나지 않는 한, 주식 시장은 하락세를 타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계속 밸류에이션이 높거나 대단한 혁신이 나타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주식 시장이 지난 10년간 보인 성장률을 계속 보여주려면 다음과 같은 가정이 필요합니다.

  • 이자율과 세율이 변하지 않고
  • 실질 소득 성장률이 연 6%로 지속되고
  • CAPE가 51까지 상승하면(현재 34.3, 최고점 44.2) 지금 같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음.

이 세 가정이 모두 실현될 가능성은 무척 낮습니다. 만약 CAPE가 2000년 이후 평균치인 27로 하락하고, 세율과 이자율이 올라간다면 실질 소득 성장률이 연평균 9%까지 상승해야 합니다. 이같은 성장률은 역사적으로 대공황 직후나 닷컴 버블 직후처럼 큰 경제 위기 이후에만 관측됐습니다.

반면 혁신 기술의 등장은 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바로 AI입니다. AI는 우리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줄 것입니다. 이미 높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AI에 시장의 미래를 올인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정도로 고도화된 AI 기술은 오픈AI, 메타, MS, 엔비디아, 애플 등 극소수의 기업들만 다룰 수 있으며, AI가 커버할 수 있는 범위 역시 생각만큼 넓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전쟁이나 지역 갈등에서 비롯되는 무역 문제 등은 AI로 해결하긴 어렵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역시 AI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은 (지금으로선) 아닌 듯합니다. 지금의 주식 시장 성장은 Fed의 '인플레이션 완화 & 조기 금리 인하' 선언 덕도 큽니다. 그러나 연준 내부에서도 "빠른 금리 인하는 실수"라는 식의 반성이 나오는 만큼, 언제든 다시 경기 침체의 징조가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특정 기술에 의존하기 보다 기업 자체의 내실을 다지는 게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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