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가 한국 지사 설립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미 법인 설립은 완료했다고 합니다. 곧 한국 지사장이 선임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채용도 진행 중이라고 하니, 1~2달 뒤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기반은 갖춰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픈AI의 한국 지사 설립 이후 어떤 사업을 전개할지 다들 주목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에 미칠 파장 등은 예상하기 쉽지 않겠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발표가 이어질지는 대략 짐작해 볼 수가 있습니다. 일본과 싱가포르, UAE 사례를 분석해 보면 가능하죠. 오늘은 다소 다른 특징을 지니긴 하지만 일본 진출 사례를 바탕으로 오픈AI가 한국에서 전개할 이벤트들을 예측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예측이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픈AI가 공개한 3개의 한국 핵심 지표가 의미하는 것은?
오픈AI가 한국 지사 설립을 발표하면서 3가지 핵심 지표를 공개했습니다. 아래입니다.
- 유료 구독자수 : 미국 외 지역에서 유료 ChatGPT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
- 엔터프라이즈 수 : 유료 비즈니스 사용자 수 상위 5개 국가
- 애플리케이션 수 : ChatGPT 사용량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API를 개발하는 개발자 수 모두 상위 10개 국가
이 지표는 그저 그들의 '성과 자랑'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됩니다. 해당 지역에 진출하기 전 성장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표임과 동시에 시장 공략 전략을 함축하고 있는 KPI 관련 숫자라서입니다.
유료 구독자수는 오픈AI가 한국의 시장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당연히 이 숫자를 더 키우기 위해 파트너십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내보낸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 외 지역에서 ChatGPT 구독자가 가장 많다는 건 ChatGPT 수용률이 어느 국가보다 높다는 의미입니다.
엔터프라이즈 수는 오픈AI가 한국 시장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항목이 될 것입니다. 오픈AI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엔터프라이급 사용자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때마침 한국은 그런 잠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 진출은 엔터프라이즈 제품 판매를 빠르게 늘려나가 그들의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곧 표면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수는 API 수익을 의미합니다. 위에서도 공개했다시피 한국은 GPT API를 많이 활용하는 상위 10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우호적인 개발자 풀을 확대해 API 수익을 한국에서 올려보겠다는 심산일 겁니다. 이를 위해 오픈AI는 개발자 생태계를 지원하고 개발자 데이도 자주 열릴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일본 지사 설립 뒤 어떤 사업을 펼쳐왔나
오픈AI 한국 지사가 어떤 사업을 전개할지는 오픈AI 일본 지사의 사례를 보면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UAE와 싱가포르 진출 사례도 종종 언급하겠습니다. 아래에 먼저 열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2024년 4월 : 일본 도쿄에 지사 사무소 개소
- 2024년 4월 : 일본어 GPT-4 모델 발표
- 2025년 2월 : SB OpenAI Japan 합작회사 설립
- 2025년 2월 : 기업 맞춤형 엔터프라이즈 AI 'Cristal intelligence' 판매 개시
- 2025년 4월 : NTT 데이터와 파트너십 체결(엔터프라이즈 제품 유통/SI 대행) 및 에이전트 공동 개발
일단 일본 지사 설립과 비즈니스 전개 과정은 한국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의 특별한 관계 때문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도모하는 파트너입니다. 일본에만 국한된 협력 관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파트너십입니다. 합작사 설립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SB OpenAI Japan은 일본 시장을 먼저 타깃으로 삼긴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글로벌로 확장하기 위한 전초 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NTT 데이터와의 파트너십은 조금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죠. ChatGPT 엔터프라이즈를 일본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협업 관계입니다. 일종의 맞춤형 영업 대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I를 포함하는 리셀러 개념과도 유사할 겁니다. 각 기업들에게 ChatGPT 엔터프라이즈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환경에 맞춰주는 사업자가 필요한데요. 그 역할을 NTT 데이터가 맡게 됩니다. 오픈AI 일본 지사가 이 업무를 모두 커버하기엔 아직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입니다.
곧 한국에서 벌어질 일들(벌어질 수 있는 일들)

일본의 사업 전개 이력을 바탕으로 오픈AI 한국 지사가 전개할 몇 가지 이벤트들을 예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스타게이트 KOREA 추진 : 오픈AI가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사업은 100조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국가 AI 데이터센터일 겁니다. 제이슨 권 CSO가 국내 대선 후보 캠프 관계를 만난 자리에서 인프라를 여러 차례 강조한 이유입니다. 이미 UAE라는 레퍼런스(스타게이트 UAE)도 있습니다. 이 파트너십에 따라 UAE 시민들은 ChatGPT 플러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모두의 AI 모델과 동일합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오픈AI는 대관 업무 담당자를 여럿 채용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오픈AI 입장에선 이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자로 참여할 수만 있다면, 상당 수준의 매출 확대가 가능해 질 겁니다. 오픈AI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역량과 자본력, 로비력 등을 충분히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픈AI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스타게이트 XX는 오픈AI for Country 이니셔티브의 하위 이정표라고 합니다.
- 카카오와의 한국형 GPT 모델 개발 : 오픈AI가 노리는 또다른 사업은 바로 한국형 GPT 개발입니다. 한국 정치의 정서를 감안했을 때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에 무료 한국형 ChatGPT 프로젝트를 고스란히 넘기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오픈AI는 한국 기업과 손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전 그 파트너가 카카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카오가 단순히 오픈AI의 API 이용하기 위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지는 않았을 겁니다. 양사는 지난 2월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기술 협력을 넘어 공동 상품 개발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카카오와 협력해 한국형 GPT 모델(예, GPT-4.1 for Korean)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타게이트 코리아' 사업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형태로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5:5 지분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단순히 AI 싱가포르와의 파트너십처럼 현지화를 위한 데이터 제공 역할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주도권은 오픈AI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당장 네이버와 경쟁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 및 건설사 파트너십 : 1번과 관련이 높은 내용입니다. 일단 한국형 ChatGPT모델은 카카오와 공동 개발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 구축과 건설은 그들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저는 SKT를 포함한 SK그룹과의 파트너십이 여기에 관여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SKT는 AWS와 함께 울산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현재는 막대한 수익 보장 문제로 인해 갈등이 잔존하는 단계이긴 합니다. 어차피 SKT는 인프라 확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오픈AI는 UAE 프로젝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인프라 운영에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관련 파트너십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 국내 업체와 엔터프라이즈 제품 영업 파트너십 체결 : 오픈AI는 한편으론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늘려나가기 위해 공격적인 파트너십을 전개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국내 SI 사업자가 이 파트너로 낙점될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NTT 데이터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기에, 국내 대형 SI 기업이 오픈AI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노리고 오픈AI에 제안서를 보내고 있는 SI 기업들이 여럿 있을 겁니다.

네이버의 '소버린 AI'는 어떻게 될까
남은 화두는 네이버의 대응 전략입니다. 네이버는 오픈AI의 한국 지사 설립을 인지하고 있었을 겁니다. 설립 전까지 정책 담당자, 정치권과의 네트워크를 쌓아 최대한 허들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의 핵심 전략 담론은 소버린 AI입니다. 오픈AI의 한국 진출을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설득 논리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오픈AI가 카카오와 협력해 한국형 GPT 모델(GPT-4x 한국어)를 내놓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소버린 AI' 논리가 일부 희석될 수 있어서입니다. 개발 주체의 국적성, 모델 자체의 현지성(문화적 다양성), 안보상의 국가 제어권 등등 핵심 요소들에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의 허들이 일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자칫 토박이 논란으로 확장되면 이 논리가 옹색해 질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로서는 대선 이후 주요 AI 사업 의사결정권자에 네이버 사람을 앉히는 방향에 사활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픈AI가 국내엔 투자도 얼마하지 않고 과실을 따먹으려 한다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전개해야 할지도 모르고요. 검색 시장 방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강력한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파트너사들과 공동으로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게 된다면, 네이버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어쩌면 AI 투자를 더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한 후과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업데이트 : 2025년 5월28일 오후 7시]
오픈AI 한국지사 신규 직원 채용 시작
예상했던 대로 엔터프라이즈 제품 세일즈를 담당할 직원을 채용 중입니다. 저는 채용이 완료되면 엔터프라이즈 판매 국내 SI 파트너를 찾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