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여지 없이 신문에서 보낸 36년 중 최악의 기간" - 클라이드 하버만 전 NYT 기자 및 칼럼니스트
2003년 5월, 뉴욕타임스는 그들 역사에서 가장 뼈 아프고 존재마저 위태롭게 한 거대한 사건을 경험합니다. 지금도 익히 알려진 '제이슨 블레어 스캔들'입니다. 전대미문의 이 사건은 뉴욕타임스가 축적한 신뢰의 성을 단 며칠만에 무너뜨릴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후폭풍을 만들어냈죠. 단순히 한 언론사의 위기로 인식되지 않고,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의 신뢰 위기로도 번질 수 있는 어마어마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스캔들은 이렇게 전개가 됐습니다. 1998년 뉴욕타임스 인턴으로 활동했던 제이슨 블레어는 학교를 졸업한 뒤 임시 기자를 거쳐 정기자로 뉴욕타임스에 채용됩니다. 그가 일약 스타 기자로 떠오르게 된 것은 2002년 발생한 벨트웨이 저격수 총격 사건 보도 때문입니다. 2002년 10월 미국 워싱턴 인근 지역에서 무고한 시민 10명이 저격,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요. 당시 제이슨 블레어는 뉴욕타임스에서 이 사건 리드 기자로 취재를 하게 됩니다.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제이슨 블레어 뉴욕타임스 기자는 이 저격수 총격 사건을 다루면서 특종에 가까운 보도를 연거푸 내놓습니다. 젊은 기자의 수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특종 보도를 하게 되죠. 저격수가 자백할 것이라는 보도에서부터 병상에 있던 부상자들과의 인터뷰까지. 당시 미국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에서 발군의 역량을 발휘했죠. 당시 내부에선 그가 편집인의 특별한 총애를 받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갓 대학을 졸업한 경력 치고는 너무나 빠르게 성과를 달성하고 승진을 했기에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