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저널리스트의 '3중 선택' 고민: 뉴스의 불편부당성을 다시 생각하는 방법

[미디어고토사 주] 불편부당성(impartiality). 거의 대부분 언론사들이 표방하고 있는 가치입니다. 하지만 어느 곳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미션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언론사들도 적잖습니다. '저널리즘은 중립적이어야 하는데 이래도 되는 거야'라고 종종 비난합니다. 하지만 상당한 독자들이 특정 입장을 표방하고 지지하는 언론사들에 호감과 신뢰를 갖습니다. 영국에선 가디언이 대표적입니다. 쉽게 틀렸다고 비난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기자들 입장에선 난감합니다.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그러면서도 '중립은 지켜질 수 없는 이상적/허위적 가치'라는 성찰과 회의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어느 쪽이 맞다 그르다를 감히 결론 내릴 수 없을 만큼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결국 기자들은 다시 윗선의 판단에 모든 걸 내맡기게 됩니다.

이 글을 번역한 이유입니다. 저널리스트로서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사명감, 하지만 불편부당성을 지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갈등을 유발하는 사안에 '도덕적 명료성'을 보여야 한다는 3중의 고민들. 실제 독자들은 중립을 요구하지만 때론 더 명확한 입장을 압박하는 이중성을 해결해야 하는 난제 앞에서 저널리스트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라스무스 닐슨 이사가 이와 관련해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그 글을 번역해서 여기에 소개합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 '도덕적 명료성'에 대한 개념과 이에 대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저자들의 반박을 박스 형태로 추가해 두었습니다.


"언론이 우리를 분열시키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모든 이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이 글은 BBC가 주최하고 우리 부국장 Meera Selva가 의장을 맡은 공정성에 관한 행사에서 Rasmus K. Nielsen 이사의 개회사 연설을 약간 편집한 것입니다.

수용자 조사는 뉴스의 공정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 시민들이 그것에 접근하는 방식, 뉴스 미디어 조직이 직면하고 있는 몇 가지 선택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까요?

Digital News Report 2021의 설문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 대중의 대다수는 뉴스 매체가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기를 원하며 언론사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관점을 근거에 기반해서 제기해야 한다(argue)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언론사가 모든 편(진영)에 동등한 시간을 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주장이 약한 편에 더 적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명확히 대다수는 "동등한 시간"이었고 일부 소수는 "더 적은 시간"이라고 답했습니다.

언론사가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혹은 이슈가 있다)고 믿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지만, 다수는 언론사가 모든 문제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 사람들, 특히 자신을 정치적으로 진보(좌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뉴스 매체가 중립을 유지하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말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습니다.

이 그룹은 대부분의 기존 뉴스 미디어에선 그렇게 두드러진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데이터를 보면 일반 대중과 비교했을 때 이들 집단은 Twitter에서 훨씬 더 활동적이었으며, 자신을 진보(좌파)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소셜 네트워크(예, 페이스북)에서 뉴스 기사에 댓글을 달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습니다.

이는 일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이슈에 대해 ‘도덕적 명료성’을 높이고자 하는 열망이 일반 대중보다 온라인에 더 널리 퍼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언론사가 중립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이슈가 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인구통계나 정치적 성향을 고려할 때,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가치에 대한 헌신에 대해 항상 매우 분명하고 명시적이었던 가디언(Guardian)이 일반 대중보다 이 그룹에서 훨씬 더 높은 도달 범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놀라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러나 언론사가 모든 문제에 대해 중립을 유지하려고 할 것인지, 아니면 적어도 우리를 분열시키는 몇 가지 문제(가디언이 기후 문제와 많은 사회 정의 문제에 대해 해왔던 것처럼)나 다른 영국 신문들이 시민의 관점에서 다른 문제(이 나라와 유럽연합의 관계 포함)에 대해 취해왔던 입장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ofcom의 감독을 받는 ‘적절한 불편부당성’(due impartiality, 비평가들에게는 때때로 ‘잘못된 균형’에 가까운 ‘따옴표 저널리즘’ 보도로 무너지는 것으로 간주됨)에 대한 약속을 바탕으로, BBC는 영국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균형 잡힌 온라인 뉴스 수용자를 보유하고 있죠. 많은 우파를 포함하여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높은 신뢰를 받는 BBC 같은 브랜드는 다수의 일반 대중보다 ‘언론사가 중립을 지키려 노력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훨씬 더 높은 도달 범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BBC, 그리고 ITV(또한 Ofcom의 감독을 받는)와 같은 기타 브랜드 또는 그 문제와 관련해 로이터(신뢰 원칙을 약속한)는 시민을 분열시키는 문제에 대해 도덕적 명료성을 원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언론사로부터 얻길)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들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합니다.

마찬가지로, 가디언뿐만 아니라 데일리메일과 같이 자신의 입장을 매우 명시적으로 밝히는 매체는 언론사가 모든 문제에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들 입김 센(full-throated) 언론사들은 사람들에게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분명히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합니다.

이것이 우리를 어디에 남겨두고 있는 걸까요?

시민의 관점에서 볼 때 소셜 미디어에서 대부분보다 더 활동적인 소수의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지만 대다수의 영국 대중은 뉴스 매체가 모든 문제에 대해 중립적이기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명 시민이 믿든 안 믿든 다양하고 선택의 여지가 많은 미디어 환경에서, 사람들은 케이크를 쉽게 가질 수 있고 또 그것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중립을 지키려는 언론사와 특정 입장을 취하는 언론사 모두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불편부당한 언론사도 도덕적 명료성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있고, 중립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도 특정한 입장을 취하는 언론사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접근 방식에 대한 대중의 욕구와 여지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언론사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연구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의 트릴레마"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절충안이 있습니다. 첫째, 진실을 찾고 진실을 보도하는 데 전념하고, 둘째, 불편부당한 방식으로 전체 대중에게 봉사하려는 열망을 갖고, 셋째, 중요하지만 종종 분열을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도덕적 명료성, 그러나 실제로는 후자의 두 가지 사이에서 절충에 관여해야 합니다.

우리가 종종 동의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에 접근할 수 있는, 환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논쟁이 많은 사회에서, 하나의 언론사가 우리를 분열시키는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불편부당한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봐서 알게 되는 건 어렵습니다.

이것은 접근 방식에 대한 한 가지만의 선택이 본질적으로 우월하거나 모든 조직이 동일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언론사들이 선택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적 명료성


  • “도덕적 명료성은 정치인들이 인종 차별적 주장을 교묘하게 하더라도 기자들은 그들이 그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한 언어와 부인하지 못하는 증거를 가지고 보도해야 한다는 원칙이다.”(저널리즘의 원칙, 4판, 161쪽)

  • 아마도 가장 중요한 내용은 그가 기자들에게 저널리즘 객관성을 버리라고 권하는 부분이다. 그는 이 개념이 기자를 심도 있게, 열린 자세로 취재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 대신에 그는 ‘도덕적 명료성'을 추천한다. 객관성에 계속 집착하면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는 더 가파르게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언론직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 만약 명료성과 확실성이 유일한 안내자라면 - 증거와 경험주의, 사실 검증, 투명성, 그리고 방법 등은 없이 - 저널리즘은 더 나락으로 떨어져 주장과 소리 지르기의 싸움판이 될 것이고 그곳에서 사실들은 진실을 찾는 일보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임무에 동원될 것이다.(상동, 164)

  • 우리가 객관성이라는 하나의 혼란스러운 개념을 또다른 혼란스러운 개념인 도덕적 명료성으로 교환해 사용하게 되면 저널리즘은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 관념을 다시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상동,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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