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비용 절감, 조직 개편, 경기 둔화가 해고의 대표적인 이유였다면 이제는 AI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해고 명분이 되고 있습니다.
인사 컨설팅 업체 챌린저(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올해 5월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9만7000여 명으로 코로나 충격기였던 2020년 이후 같은 달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가운데 약 3만8600명은 해고 이유로 AI가 언급됐습니다. 전체 감원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로, 챌린저가 AI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AI는 지난 3~5월 3개월 연속 해고 사유 1위였습니다.
📊 2년 만에 핵심 변수로
AI가 해고 사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2년 만에 급격히 커졌습니다. 2023년만 해도 전체 감원 가운데 AI가 언급된 비중은 0.6%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만4800건 수준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아직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8만7700명을 넘어섰습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미국 전체 감원 계획 가운데 5분의 1 이상이 AI와 연관돼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업들은 AI를 생산성 향상 도구로 소개했지만, 이제는 인력 감축과 조직 재편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 AI가 진짜 사람을 대체했나?
다만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노동시장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기업들이 실제로는 비용 절감이나 성장 둔화, 투자자 압박 때문에 인력을 줄이면서도 이를 'AI 전환'이라는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투자자 친화적인 표현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AI 도입과 동시에 채용을 줄이거나 조직을 통합하고 있지만, 그 업무를 AI가 완전히 대체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도 많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발표되는 AI 해고 가운데 상당수는 기술적 필요와 경영 효율화가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 불안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AI가 고용시장에 미칠 충격을 더 이상 과장된 공포로만 보기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최근 앤스로픽은 AI가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2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동시에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별도 글에서 AI로 인해 "상당하고 장기적인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AI 기업마저도 생산성 향상을 넘어 고용 충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사실이 됐고,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게, 어떤 직종부터 영향을 받을 것인가"가 됐습니다. AI 혁신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화이트칼라 직군이 오히려 가장 먼저 변화의 충격을 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