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한 세대의 목소리를 침묵시켰다" - 오픈AI에 울려 퍼진 돌직구
최근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이자 생성형 AI 혁명의 중심지인 오픈AI(OpenAI) 본사에서 아주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직접 초청한 특별 연사가 강단에 올랐는데요. 따뜻한 덕담이나 기술 예찬이 오간 것이 아니라, 연사는 약 200명의 오픈AI 임직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고 합니다.

강단에 선 주인공은 미국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데이브 에거스(Dave Eggers)입니다. 그는 소설 《더 서클(The Circle)》(정보기술 기업의 독점을 비판한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문학 잡지 '맥스위니스(McSweeney's)'의 창립자이며, 청소년 글쓰기 교육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를 이끌어온 교육 운동가이기도 합니다.
"ChatGPT는 한 세대의 목소리를 훔치고 있다"
에거스 작가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오픈AI가 만든 ChatGPT가 교육 현장과 인간의 영혼에 미친 악영향을 거침없이 쏟아냈다고 합니다. 아래는 핵심 발언 요약입니다.
- 교사들에게 닥친 재앙: "ChatGPT가 교육자들의 삶에 미친 영향은 재앙적(catastrophic)입니다. 여러분이 의도했든 아니든, 교사들의 삶을 2년 전보다 무한히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셔야 합니다."
- 글쓰기 교육의 붕괴: "가장 큰 비극은 학생들이 글을 쓰기 위해 AI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결코 스스로 글 쓰는 법을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 자신만의 목소리 상실: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빼앗긴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진실을 말하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능력을 영영 잃게 되는 것이죠. 결국 여러분은 한두 세대 전체를 침묵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에거스 작가는 평소에도 AI가 쓴 글을 가리켜 "짜깁기한 헛소리(pastiche nonsense)"라며 강하게 비판해 왔는데요, 이번에는 그 기술을 만든 당사자들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직격탄을 날린 것입니다.
샘 올트먼의 계산, 그리고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
사실 샘 올트먼이 에거스 작가를 초청했을 때 이런 쓴소리가 나올 것을 전혀 몰랐을 리 없습니다. 기술 만능주의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해 온 작가를 굳이 안방으로 불러들인 것은, "우리는 비판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는 점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에거스 작가가 던진 질문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너무나 묵직합니다.
- 효율성 vs 인간성: AI는 단 3초 만에 그럴듯한 에세이를 작성해 주며 극도의 '효율성'을 선물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문장을 다듬는 과정에서 얻는 '성장과 자아 성찰'의 기회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빅테크의 사회적 부채: 기술 기업들은 혁신을 자랑하지만, 그 혁신이 가져온 교육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오롯이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흉내 내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나만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기술 기업들은 이 무거운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미디어와 비즈니스, AI를 다루는 구독 기반 경제미디어 더코어(The Core)의 대표이자 스타트업 BluedotAI의 공동 창립자이다. 고려대 미디어대학원에서 ‘AI와 저널리즘’을 강의하는 겸임교수로도 활동중이다.
'Neo Touchpoint'를 창업했었다. 창업 전,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에서 전략기획 및 동영상 서비스 업무를 담당했다.
KBS 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한겨레신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유튜브 트렌드’와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등 6권의 책을 단독 혹은 공동으로 출간했다.
문의 : heenb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