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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은 합법, 복제는 불법"…EU 사법부, 저작권 분쟁에 선을 긋다

AI 검색과 저널리즘의 판도에 중요한 영향 미칠 사안

유럽 최고 사법부가 AI 검색 챗봇과 언론 저널리즘 사이의 오랜 저작권 분쟁에 중대한 기준선을 제시했습니다. 현지시간 11월 4일,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마치에이 슈푸나르(Maciej Szpunar) 법무관은 헝가리 언론사(Like Company)와 구글 제미나이(Gemini) 간 소송에서 "공개된 웹 데이터를 통한 AI 학습은 합법일 수 있지만, 챗봇이 언론사 기사의 고유한 표현을 복제해 답변하거나 유료벽 등 기술적 장벽을 우회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라는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CJEU 판결의 대다수가 법무관 의견을 수용해 온 관례를 고려할 때, 이번 판단은 향후 글로벌 AI 검색과 뉴스 라이선스 시장의 지형을 뒤흔들 결정적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CJEU(유럽사법재판소) 공식 보도자료 및 의견서 (PDF)

■ "학습(Input)은 허용하되, 복제·대체(Output)는 불법이다"

이번 판단의 핵심은 AI의 데이터 수집과 결과물 생성을 명확히 분리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EU 저작권 지침의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예외 조항을 방패 삼아 "공개 웹 콘텐츠 학습은 면책 대상"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슈푸나르 법무관 역시 AI가 기사를 분석·학습하는 행위 자체는 TDM 예외에 따라 적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출력(Output) 단계에 있었습니다.

법무관은 챗봇이 답변을 생성하면서 단순 사실(Fact)을 넘어 기자의 고유한 문장 구조나 서사 등 '인식 가능한 고유 표현(Recognisable Expression)'을 재현하는 것은 언론사의 복제권 및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실 자체는 자유롭게 다룰 수 있지만, 이를 취재하고 구성해 낸 저널리즘의 고유 표현은 엄연한 보호 대상이라는 원칙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 '제로클릭(Zero-Click)' 생태계에 대한 사법적 제동

이러한 판단은 빅테크가 사활을 걸고 있는 'AI 완성형 검색' 비즈니스 모델에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최근 ChatGPT 검색 쿼리가 구글의 20%에 육박하는 등 검색 패러다임은 기존의 '링크 연결'에서 AI가 직접 요약하는 '답변 소비'로 급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I 챗봇은 언론사 기사로 충실한 요약을 만들어 주면서, 독자가 원본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할 필요를 없애버리는 '제로클릭' 현상을 심화시켰습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기사를 제공하고도 트래픽과 광고 수익을 모두 빼앗기는 구조적 약탈에 직면해 왔습니다.

사법부의 판단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합니다. AI가 기사의 표현을 활용해 언론사 트래픽을 대체하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는다면, 이는 검색 혁신이 아니라 저작권 침해라는 판정입니다. 나아가 유료 구독벽(Paywall)이나 크롤링 차단 등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해 콘텐츠를 가져오는 행위 역시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되었습니다.

■ 빅테크-미디어 라이선스 협상의 대전환

이번 사법부의 제동은 글로벌 미디어와 빅테크 간의 권력 구도를 재편할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동안 빅테크는 일부 대형 미디어와만 자발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시혜적 지원금을 지불해 왔고, 대다수 언론사에게는 무단 스크래핑을 감내하도록 강요해 왔습니다.

하지만 유럽 법원이 챗봇의 기사 요약 출력을 저작권 침해로 확정할 경우, 빅테크는 검색 챗봇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언론사들과 의무적으로 포괄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언론사 역시 단순한 차단(robots.txt)을 넘어 정당한 뉴스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레버리지를 쥐게 됩니다.

포털의 AI 브리핑 도입으로 뉴스 트래픽 절벽을 겪고 있는 국내 미디어 생태계 역시 이번 판결을 주목해야 합니다. 창작자의 노력을 무단 요약해 플랫폼 트래픽으로 전용하는 불공정한 구조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EU 사법부가 제시한 새로운 경계선은, AI와 미디어가 상생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과 룰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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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비즈니스, 미디어를 다루는 구독 기반 경제미디어 더코어(The Core)의 대표이자 스타트업 BluedotAI의 공동 창립자이다. 고려대 미디어대학원에서 ‘AI와 저널리즘’을 강의하는 겸임교수로도 활동중이다.

이전에는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에서 근무했으며, 'Neo Touchpoint'를 창업했었다. KBS 이사로 활동했고 현재 한겨레신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유튜브 트렌드’와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AI 인물열전' 등의 책을 단독 혹은 공동으로 출간했다. 문의 : heenb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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