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오랫동안 예고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마침내 선보였습니다. 미국 텍사스의 스페이스X 시험장에서 공개된 신형 로드스터(Roadster)는 기존 전기차의 성능을 넘어 비행까지 가능한 차량을 표방합니다. 자동차와 우주항공 기술을 결합해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을 현실로 옮기겠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시연 이후에도 중요한 의문은 남았습니다. 실제 양산 차량이 공중에 떠 있거나 수직으로 가속할 수 있는지, 이런 기능을 어디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차량의 판매가격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기술 시연에 비해 실제 제품에 관한 정보는 제한적이었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자동차 업계에서는 로드스터가 테슬라에 상당한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로드스터가 대량 판매되는 주력 차종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테슬라가 여전히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드스터의 가치는 판매량보다 테슬라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테슬라 공식 행사 영상 캡처
🛸 비행 기능은 누구나 쓸 수 있을까
테슬라는 신형 로드스터를 여러 버전으로 나눠 선보였습니다. 가장 상위 모델인 '로켓(Rocket)'은 완전한 비행 시스템을 탑재한 1인승 차량으로 소개됐습니다. 다만 초청받은 고객에게만 제공되며 현재 일반 도로 주행 승인을 받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누가 구매할 수 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보다 낮은 사양의 '스러스트(Thrust)'는 경주용으로, '퍼포먼스(Performance)'는 일반 도로 주행이 가능한 모델로 소개됐습니다. 퍼포먼스 모델은 2인승이며 로켓 추진장치가 없습니다. 따라서 신형 로드스터를 구매한다고 해서 모든 운전자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설령 양산형 로켓 모델이 실제 비행 기능을 갖추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장소는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페라리나 파가니의 일부 고성능 차량처럼 일반 도로가 아닌 전용 트랙이나 통제된 시설에서만 운행하도록 제한될 수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는 로드스터의 합법적인 운행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규제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 스페이스X 기술을 자동차에
로드스터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는 스페이스X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냉가스 추진장치입니다. 스러스트와 로켓 모델에는 압축된 가스를 분출해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소형 장치가 탑재됩니다. 일반 자동차의 바퀴와 모터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가속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모든 로드스터에 적용되는 팬 흡입 시스템입니다. 차량 아래쪽의 공기를 빨아들여 차체를 노면에 밀착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다운포스는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여 빠른 속도로 코너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영국의 전기 슈퍼카 맥머트리 스펄링도 비슷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고성능 자동차는 차체와 날개를 이용해 공기역학적 다운포스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속도가 높아질수록 공기저항도 커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테슬라는 팬을 이용해 코너에서는 흡입력을 높이고 직선 구간에서는 줄이는 방식으로 접지력과 속도 사이의 균형을 조절하려 합니다. 머스크가 시연 현장에서 로드스터를 두고 "정말 잘 빨아들인다"고 농담한 것도 이런 기술적 특징 때문입니다.
그래픽=WSJ, Patent and Trademark Office (Tesla patent); Mercedes AMG F1 (Downforce); Indy Car (Downforce formula)
⚡ 시속 100㎞까지 1초도 안 걸린다
테슬라가 제시한 로드스터의 성능은 기존 슈퍼카의 기준을 뛰어넘습니다. 회사 경영진에 따르면 최고속도는 시속 230마일, 약 370㎞를 넘습니다. 특히 스러스트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7㎞)까지 가속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기본형 로드스터 역시 시속 60마일까지 가속하는 데 1.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테슬라의 고성능 전기차 모델S 플레이드를 비롯해 현재 판매되는 주요 슈퍼카보다 빠른 수준입니다. 회사의 설명대로 양산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속하는 자동차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수치는 테슬라가 제시한 성능 목표 또는 주장으로, 실제 양산 차량에서 독립적으로 검증된 결과와는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추진장치를 활용한 극단적인 가속이 일반 도로에서 허용될지도 불확실합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성능과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은 다른 문제인 셈입니다.
⏳ 2020년 약속, 2028년으로 연기
로드스터를 둘러싼 가장 큰 의문은 언제 실제로 판매되느냐는 것입니다. 머스크는 이번 발표에서 신형 로드스터의 생산을 2028년에 시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이번에는 정말로 생산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과거 약속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당초 로드스터를 2020년부터 생산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정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생산 목표가 미뤄졌습니다. 일부 고객은 최대 25만달러의 예약금을 내고 거의 10년 동안 차량 인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동차업계 자문회사 텔레메트리의 샘 아부엘사미드 부사장은 테슬라의 지난 20년간 이력을 고려하면 2028년 생산 개시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까지 테슬라가 제작한 로드스터 시제품은 4~5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고객은 25만달러를 선납했지만 앞으로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실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시연과 실제 대량생산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는 겁니다.
📉 하늘을 날았지만 주가는 추락
로드스터의 화려한 공개에도 월가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시연 다음 날인 금요일 테슬라 주가는 2.1% 하락했습니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 기술을 활용한 비행 자동차를 선보이며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았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테슬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평가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겁니다.
테슬라는 최근 자동차 제조보다 자율주행과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미래 사업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높은 기업가치 역시 상당 부분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기대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매출의 대부분은 여전히 자동차 판매에서 발생합니다. 생산량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초고가 로드스터가 회사 전체의 판매량과 매출을 의미 있게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댄 아이브스 요크빌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로드스터는 생산량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판매량이나 매출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이를 성장동력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그는 로드스터가 테슬라의 최상위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다음 주 예정된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술력을 부각하는 효과는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테슬라의 기술력을 증명할 수는 있어도, 당장의 실적을 증명해주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 판매보다 중요한 브랜드 효과
로드스터가 실제 출시되더라도 테슬라의 전체 판매량이나 매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초고성능 차량인 만큼 생산량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로드스터를 모델3나 모델Y처럼 회사의 실적을 떠받치는 주력 차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도 로드스터가 테슬라의 주요 매출원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신 그는 로드스터가 시장 최상단에서 테슬라의 브랜드 후광 효과를 회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극단적인 성능과 독창적인 기술을 보여주는 차량이 다른 테슬라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로봇을 중심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합니다. 머스크가 장기적으로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동차를 지향한다면, 로드스터는 역설적으로 테슬라가 만드는 마지막 인간 운전 중심의 자동차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즉 로드스터는 판매량을 위한 차가 아닌, 테슬라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 회사인지 보여주기 위한 차에 가깝습니다.
🔍 남은 것은 기술보다 실행력
로드스터는 테슬라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제품입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기술을 제시하고, 미래의 이동수단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반면 그 기술을 실제 판매 가능한 제품으로 완성하고 약속한 일정에 맞춰 생산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투자자에게도 구분이 필요합니다. 로드스터가 테슬라의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자동차 판매 증가나 이익 개선으로 연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양산 일정과 가격, 생산량, 운행 규제, 소비자 수요가 확인돼야 사업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 로드스터가 던지는 질문은 자동차가 정말 하늘을 날 수 있느냐에만 있지 않습니다. 테슬라가 다시 한번 놀라운 미래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미래를 실제 제품과 기업 실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아직 증명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