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종사하고 계시는 기자들이나 경영진을 만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디지털 전략에 대해 평가나 전망해 달라는 요청받습니다. 두 신문사가 국내 언론산업에서 지닌 위상이나 상징성 때문일 겁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수년째 여러 조사를 통해 디지털 부문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조선일보는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 다소간 뒤처진 듯한 인상을 주긴 했지만 최근 들어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고요. 두 사례를 사내 임원진들에게 설명하면 설득이 쉬어지는 의사결정 구조도 한몫 한 것 같습니다.
오늘과 내일은 신년사를 통해서 두 신문사의 디지털 혹은 미래 전략을 추정해 보는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신년사는 해당 언론사의 실질적 소유주가 지난 한해의 성과를 공유하고 계획을 발표하는 중요한 문서 중 하나입니다. A4 용지 몇 장에 불과한 이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경영기획 담당자들(비서실)은 여러 부서의 데이터를 취합하고, 트렌드를 분석하며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을 파악합니다. 한단어, 한문장, 한문단을 끼워넣기 위해 부서간 경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언론 비평매체를 통해 밖으로 공개되는 만큼 회사의 가치와 철학이 세련되게 담겨 있어야 하고, 다른 언론사와 비교했을 때 '없어 보이지' 않기 위해 나름 스마트한 단어들도 나열해둬야 합니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메시지들의 꾸러미인 셈입니다. 제가 신년사를 아카이빙 하는 이유입니다.
신년사를 분석할 때 감안해야 할 점은 또 있습니다. 해당 언론사의 소유 구조입니다. 임기제 대표가 발표하는 신년사는, 소유주가 발표하는 신년사에 비해 단기 전략 위주로 제시되거나 원론적 메시지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치장이 많을 때도 있습니다. 대표가 교체라도 되면 메시지나 전략의 흐름도 단절을 겪습니다. 반면 소유주들의 신년사는 비교적 일관된 흐름을 갖습니다. 전해 신년사와의 연결성도 또렷한 편이고요. 그런 점에서 임기제 대표의 신년사와 소유주의 신년사를 비교할 땐 이런 맥락들을 고려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