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홍보가 소셜에서 바이럴 될 수 있을까?

얼마 전 한 페친으로 부터 흥미로운 제보를 받았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경선에 뛰어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kalesalad(케일 샐러드)라는 유명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보냈다는 것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안녕하세요, 샐러드 씨. 다가오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제가 쿨하게 보일 수 있도록 이 밈(meme)을 포스팅 해주실 수 있나요?

‘마이클 블룸버그는 케일 샐러드와 비슷합니다. 거칠고 특별한 맛이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신에게 좋죠’

케일 샐러드: 글쎄요. 별로 웃기지 않은 듯..

마이클 블룸버그: 제가 10억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케일 샐러드: 그림 설명은 어떻게 붙였으면 하십니까

kalesalad는 팔로워가 350만에 달하는 인기계정. 이 계정이 블룸버그와 인스타그램에서 주고받은 메시지(DM)를 캡처해서 포스팅했고, 하루만에 13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고, 1700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물론 댓글은 재미있다는 반응에서 부터 블룸버그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댓글, 언팔로우하겠다는 위협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이 포스트가 바이럴이 났다는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블룸버그나 케일샐러드 계정을 팔로우하지 않는 내게까지 이 포스트가 도달한 것이 그 증거다.

위에서 오고간 대화는 사실일까? 아니다. 아무리 블룸버그가 포브스 9위의 갑부라고 해도 포스팅 한 번 해주는 데 10억 달러를 줄리는 없으니 당연히 설정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대선에 출마한 정치인이 소셜미디어 셀렙과의 협업을 하는 방식이다. 포스팅 안에는 블룸버그가 대통령 후보로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사회민주주의자 버니 샌더스에 대항하는 후보로서의 약점인 억만장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케일샐러드가 협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큰 돈을 주겠다고 해서 마음을 바꾸게 하는 것은 '부자는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강화하는, 위험을 각오한 메시지다.

팔로워 230만 명의 tank.sinatra와 협업한 아래의 포스팅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똑같이 블룸버그와 셀렙이 DM을 나눈 것을 캡처한 형식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탱크 씨, 아무리 기다려도 밈이 오지 않아서 그 사이에 제가 포토샵으로 밈을 만드는 걸 배웠어요.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한 번 더 여러분께 [제가 쿨하게 보이도록 만들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사진 속에는 경쟁자 버니 샌더스의 모금 비디오의 자막을 어설프게 덮어씌운 메시지가 실수인 듯 두 번 연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대 적수이자, 부자들의 적인 샌더스. 특히 젊고 가난한 소액기부자가 많은 것을 자랑하는 샌더스의 사진으로 장난치는 듯한 포스팅은 정말 자신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대 사용하지 않을 방법이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이런 밈을 만들어 퍼뜨리는 플랫폼이 인스타그램이라면 20, 30대를 타겟으로 한 광고다. 그런데 버니 샌더스는 20, 30대 유권자들에게서 가장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즉, 같은 지지기반을 분노하고 소외시킬 수 있다.

둘째, 같은 민주당 후보다. 설령 버니 샌더스를 상대로 이겨도 본선에서 샌더스 지지자들의 표를 얻어야만 트럼프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

셋째, 블룸버그가 재미있거나, 재치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미국인들은 없다. 특히 이번 선거에 나선 후에도 유권자들을 상대로 “스킨십”을 전혀 못하는 사람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약점을 장점으로

하지만 이 작품은 뛰어난 홍보전문가의 작품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블룸버그가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절대 이런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서 어처구니없는(absurd) 내용으로 웃음을 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좋아요 숫자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가령 아래 포스트를 보자.

역시 270만 명의 엄청난 팔로워를 보유한 grapejuiceboys 라는 계정이다. 블룸버그의 계정은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다가오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나 좀 쿨하게 보이게 해줄 밈을 만들어달라”  부탁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셀렙 계정의 답은 “힘들 것 같아요. 당신이 풍기는 분위기는 좀 이상해요” 이다.

즉, 당신 같지 않은 행동하니까 이상하다고 무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이 홍보 포스트를 볼 젊은 유권자들이 할 말인데, 홍보 포스트에서 선수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유권자들이 놀릴 경우 블룸버그가 대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의 답은 더욱 황당하다. “람보르기니 문짝을 (캐딜락 SUV) 에스컬레이드에 붙였어요.” ‘나 이래도 쿨하지 않아?’라는 말을 늙은 후보가 뜬금포로 날린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 황당해서 셀렙은 “What?” 하고 물으면서 대화가 끝난다.

뉴욕타임즈에 보도에 따르면 블룸버그 캠프가 이렇게 유명 인스타그램 계정들과 협업하는 콘텐츠는 ‘밈 2020’이라는 캠페인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유명한 제리미디어(Jerry Media)의 믹 퍼지츠키(Mick Purzycki)가 주도하고 있다.

수 백 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들과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큰 돈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블룸버그 처럼 쿨하지도 않고, 돈만 많다는 인상을 주는 후보와 작업을 할 경우 인플루언서 본인에게도 타격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실제로 많은 댓글 언팔로우하겠다는 위협이다) 그런 위험에 따른 보상도 해야 한다. 물론 블룸버그에게는 전혀 큰 돈이 아니다. 문제는 첫째, 효과가 있느냐, 둘째, (정치적) 위험을 피할 수 있느냐이다.

위험과 효과의 상관관계

소셜홍보의 어려움은 메시지가 가진 잠재적 위험이 클수록 바이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히트를 쳤던 LG 생활건강의 빨래세제 피지(FiJi) 광고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광고주를 내놓고 조롱하고 욕설까지 들어간 영상에 오케이를 한 광고주의 결단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이렇게 광고주가 모험을 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그래? 한 번 보자”는 호기심을 일으킬 뿐 아니라, 광고주와 크리에이터가 진정성(authenticity)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소셜에서의 바이럴의 필수요건이 갖춰진 것이다.

물론 이는 거의 모험에 가까운 시도이기 때문에 대기업은 사용하기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LG생활건강의 과감한 결정이 더욱 돋보였다), 이미지가 정치적 자산인 정치인들 역시 금단의 영역이다. 따라서 대개는 스타트업 처럼 “잃을 게 없는” 조직이 사용한다.

블룸버그는 어떤 사람인가? 비록 세계적인 언론기업을 세웠고, 뉴욕에서 시장을 세 번이나 역임했지만, 미국의 전국무대에서는 완전한 신인이다. 종종 대선을 고려했던 사람이지만 나이도 많기 때문에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후보다. 즉, 대선후보로서는 잃을 게 없는 스타트업 같은 존재인 것이다.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어차피 가능성이 적은 벤처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더라도 과감하게 나가야지, 다른 후보들 처럼 떨어질 경우 정치적 미래를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나가서는 안된다.

그럼 '밈 2020’ 홍보 캠페인의 결과는?

재미있다는 반응과 싫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하지만 이는 나쁜 일이 아니다. 많은 바이럴은 에지(edgy)한 콘텐츠에서 나오고, 그런 콘텐츠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통해서 “블룸버그라는 후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느냐는 것이고, 타겟이 되는 유권자층이 그 후보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부정적인 인상("지루한 부자”)을 상쇄할 수 있느냐이다. 그렇다면 이 캠페인은 충분히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치적 가능성/위치(standing)를 잘 아는 후보가 소셜에서의 바이럴을 잘 아는 전문가를 믿고 맡긴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