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무지하다는 전제에서 읽어주세요. 그래서 더 많이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가정으로 출발하자. 여기 A라는 뉴스의 원본이 존재한다. 원본 기사를 작성하는데 수 시간의 노동이 투입된다. 일부 기사는 단 몇 십분에 불과할 테지만 탐사보도와 같은 기획물들은 수 주, 수 개월씩 걸리곤 한다. 이렇게 작성된 기사는 CMS를 거쳐 온라인에 게재된다. 온라인(자사 사이트)에 게재되기 직전 기사를 A’라고 하고 온라인에 게재된 기사를 A”라고 하자. 이 과정에는 편집기자의 다양한 노동이 개입된다.
- A = 취재 기자의 노동 시간
- A’ = 취재 기자 노동 시간 + 편집 기자 노동 시간
- A” = 취재 기자 노동 시간 + 편집 기자 노동 시간 + 복제 관련 노동
A와 A’ 기사의 가치는 분명 다르다. A’ > A 임은 상식이다. 물론 그것이 인쇄매체에 게재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인쇄매체엔 대신 윤전 노동 시간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A라는 기사를 네이버에 보낸다고 가정하자. 이를 ‘A-naver’라고 부르자. ‘A-naver’는 엄밀히 보면 복제본이다. 복제본 ‘A-naver’라는 독립적인 상품(1단위 상품)은 가격이 얼마라고 봐야 할까. 일단 생산함수 개념으로 접근하면 원본과 달리 그 어떤 생산요소 투입도 이뤄지지 않는다. 일부 들어간다면 네이버의 뉴스 매핑 시스템 개발 비용일 테다. 이는 수만건의 기사를 처리하므로 투입 자본으로만 보면 0에 수렴할 정도로 볼 수 있다.
다시 질문해보자. 복제본 ‘A-naver’는 얼마의 시장 가격을 갖는다고 평가해야 할까? 예를 들자. 반 고흐의 작품 ‘빈 센트 반 고흐 자화상’ 원본은 1660억원에 거래됐다. 그렇다면 이를 사진이든 스캔이든 복제한 그림은 가격이 얼마여야 할까? 복제본은 인터넷에 널려있다. 당신이 평가해보시라.
인터넷에 복제본으로 올라와있는 반 고흐의 자화상의 시장가격은 얼마라고 해야 할까
가치와 가격의 괴리
기사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장가격에 대한 의견을 묻고자 함이다. 디지털 복제된 기사의 시장가격은 실상 매겨지기 어렵다. 수요공급이론으로 접근하면? 과소 공급되거나 과대 수요가 존재하는 일부 기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가격을 가질 테지만 그 외엔? 게다가 그것이 복제본이고 원본 접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 누구도 보지 않는 고품질 기사는 사실 시장에선 가격 ‘0’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꼴을 인정해야만 할까?
그렇다. 여기서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발생한다. 두 가지 경우다.
- 1) 가치 > 시장가격
- 2) 가치 < 시장가격
포털 등에 공급되는 시장가격은 낮을 수 있지만 그것의 사용가치가 높을 경우가 있다. 혹은 노동투입 시간에 의해 이미 높은 가치를 형성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거의 거래되지 않거나 가격 형성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보도자료를 베껴 쓴 기사는 노동투입량이 최소 수준인데도 외부엔 그 이상의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다. 다양한 바이럴 뉴스 포맷이 여기에 해당할 수도 있다. 오케이.
저널리즘적 측면에서 해당 원본 기사는 높은 사용가치을 지니지만, 시장에선 거의 거래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A-naver’와 같은 복제본이다. 여기엔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산 노동’의 투입되지 않는다. 원본의 복제를 담당하는 소프트웨어와 처리한다. 죽은 노동의 투입이다.
오늘은 여기서 마감하자. 복제본 기사 ‘A-naver’의 가격은 얼마가 적당할까? 박정우의 논문 ‘정보재 가치와 플랫폼: 양면시장을 고려한 정보재 가치논쟁의 검토’로 마무리 하면.
“기업이 생산공정만을 위한 조직체계가 아니라면, 정보재의 가치를 분석하기 위해서 생산공정에 기초를 둔 전통적인 모형(대표적인 예로 투입산출모형과 생산함수)의 보완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엔 저작권과 독점 가격 혹은 양면시장과 뉴스의 상품가격을 적어볼까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