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숏폼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요?'
새로운 인기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이런 류의 질문을 자주 받게 됩니다. 트위터가 가파르게 성장할 때, 유튜브가 뉴스 생태계를 휘어잡을 때, 틱톡이 새로운 유입 창구로 각광을 받을 때... 늘 언론사들은 새로운 트래픽을 유입시켜주는 플랫폼을 찾아 부나방처럼 떠돕니다. 필요하면 인턴 등을 고용해 제작 대응을 하죠. 더 많은 트래픽을 자사 사이트로 몰아오기 위해서입니다. 때론 광고 수익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신문사는 영상으로, 방송사는 뉴스레터나 텍스트로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포맷 전환'의 시도를 이어갑니다.
전쟁과 전신(telegraph) 그리고 역피라미드 구조
새로운 기술은 늘 새로운 뉴스 포맷에 대한 과제를 던져줍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보도용 기사의 고전 포맷이라 할 수 있는 역피라미드 기사. 그것의 시작은 1800년대 중반입니다. 일단 4가지 사실을 열거해 보겠습니다.
- AP(Associated Press) 설립 : 1846년
- Western Union Telegraph Company 출범 : 1856년
- 미국 남북 전쟁 : 1861~1865년
- Western Union Telegraph 미국 역사 첫 독점 기업 : 1866년
AP가 웨스턴 유니언과 매우 가까워진 것은 1850년 후반부터입니다. 즉 Western Union Telegraph Company가 출범한 뒤부터 서로가 서로를 적절히 이용했죠. 그리고 곧장 독점 구도로 나아가게 됩니다. 잠시 제가 읽은 논문의 한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1846년에 설립된 NYAP는 전신과 신문 부문 모두에서 영리한 전략을 구사하여 미국 최초의 민간 부문 국가 독점 언론사라는 의심스러운 명성을 얻었습니다. 1850년대 중반부터 AP와 웨스턴 유니온은 매우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었습니다. '쌍두(double headed) 독점'이라는 현대적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달라붙은 두 기업은 미국 남북 전쟁 때에도 긴밀하게 협력했습니다. AP는 전황 보도를 신속하게 생산하고 웨스턴 유니언은 이를 위한 전신 플랫폼을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형태였습니다. 웨스턴 유니언이 남북 전쟁 이후 미국 역사 최초의 독점 기업으로 '찍힌' 사실이 증명하다시피 그 규모는 지금의 구글과 비견될 만합니다. 강력한 기술 플랫폼 기업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역피라미드 뉴스 포맷은 이러한 독점의 밀월 속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당대 독점적인 플랫폼 기업의 기술에 빠른 전황 보도의 니즈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전신에 최적화한' 뉴스 포맷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죠. 포맷과 효율화의 관계는 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미 다양한 소스를 통해 확인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전신 이후의 뉴스 구조와 기술 : 특집-모래시계-똑똑한 간결 구조

특집 스토리(Feature Story) 구조 : 1800년대 중후반을 풍미했던 역피라미드 뉴스 구조는 1900년대 초 들어오면서 새로운 뉴스 구조와 만나게 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특집 기사 구조입니다. 특집 이야기 구조는 1912년 처음 교과서에 등장한 이후 1925년 'Blue Pencil Clud' 소속의 해링턴에 의해 내용과 구조가 정의됩니다. 특집 기사 구조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기술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논문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뉴스에 실릴 만큼 중요하지 않은 내용도 종종 좋은 특집 기사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신문은 이러한 비뉴스 소재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데, 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인간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Steensen, 2011)
특집 스토리 구조의 등장과 부상은 1-2차 세계대전 시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이 당시 인쇄기계의 혁신이 빠르게 일어났고, 가구당 신문 구독수도 3부에 달할 정도로 신문 산업이 상승세에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1차 대전 당시 신문 기사에 대한 검열이 강화되던 시기였죠.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비뉴스 소재'의 공간입니다.
비뉴스 소재의 공간이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신문 인쇄기술의 발전과 검열 그리고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우울감 때문입니다. 이전 글에서 한번 소개를 했다시피 지금 한창 다시 유행하고 있는 퍼즐 게임이 미국 신문에 최초로 등장한 시기가 1910년대(1913년)입니다. 신문의 인쇄기술 혁신으로 더 많은 부수를 더 빨리 생산할 수 있게 됐지만 사람들은 매일매일 쏟아지는 전쟁 뉴스로 지쳐만 갈 때입니다. 비뉴스 정보에 대한 수요는 커져갔고, 보다 친근하고 인간적인 스토리에 매료될 때입니다.
가끔씩 단전되는 유선 전신에 얽매일 필요도 없을 때였죠. 신문 지면은 충분히 넉넉해졌고, 비뉴스 이야기에 대한 독자들의 필요도 커지는 시기였습니다. 특집 이야기 구조가 자연스럽게 신문으로 스며들어올 수 있었던 맥락입니다.

모래시계 기사 구조(Hourglass Structure) 구조 : 특집 기사 구조는 뉴 저널리즘의 시기를 넘어가며 내러티브 구조로 굳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미국 언론사를 중심으로 가장 보편적인 뉴스 구조와 포맷으로 안착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한 용도(속보)를 제외하면 역피라미드는 서서히 밀려나게 됩니다. 그 자리를 '모래시계 뉴스 구조'가 채워넣기 시작합니다.
모래시계 기사 구조라는 이름은 1983년 포인터 연구소에 재직했던(물론 지금도 활약하고 있는) 로이 피터 클라크(Roy Peter Clark)가 붙인 것입니다. 워싱턴저널리즘리뷰에 실렸던 기사에 그 이름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당시 몇몇 조간 신문의 기사 구조가 역피라미드와 달리 모래시계와 비슷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해서 그렇게 명명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모래시계 뉴스 구조는 '역피라미드 기사'와 '내러티브 스토리'의 혼종 구조입니다. 서두는 기존 역피라미드의 전통을 따르되 후반부는 내러티브의 이야기 형식을 그대로 끌고 갑니다.

가장 최근의 텍스트 기반 뉴스 포맷은 액시오스의 '똑똑한 간결함'(Smart Brevity)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모바일이라는 디바이스의 조건, 뉴스레터라는 새로운 뉴스 플랫폼의 유행 그리고 매일매일이 바쁜 고위급 직장인들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뉴스 포맷입니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개조식 뉴스 형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똑똑한 간결함' 구조는 완전히 달라진 뉴스의 전송 기술 조건을 상징합니다. 더이상 전신에 의존할 필요도 없고, 기사의 길이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는 기술 조건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웹이라는 기술 공간에서 장문의 텍스트가 전송 과정에서 잘려나갈 이유도 없어졌죠. 오히려 너무 장황하게 길어지는 기사의 흐름이 독자들의 집중력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핵심만 잘 뽑아서 불릿 기호로 처리하면 독자가 중요한 것들만 쉽게 섭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에서 만들어진 뉴스 포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메일 뉴스레터와 모바일에 최적화한 포맷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새로운 유행을 만들억라고 있는 상황입니다.
멀티모달 AI, 포맷과 구조의 경계를 부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여전히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에게 뉴스 포맷과 구조는 골치거리입니다. 하자니 비용이 들고 안하자니 뒤처지는 것 같고, 이미 익숙한 뉴스 포맷을 변경하자니 내부 기자들의 반발도 거세고... 신문사가 영상을 제작하고 방송사가 텍스트를 생산하는 풍경은 너무 자연스러워졌지만 여전히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비용, 조직문화, 관성 등 모든 게 실은 장벽이자 허들입니다.
이제 서서히 이러한 장벽들이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멀티모달 AI의 등장이 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멀티모달 AI는 여러 다른 포맷들을 합성해서 새로운 포맷으로 만들어주는 거대언어모델입니다. 통상은 서로 다른 포맷의 데이터를 쌍으로 학습하며 정교함을 더해갑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가 가장 적극적으로 이런 유형의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오픈소스로 공개까지 하고 있습니다.
메타의 최신 멀티모달 AI인 Emu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Emu는 "명시적 이미지 컨디셔닝을 통한 텍스트-비디오 생성 팩터링"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즉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가 변경되고 비디오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모델입니다. 텍스트를 비디오 포맷으로 전환하는 툴인 셈입니다.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고 유형이지만 품질 향상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실제 작동하는 방식을 아래 이미지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에는 Stable Video Diffusion 모델이 소개돼 화제를 모은 적도 있습니다. 간단한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짧은 영상을 생성해줍니다. 아직은 Gif 정도의 길이밖에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후 모델이 개선되면서 더 긴 영상을 제작하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도 멀티모델 AI로서 강점을 증명해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멀티모달 AI는 포맷 전환의 비용 문제부터 해결을 해줍니다. 이제 해당 포맷을 잘 제작하는 인턴이나 기자를 채용할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전문가 수준의 오리지널 뉴스 생산이 목적이 아니라 기존 포맷을 변환하는 수준의 작업이라면 멀티모달AI가 어느 정도 대신해 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낮은 사용료만 지불하고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자사 CMS에 통합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이를 다룰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의 용도가 아니라면 전환 비용은 높지 않습니다.
수용자 초맞춤형 뉴스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뉴스 구조와 포맷의 전환 비용 감소는 뉴스 산업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비 측면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위 이미지를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뉴스 애그리게이터앱 '아티팩트'의 생성 AI 기능입니다. 어떤 뉴스를 선택하든 상단에 인공지능 버튼을 만날 수가 있는데요. 이 버튼을 클릭하면 5가지의 메뉴가 등장합니다. '요약', '다섯살인 것처럼 설명하기', '이모지', '시', 'Gen Z' 등입니다. 예전 같으면 글을 작성하는 기자가 타깃 수용자에 맞게 글의 포맷이나 구조, 톤을 바꿔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색한 표현이 등장하거나 어설픈 흉내내기 콘텐츠가 탄생하기도 했죠. 50대 기자가 20대향 기사 톤으로 작성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현장에 계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시도가 필요 없게 될 듯합니다.
생성 AI는 글의 구조를 넘어서서 포맷도 바꿔줄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어느 지역 어떤 기자가 작성했는지와 관련없이 모든 기사는 5가지 형식과 구조로 전환이 됩니다. 포맷 전환도 가능합니다. 오른쪽 3개 이미지를 보시면 확인할 수 있듯, 텍스트 기사를 오디오 포맷으로 읽어주는 작업도 수초만 마무리됩니다. 멀티모달 AI가 한단계 더 수준이 높아진다면, 기사를 짤막한 비디오로 전환하는 것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이 될 것입니다.
조만간 독자가 자신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뉴스의 구조, 포맷을 수시로 변경해가며 뉴스를 소비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뉴스 소비의 제어권이 뉴스 수용자에게로 완전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기자는 자신의 강점을 십분 발휘해서 최고 품질의 저널리즘을 생산하면, 독자들은 그것의 길이와 형식, 구조에 상관 없이 그들의 선호대로 뉴스를 변형해 읽고 듣고 시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말 그대로 형식과 구조의 초맞춤화 소비가 곧 다가올 것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참고 문헌
- Steensen, S. (2011). The featurization of journ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