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대초 인도의 GDP는 전세계 경제의 24.5%였지만 영국에서 독립한 1951년에는 2.8%(?)에 불과했다. 영국은 뛰어난 면 방직 기술을 지닌 인도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었을까. 증기방직기를 개발한 뒤 인도 뱅골 숙련된 ‘모슬린’ 방직공의 손목이나 엄지손가락을 자르는 등 가혹한 탄압을 했다.”(KBS ‘바다의 제국’. 3편)

기술은 그 자체의 혁신성만으로 이용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국가라는 권력과 결탁을 통해 혁신의 수용을 강제하고 강압하면서 억지로 수용을 유도하기도 한다.

주경철 교수에 따르면 최고급 모슬린은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 할 만큼 섬세한 품질을 자랑했다. 유럽의 귀족들이 탐을 냈고 영국의 모직 산업을 위축시켰다. 심지어 인도 면직물로 된 의상을 입은 영국 여인들을 길거리에서 구타하고 옷을 찢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도의 면직 숙련공이 영국의 탄압에서 자유로웠다면, 영국의 대인도 관세화 장책이 없었다면 1800년대 산업혁명과 면직산업으로 구축된 대영제국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가끔 우리가 알고 있는 혁신 기술은 혁신적이어서가 아니라 혁신적이어야만 해서 혁신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일지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혁신을 의심하자. 아니 의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