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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흥행작을 선보이며 세계 시장을 향해 약진 중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 유명 콘텐츠 제작사들은 요즘 매우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흥행작은 늘었으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던 제작사들의 주가도 상승분을 반납하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역설적인 상황이다. 왜 그럴까? 자본력을 앞세운 OTT 덕분에 제작 여건이 나아지고 외형상 성장을 구가하는 듯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제작비는 상승하고 편성 기회는 줄어들면서 악전고투 중인 곳이 늘어나고 있다. 해법을 모색함에 있어 근본적으로는 시장구조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즉, 플랫폼들 사이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심화하다 보니 제작 진영은 주체적 경쟁력을 획득하지 못하고 종속변수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위기 속에서 향후의 지속성과 발전을 도모하려면, 의미 있는 상생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때다. (Hallyu Now 57호. 2023. 11+12. 기고글) 

1. K-콘텐츠, 글로벌시장을 향해 약진 중

“아무리 연락해도 대꾸를 않고 콧대가 높던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갑자기 먼저 연락을 해오더군요. 얼떨떨하기도 하지만, 뭔가 해볼 만하겠다는 자신감도 들었습니다.”드라마 <킹덤> 제작사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로부터 몇 년 전, 직접 들은 이야기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결과다.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뒤, K-콘텐츠를 전 세계에 소개하면서 국내 제작 진영에는 이전과 다른 변화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넷플릭스의 자본력과 결합해 세계 시장에 선보이게 되는 콘텐츠들이 속속 늘어났다. 2019년 공개된 <킹덤>을 필두로 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사례는 물론, 방송사들이 제작・편성한 드라마 가운데 화제작을 골라 넷플릭스가 방영권을 확보해 글로벌시장으로 연결한 것이다. 오리지널 제작은 <보건교사 안은영>과 <스위트홈>, <인간수업>, <D.P.>,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를 거쳐 <도적: 칼의 소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방송사 작품을 구매해 서비스하는 사례도 숱하다. JTBC의 <이태원 클라쓰>와 KBS의 <동백꽃 필 무렵>, tvN의 <미스터 션샤인>과 <사랑의 불시착> 등 유명작품을 포함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작품들이 올라와 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를 검색하면 ‘로맨틱한’과 ‘감명을 주는’, ‘범죄수사’ 등 카테고리별 검색 추천까지 해준다.

또한 넷플릭스 협력 작품이 늘어나면서 제작비 상승과 사전제작 보편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넷플릭스 진출 당시 한국의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통상 3억~5억 원 내외였다. 요즘은 20억 원 안팎을 웃돌 정도로 올랐다. ‘쪽대본’은 사라지고 사전제작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제작 품질은 올라갔고, 제작사들의 경쟁력도 높아지면서 제작사의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대표적 수혜 사례다. 익히 알듯이 CJ ENM의 드라마사업본부가 분할해 2016년 신설된 회사다. <도깨비>와 <비밀의 숲>,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등 화제작을 꾸준히 선보인 곳인데, 진작부터 넷플릭스의 구애를 받았다. 넷플릭스는 2019년 스튜디오드래곤과 콘텐트리중앙(前 제이콘텐트리)에 지분투자와 함께 콘텐츠 협력을 약속했고, 우리가 목도했듯 주요한 화제 작품들이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K-콘텐츠가 글로벌시장으로 확장되는 환경 속에서 선두 주자로 각광을 받았다. 주식시장에서도 K-콘텐츠 대장주로 자리매김하며 시가총액이 한때 4조 원에 육박하는 맹위를 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