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희]BTS 성공 키워드#4 - 참여

이번에는 네 번째 BTS 성공 키워드를 알아볼 차례이다. “진정성”, “팬과의 연결”, “남다름” 에 이어 이번에는 “(팬들의) 참여(Engagement)”라는 키워드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일상화되면서 참여(Engagement)는 어떤 창작자나 브랜드에게도 핵심적인 성공 키워드가 되었다. 시청자와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창작자나 브랜드는 각광을 받고, 그렇지 못하면 외면 당하고 잊혀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BTS야말로 이런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절대 못 넘을 것 같던 미국 시장의 진입 장벽을 뚫고 “올해의 아티스트(아메리칸 뮤직 어워드)”가 되게 해 준 일등 공신이 바로 팬클럽 “아미”의 적극적 참여였기 때문이다.

BTS가 세계 정상급 뮤지션으로 성장하는데 변곡점이 된 해는 2018년이었다. BTS는 아미들의 적극적 행동 덕에 2017년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타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공연을 하면서 미국 메인스트림 시장에 존재감을 알렸다. 아미 지도부는 2018년은 BTS가 소셜미디어에서만 있기있는 그룹이 아니라 중요한 뮤지션임을 증명하는 해로 만들기로 결의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위 그래픽에서 보는 것처럼 아미는 2018년 초 ‘2018 Race For Gold’라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빌보드 메인 차트인 싱글 차트 핫 100 10위,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 미국 음반산업 협회(RIAA) 골드 및 플래티넘 앨범 인증,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 아메리칸뮤직어워즈 후보 지명, 그래미 후보 지명, 빌보드 소셜 50 49주 1위. 이렇게 총 7개의 목표를 세우고 아미 멤버들이 적극적 활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아미는 트위터를 적극 활용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빌보드 차트 진입을 위한 정보와 기록을 알려 주는 계정, 전 세계 아이튠즈에서 음원 다운로드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지하고 스트리밍을 독려하는 계정, 투표 목표치 달성과 독려를 담당하는 계정 등 다양한 계정에서 영상과 자료를 만들어 멤버들을 교육시키는 등 앞장서서 끌고 나갔다. 그 결과, 2018년 말에 7개 목표를 전부 달성했고, 그 덕에 BTS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미국 시장의 메인스트림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아미가 BTS를 미국의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인정받는 뮤지션으로 만들기 위해 한 노력을 보면 정말 눈물겨울 정도다. 미국 아미들은 2017년부터 지역 라디오 방송의 DJ들에게 BTS를 알리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빌보드 챠트는 오로지 미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스트리밍과 음반 판매량만을 집계하여 순위를 산정하기 때문에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미국 방송을 타야 했다. 미국 라디오 방송은 진입 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 장벽을 뚫기 위해 아미들은 미국 50개 주를 아우르는 BTSX 50States를 조직하고 지역별로 끈질기게 선곡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선곡이 되었을 경우 대응 매뉴얼’, ‘거절당할 경우 대응 매뉴얼’, ‘방송사가 BTS를 모를 경우 대응 매뉴얼’ 등 다양한 매뉴얼을 배포했는데, 그 안에는 신청곡을 틀어준 방송 프로그램과 DJ들에게는 감사 인사와 꽃다발을 보내자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처럼 아미는 BTS를 미국 대중 음악의 주류로 편입시키기 위해 열정적으로 행동했다. 그렇다면 BTS와 하이브는 이처럼 놀라운 팬들의 참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한 것일까?

1. 도와주고 싶은 “친구”같은 관계

BTS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팬덤을 얻게 된 결정적 이유는 가능한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그들의 남다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 기획사로 데뷔한 지방 출신 멤버들이 정상급 뮤지션으로 자리잡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취약성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멤버들의 모습은 기존 케이팝 아이돌들과는 너무도 달랐다. 많은 아미 멤버들은 자신이 BTS 팬이 된 결정적 계기로  BTS 멤버들이 솔직히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모습 속에서 그들과의  ‘동일시’를 통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경험을 꼽는다. 대부분 케이팝 아이돌들이 멤버들을 최대한 멋지게 포장하여 팬들에게 없는 것을 지닌 멤버들에 대한 ‘선망’을 통해 팬들을 모은데 비해, BTS가 팬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기존 케이팝 “아이돌”과 크게 달랐다.

BTS 트위터에 올라온 뷔, 지민, 정국이 연습 중 쉬는 모습

덕분에 아미는 BTS를 도와주고 싶은 친구처럼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BTS가 엄청난 성공을 해도  멤버와 자신의 거리가 멀어졌다고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이 그들을 그렇게 키워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BTS 멤버들도 세계 정상급 뮤지션의 자리에 오른 뒤에도 여전히 브이라이브를 통해 라면 먹방을 하는 등 수수한 모습을 유지함으로써 팬들과의 거리감을 없애고 있다. 이런 친구같은 관계야말로 아미는 BTS를 위한 일이라면 자기 일처럼, 아니 자기 일보다 더 열정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2.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BTS 세계관”

BTS는 자신들의 음악과 콘텐츠에 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배치했다. BTS와 하이브는 BTS 세계관에 근거한 스토리를 만들고, 파편으로 쪼개 뮤직 비디오, 앨범 자켓, SNS 채널 등의 주요 접점에 뿌려 놓는다. 팬들은 “떡밥”이라 불리는 이야기 파편을 근거로 다양한 해석을 하고 이는 2차 콘텐츠로 연결된다. 이처럼  BTS와 하이브가 만든 스토리와 팬들의 다양한 해석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BTS 세계관”은 음악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묶어줄 뿐 아니라 팬들과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을 만들어냄으로써 팬덤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하이브는 BTS 세계관에서 팬의 적극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19년 2월 진행되었던 ‘아미피디아(Armypedia)’ 프로젝트다. 아미와 위키피디아를 결합한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아미가 직접 참여해 BTS 아카이브를 함께 만드는 이벤트였다. 당시 한참 인기 있었던 <포켓몬 고> 같은 AR게임 인터페이스를 활용해서 전세계 7개 대도시와 온라인 공간에 2080(데뷔부터 게임 당시까지의 일수)개의 QR 코드를 뿌리고 각 QR코드를 가장 먼저 찾은 팬에게는 그 QR코드에 해당하는 날짜를 대표하는 BTS의 추억 콘텐츠를 선정해 업로드할 권한을 주었다. 팬들의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진 BTS 역사 박물관을 새로 하나 만들 수 있으니 아미 입장에서는 얼마나 뿌듯했겠는가.

3. “진정성 있는 경험” 을 함께 하는 의미의 공동체

마지막으로 BTS 팬들에게 아미는 기부 등 선행을 함께하는 의미의 공동체로서 역할함으로써  팬덤 활동을 하는 자존감과 의미를 고양시켜준다. BTS는 자신들이 직접 겪은 경험에 기반한 진솔한 가사를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자’는 강력하고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파했다. BTS의 진정성이 공감을 얻어 유엔 연설로 구체화되자, BTS 팬들은 BTS의 정치적 올바름에 더욱 큰 믿음을 갖게 되었다. 아미 멤버들은 BTS처럼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기부에 참여하거나, 플라스틱 빨대를 안 쓴다거나,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등 자신의 “진정성 있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 격려하는 의미의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BTS 팬들에게 아미 활동은 자신과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충분히 자신의 시간을 쏟을만한 의미 있는 일이 된다. 아미들은 이런 의미의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실제로 아미가 되는 일은 쉽지 않은 여러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BTS 팬클럽 아미는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의미있는 활동인 것이다. 이러니 어찌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참고 자료

홍석경(2020), <길 위에서>, 어크로스
이지행(2019), <BTS와 아미컬쳐>,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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