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세(Robot Tax)와 고만고만한 자동화(so-so automation)

강정수의 디지털 경제 브리핑 #32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 공포가 한국을 강타한지 5년이 지났습니다. 2017년 한국 국회의원 일부가 로봇세 법안을 발의하는 등 로봇에 의한 일자리 축소에 대한 이른바 공포 마케팅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만 제한되지 않았습니다. 2017년 빌 게이츠도 로봇세(Robot Tax) 도입을 주장했으니까요. 로봇세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과연 로봇세가 여전히 필요한지, 관련 논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2019년 미국 슈퍼볼 광고 중 미켈롭(Michelob) 울트라(Ultra) 광고를 보면 로봇은 달리기, 싸이클, 골프 등에서 인간을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로봇이 창밖에서 몹시 아시운 듯이 바(bar)에 보여 즐기고 있는 인간을 응시합니다. 비까지 내리니 로봇은 더욱 처량해 보입니다. 창 안에서 인간은 미켈롭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 광고는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제외한다면 로봇에게 모든 면에서 뒤쳐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019년 슈퍼볼 54개 광고 중 로봇과 AI를 소재로한 광고가 6개였습니다. 이렇게 2019년까지만해도 인공지능자율주행 자동차가 매우 가까운 미래처럼 느껴졌습니다.

2030년 미국 일자리 47%가 로봇에 의해 대체 가능

2013년 프라이(Frey)와 오스본(Osborne)은 세상을 뒤흔드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이들의 모델에 의하면 2030년 미국의 경우 47%의 일자리가 로봇에 의해 대체됩니다. OECD 또한 2018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 공업국가의 경우 2030년 일자리 32%가 자동화의 결과로 사라질 가능성은 50%에서 70%입니다. 이 예측들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자동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과거부터 진행되어온 업무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이 소리없이 다양한 산업 및 업무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의 케빈 루즈(Kevin Roose)는 RPA에 의한 이른바 어정쩡한 또는 고만고만한 자동화(so-so automation)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RPA 시장은 2020년 12% 성장했고, 2021년 20% 성장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RPA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 기업은 Automation Anywhere, Blue Prism, UiPath 등입니다. RPA 소프트웨어의 1년 이용 가격은 평균 1만 달러입니다. 연간 1만 달러를 투자하면 2명에서 4명의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습니다.

The Robots Are Coming for Phil in Accounting
Workers with college degrees and specialized training once felt relatively safe from automation. They aren’t.

로봇이라는 의인화된 대상이 아니라 RPA라는 소프트웨어가 인간 일자리를 조금씩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로봇세에 대한 논쟁도 다른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RPA라는 소프트웨어에 로봇세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일자리 축소 효과가 크다고 자동화 기술에 세금 부여는 타당할까요?

로봇에 의한 가시적인 일자리 대체는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자동화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부의 불평등 심화를 지적하며 로봇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작지 않습니다. 아래 WSJ은 로봇세 도입 논쟁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The ‘Robot Tax’ Debate Heats Up
A debate is heating up over whether businesses should pay up when they replace human workers with machines.

자동화와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축소 효과가 기술 투자에 따른 일자리 증가 효과보다 크다는 점은 에이스모글루(Acemoglu)와 레스트레포(Restrepo)가 2019년 논문에서 매우 훌륭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자동화에 관심있으신 분에겐 이 논문을 적극 추천합니다).

Automation and New Tasks: How Technology Displaces and Reinstates Labor
(Spring 2019) - We present a framework for understanding the effects of automation and other types of technological changes on labor demand, and use it to interpret changes in US employment over the recent past. At the center of our framework is the allocation of tasks to capital and labor—the task…

이 두 학자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해도 AI와 자동화 기술에 세금을 부여하는 것이 전체 경제 및 사회에 효과적인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로봇세 찬성 근거:

  • 인간 노동에는 (작지 않은) 세금이 부여되고 있습니다.
  • 자동화, AI, 로봇 등을 포함 자본 투자에는 다양한 세금 감면 혜택이 있습니다.
  • 결과적으로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자본 투자 또는 기술 투자에 대한 동기 부여가 기업에게 주어집니다.
  • 이러한 동기에 대한 사회적 조정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로봇세가 담당할 수 있습니다.

로봇세 반대 근거:

  • 로봇이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것은 학술적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 2020년 11월 MIT 보고서에 따르면, AI와 자동화가 일자리에 미치는 효과는 2차 대전 이후 2000년까지 진행된 기술 투자가 일자리에 미친 효과와 유사한 크기입니다. 과거 기술 투자에 대한 다양한 감세는 더 많은 기술 투자로 이어졌고 이는 경제 성장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 2021년 3월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로봇에 투자를 하는 기업이 로봇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보다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었습니다.
  • 로봇세는 로봇, AI, 자동화에 대한 투자를 축소시킬 수 있고,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 재정 입장에서 볼 때 세수 축소로 이어집니다.
  • 로봇세에서 이야기하는 로봇에 대한 정의(definition)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 대다수는 어떤 지출을 로봇 지출(Robotics Expenditures)로 분류할지 몰라하고 있습니다. 어떤 수준의 자동화 기술에 로봇세를 부과해야하는 걸까요?

Exciting f(x) 구독자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로봇세 도입 필요할까요? RPA 소프트웨어 또한 로봇세 대상에 포함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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