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요한슨, 스트리밍 전쟁판을 흔들다! - 디즈니에 소송

영화 '블랙 위도우'의 주인공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이 디즈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죠.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걸린 중요사안이어서 앞으로 결과에 따라 파장이 제법 클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소송 관련, 양측 입장은 무엇인지... 그리고 스트리밍 사업자들에게 어떤 여파가 있다는 건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왜 소송을?

당연히 '돈' 때문입니다. 디즈니가 '블랙 위도우'를 영화관과 OTT(디즈니플러스) 동시개봉 했죠. 그런데 요한슨측은 처음 약속은 '극장 개봉' 얘기만 있었는데 디즈니가 일방적으로 동시개봉을 했으니 계약 위반이라는 겁니다.('극장 개봉'이라 함은 영화관에서 개봉한 뒤 통상 3개월 정도 이후에 OTT 등 여타 window에 공개하던 홀드백 방식을 적용하는 걸로 이해했다는 것)
아울러 자신들의 수익이 줄었으니 그 '미실현수익'에 대해 디즈니가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요한슨측이 추정한 손실액 규모는 5,000만달러(550억원) 정도라고 하네요.

2. 디즈니의 입장은?

"슬프고 고통스럽다"는 얘기와 "계약상 문제 없고, 재고의 가치가 전혀 없다"는 설명등 전면적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요한슨은 출연료로 지금까지 2,000만달러(약 220억원)를 받았고 앞으로 디즈니플러스(OTT)를 통한 수익 일부를 배분받을 것이라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디즈니가 말하는 디즈니플러스의 수익배분은, '프리미어 액세스' 수익의 배분을 말하는 것인데요. '프리미어 액세스'는 기존 구독료 외에 추가로 30달러를 내면 극장 개봉작을 동시에 볼 수 있게 한 상품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국에서 OTT 동시개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이렇게 소송까지 하는 것은 코로나를 무시하는 것이란 얘기도 합니다. '뭔가 합리적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배우가 너무 돈을 밝히는 것 아닌가', 그런 뉘앙스가 풍기는 대응입니다. (물론, 요한슨측은 디즈니가 인격적 공격을 했다고 비난하며 즉각 반격했네요)

3. '블랙 위도우'의 수익은?

개봉 첫 주말 영화관에서만 총 1억5,800만달러를 벌어들였어요. (북미 티켓판매에 8,000만달러, 글로벌에서 7,800만달러) 코로나 시국에서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세운거죠. 게다가 디즈니+ 프리미어 엑세스를 통해 6,000만달러 남짓을 벌었다 합니다. 이때까지는 화려한 출발에 모두 고무된 상황이었는데요. 그런데, 개봉 다음주부터 영화관 티켓 판매가 급격히 줄었고 지금은 마블 영화 사상 최악의 흥행성적을 기록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는데요. 전체 수익이 예상보다 쪼그라들면서 관계자 사이의 분쟁이 생기는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여기서 잠깐. 열흘전 쯤에 이런 사태를 예고라도 하듯 '블랙 위도우 동시개봉 실적의 의미'에 대해 제레미님이 씨로켓에 기고한 글이 있었지요. 꼭 읽어보시길..)

‘블랙위도우’ 동시개봉 실적의 의미
마블 스튜디오의 페이즈 4의 시작을 알리는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Black Widow)’가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된 지 2주 정도가 지났다. 필자는 방역수칙을 꼼꼼하게 지키고 있는 극장에서 관람하였는데, 벌써 200만 명을 기록하였다. 팬데믹 이후 최고의 극장 관객수 기록‘블랙위도우’의 주연인 스칼릿 조핸슨은 이 영화를 끝으로 마블 유니버스에서 더 이상 볼


4. "진짜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

CNN에 출연한 미디어 평론가 프랭크 팔로타(Frank Fallotta)는 이 소송건은 좀 더 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할리우드는 이제 거대한 전환점에 섰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 점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출연자 등에 대한 보상방식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거죠.

결국 영화를 둘러싼 이용자 접점의 변화와 함께 시장 질서가 새롭게 정렬되기 시작한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 속에서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할리우드 스튜디오(제작자, 감독, 배우 등) 및 극장 사업자와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 간의 수익성 이슈(지속성과 생존의 문제)가 맞부닥치고 있는 것이죠. 스트리밍의 커다란 전쟁터도 격렬하지만, 어찌보면 이 전쟁터는 눈앞의 '밥그릇 문제'가 달린 중요한 헤게모니 쟁탈전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워너브러더스와 HBO Max 사례를 통해 이미 이러한 갈등은 시작됐었다고 봐야겠습니다. 지난 연말 워너브러더스가 2021 개봉작 17편을 HBO Max를 우선해서 동시개봉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반발한 사건이죠. 그렇다보니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디즈니가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굳이 왜 이 지경까지 오도록 상황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5. 스트리밍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은?

스칼렛 요한슨의 소송건이 어떻게 결론날 지가 주목됩니다. (사실, 법정으로 가기 전에 비공개로 서로 타협하며 해결될 여지도 있어보입니다. 그리고 전환의 큰 수레바퀴는 이미 굴러가기 시작했고, 되돌리기는 힘들지 않나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명감독과 배우들도 유통방식과 시장질서의 변화를 거부하기보다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게 되는 국면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만약 요한슨이 승소할 경우 시장 여파는 클 것입니다. 당장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상당히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크게 봐서는 앞서 지적한 '홀드백'을 통한 영화관 박스오피스 수익이 보전되면서 스트리밍쪽으로 전환중인 수익성이 유보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요.

게다가 디즈니플러스의 '프리미어 액세스'와 같은 상품 모델처럼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새로운 상품 모델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세가 꺾일 것입니다 더불어 신규 이용자 유입효과도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요한슨측은 프리미어 액세스 배분 외에 이처럼 '블랙 위도우'를 통한 신규 가입자에 대한 수익 배분도 요구했다고 합니다)

제레미님도 글에서 지적했지만,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입지와 무게중심은 결국 전환돼 가지 않을까 하는 이슈와 그 둘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과제 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HBO Max건과 이번 소송건을 지켜볼 때, 당분간 시장 질서의 혼란 속에서 갈등과 분쟁, 시행착오는 불가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존의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시장질서의 형성 주체는 결국 이용자일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씨로켓에서 OTT 관련 글을 모아둔 섹션이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OTT - 씨로켓 [C-Rocket]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칭하는 OTT(Over The Top) 관련 글을 모은 섹션입니다. 최근 미디어세상에서 OTT 전쟁의 불꽃이 한창 타오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격돌과 함께 국내 웨이브, 티빙, 왓챠 등의 서비스도 이용자 접점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죠. 함께 팔로업 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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