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죠. 한때 '마법의 도구'라 불릴 정도로 탁월한 CMS으로 명성을 얻었던 코러스(Chorus)를 복스 미디어가 더이상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코러스로 구축된 모든 사이트들은 워드프레스 VIP로 이전한다고 발표와 함께. 아마 CMS라는 콘텐츠 관리 도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분들이라면 코러스라는 이름을 안 들어본 이들이 없을 겁니다. 그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던 기술 스택입니다. 이 중요한 기술 자산을 복스 미디어가 포기한 것은 누가봐도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CMS는 지금도 모든 언론사들의 중요한 기술적 관심 대상입니다. CMS의 기술적 수준이 디지털 전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서입니다. 많은 언론사들이 자체 CMS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실제 그 기술을 내재화한 사례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선 더더욱 그렇습니다. 심지어 복스 미디어는 코러스를 SaaS로 구축해 라이선스 사업으로 연결시키기도 했습니다. 기술적 자신감을 드러낸 사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022년 12월 이 사업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6월이 지나 아예 이 기술의 개발을 포기하는 선언을 한 것입니다. SBnation에서부터 시작된 거대한 기술 프로젝트로서 코러스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프로덕트의 진화를 주도했던 이들(대표적으로는 Trei Brundrett)도 속속 복스 미디어를 떠나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배경 (1) - 합병에 따른 기술 복잡성의 증대
복스 미디어는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미디어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아래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2015년부터 여러 미디어 브랜드를 인수 또는 합병하면서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카라 스위셔 등이 운영했던 Re/cord를 2015년 인수했고, 2019년에는 뉴욕미디어와 합병했습니다. 2년이 지난 뒤에는 그룹나인 미디어까지 매입을 했죠. 복스 미디어가 거느리고 있는 미디어 브랜드만 십 수개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늘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