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노동, 무한 선택, 그리고 AI 시대의 새로운 희소성: AI가 희소했던 것을 풍요롭게 만들수록, 희소한 것은 생산 능력이 아니라 판단, 주의력, 책임 그리고 ‘일을 끝낼 권리’가 된다

AI 에이전트에 대해 우리가 자주 떠올리는 이미지는 ‘자율적으로 일하는 디지털 직원’이다. 사람이 목표만 알려주면 알아서 자료를 조사하고, 코드를 작성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필요한 도구를 호출한 뒤 결과를 가져오는 직원이다. 인간은 일을 시키고 AI는 일을 한다. 이렇게만 보면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인간에게 더 많은 여유를 가져다줘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AI 에이전트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험에서는 정반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AI가 일을 대신해주는데 사람이 더 피곤해진다.”

직접 코드를 작성할 때보다 AI에게 코드를 작성시키는 사람이 더 지친다. AI가 조사와 분석을 대신하는데도 인간의 집중력은 오히려 더 잘게 쪼개진다.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개의 AI 에이전트를 돌리면 생산량은 엄청나게 증가하지만, 정작 하루가 끝났을 때 머릿속은 이전보다 훨씬 더 피곤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지금의 AI 에이전트는 자율적인 직원이라기보다 ‘계속 질문하는 유아’에 가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