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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다시 귀해진 '현금'

AI가 금리 쇼핑을 대신하면…은행의 마지막 경쟁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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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은행의 오랜 경쟁력 가운데 하나였던 ‘고객이 귀찮아서 돈을 그냥 둔다’는 관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② AI 에이전트가 현금을 어디에 둬야 가장 수익률이 높을지까지 알려주는 시대가 찾아왔기 때문인데요.
③ 금융회사의 새로운 경쟁은 돈을 빌려줄 고객을 찾는 것 못지않게, 돈을 맡겨둘 고객을 붙잡는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가치 높아진 현금

  • 한동안 금융시장에서는 ‘현금은 쓰레기(Cash is trash)’라는 말이 통했습니다.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 예금이나 단기 국채,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을 넣어둬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은행 역시 고객에게 높은 예금금리를 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 하지만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현금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이자가 크게 달라졌고, 시장에서는 높은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싸게 조달할 수 있었던 고객 예금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진 것입니다.
  • 문제는 경쟁자도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기존 은행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과 네오뱅크, 스테이블코인, 토큰화된 미국 국채, 국채 ETF까지 고객의 현금을 노립니다. 예전에는 은행 계좌에 그냥 놔뒀던 돈이 이제 조금만 움직이면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 AI가 ‘귀찮음’까지 없앤다

  • 여기에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최근 메타의 AI 에이전트 ‘Muse’가 주목받자 금융시장에서는 AI가 고객 대신 가장 높은 금리를 찾아 자동으로 돈을 옮기는 시대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 지금까지 금융회사에는 강력한 무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고객의 ‘관성’입니다. 다른 곳에서 금리를 조금 더 준다고 해도 계좌를 새로 만들고 돈을 옮기는 일이 귀찮아 그냥 기존 은행에 두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AI에게 “내 현금을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곳에 넣어줘”라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면 이 장벽은 크게 낮아집니다.
  •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이번 주 메타 주가는 11% 넘게 오른 반면 KBW 나스닥 은행지수는 약 3% 하락했습니다. 특히 찰스슈왑과 LPL파이낸셜은 하루에 각각 6%, 7% 넘게 떨어졌고 뱅크오브아메리카·JP모건·웰스파고도 3% 이상 하락했습니다. 모두 고객의 현금을 확보해 이를 운용하면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들입니다.

💰 예금도 ‘금리 쇼핑’ 시대

  • 이미 은행들은 고객에게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대출에서 받는 이자도 늘지만, 예금 고객 역시 “왜 내 돈에는 이자를 더 주지 않느냐”고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올해 은행주가 시장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나타난 것도 예금 조달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 최근 미국 암호화폐 규제법안 ‘클래리티법’을 둘러싼 치열한 로비전의 핵심에도 결국 고객의 현금이 있었습니다. 은행들은 암호화폐 업체들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이자와 비슷한 ‘보상’을 제공하면 은행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통은행과 암호화폐 기업의 규제전쟁처럼 보였지만 본질적으로는 누가 고객의 현금을 보유할 것인가를 둘러싼 싸움이었던 셈입니다.
  • 고객 행동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컨설팅업체 사이먼쿠처 조사에서 미국 은행 고객의 12%는 이미 하나의 ‘주거래 은행’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비율은 2029년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러 금융회사를 오가며 조건이 좋은 곳을 선택하는 고객이 늘수록 은행 간 금리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저축마저 줄어들다

  • 더 큰 문제는 은행들이 나눠 가질 ‘현금의 파이’ 자체가 넉넉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지난 4월 2.6%까지 떨어져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JP모건 이코노미스트들은 에너지가격 상승만으로도 2월부터 9월 사이 저축률이 0.5%포인트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 고령화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은퇴를 위해 돈을 모으던 사람들이 이제 저축을 꺼내 생활비로 쓰기 시작하면 금융기관들은 더 제한된 자금을 놓고 경쟁해야 합니다. 돈이 경제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저금리 개인계좌에서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다른 금융계좌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 AI 투자 붐도 역설적으로 예금 경쟁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등 AI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기업의 회사채 발행과 은행 대출 수요가 커지면 이를 뒷받침할 자금도 더 많이 필요합니다. AI가 한쪽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고객 돈을 더 쉽게 움직이게 만드는 셈입니다.

🔄 은행의 돈 버는 법도 바뀐다

  • 은행과 증권사도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의 저금리 현금을 확보해 운용수익을 얻는 데 의존하기보다 구독료나 서비스 수수료처럼 다른 수익원을 키우는 방식입니다. 로빈후드의 유료 서비스 ‘Gold’가 대표적입니다. 고객에게 미투자 현금에 연 3.6%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구독료를 받습니다.
  • 이미 변화는 상당 부분 진행됐습니다. 2022년 이후 높은 금리가 몇 년째 이어지면서 증권계좌에 아무 이자도 받지 않고 방치된 현금 비중은 과거 제로금리 시대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고객들이 이미 MMF나 고금리 상품으로 돈을 옮기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 앞으로 AI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금융서비스와 결합하면 이 흐름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고객은 은행 브랜드보다 지금 내 돈에 가장 높은 수익을 주는 곳을 찾아 움직이고, AI가 그 탐색과 이동 비용까지 없애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https://www.wsj.com/finance/investing/in-the-age-of-ai-cash-is-still-king-d527ee2d?mod=hp_minor_pos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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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코어 에디터 (미라클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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