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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국영기업 지분매각 돌입…"민영화는 싫지만 돈은 필요"

민영화 대신 지분매각…인도의 실용적 국가자본주의

☎️ 전화도 국가가 만들던 시절

  • 과거 인도에서는 전화기가 ‘죽었다’며 가짜 장례식을 치르는 풍자가 유행했습니다. 국영 통신회사가 설치한 전화선이 워낙 자주 먹통이 됐기 때문입니다. 수리기사가 나타나기만 해도 VIP처럼 대접받았을 정도였습니다. 인도식 국가자본주의가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화입니다.
  • 인도는 독립 이후 국가가 경제의 핵심 산업을 직접 소유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철강·비료 같은 중공업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봤고, 딸인 인디라 간디 총리는 1969년 주요 은행 대부분을 국유화했습니다.
  • 하지만 국가가 생산과 투자를 촘촘히 통제하던 이른바 ‘허가제(라이센스 라지, Licence Raj)’ 체제는 비효율을 키웠고, 결국 1991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대대적인 시장 개방이 시작됐습니다.

🏭 더 늘어난 국영기업

  • 경제는 개방됐지만 국영기업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인도 정부는 여전히 호텔과 관광기업부터 조선사, 시계회사까지 다양한 기업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과거 전화 독점기업도 BSNL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국영기업으로 남아 있습니다. 민간 통신사들이 초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을 뿐입니다.
  • 오히려 중앙정부 소유 공기업(CPSE) 수는 1991년 236개에서 현재 291개로 35년 만에 55개나 늘었습니다. 다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었습니다. CPSE의 생산 규모는 2006년 국내총생산(GDP)의 11%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 아래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업 수는 많지만 민간경제가 훨씬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대적인 영향력이 작아진 것입니다.
  •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2014년 집권 초기에는 민영화를 추진했습니다. 2022년 국영항공사 에어인디아를 타타그룹에 매각하며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대형 민영화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굵직한 매각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202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잃고 연립정부를 꾸리게 되면서 대규모 민영화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민영화는 구조조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정치권 입장에서는 국영기업을 통한 인사와 지역 이해관계까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 대신 ‘조금씩 팔기’

  • 그래서 인도 정부가 택한 방식이 민영화(Privatisation)가 아닌 지분매각(Disinvestment)입니다. 회사를 통째로 민간에 넘기는 대신 주식 일부만 투자자에게 팔아 정부의 경영권은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2026~2027 회계연도 지분매각 목표는 8000억루피(약 1조 1000억원)로, 전년도 3380억루피(약 4500억원)에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 이 방식은 정부 입장에서 장점이 많습니다. 주식시장에 지분을 내놓으면 민간 주주들의 감시와 시장의 평가를 받기 때문에 국영기업에도 어느 정도 경영 규율이 생깁니다. 동시에 정부는 최대주주로 남아 배당을 계속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인도 재무부가 CPSE에서 받은 배당금은 2020년 47억달러에서 2025년 82억달러로 늘었습니다. 회사를 팔지 않고도 지분매각 대금과 배당수익을 동시에 챙기는 셈입니다.

📈 AI 붐에 국영기업 몸값도 UP

  • 때마침 시장 상황도 인도 정부에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힌두스탄 코퍼, 콜 인디아, 국영수력발전회사(NHPC) 같은 ‘올드 이코노미’ 국영기업들의 몸값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전력 수요가 커지고 전자제품과 전력망에 필수적인 구리 수요도 증가했습니다.
  • 코로나19 이후 인도 증시 자체가 재평가된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상장 CPSE의 합산 시가총액은 2020년 3월 1090억달러에서 4000억달러로 약 3.7배 뛰었습니다. 주가가 높아진 지금 일부 지분을 팔면 정부가 같은 지분을 팔고도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회계연도에는 이미 55억달러를 조달해 연간 목표 84억달러의 상당 부분을 채웠습니다.
  • 팔 수 있는 지분도 아직 많습니다. 인도 상장기업은 원칙적으로 단일 주주가 최대 75%까지만 보유할 수 있지만 정부는 국영기업에 예외를 적용받아 그 이상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75%까지 낮추는 것만으로도 약 140억달러를 추가 조달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옵니다. 실제 인도 최대 보험사 LIC는 정부가 지분 6.5%만 팔아 33억달러를 확보했지만 여전히 약 9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반쪽짜리 민영화

  • 그렇다고 인도가 본격적인 민영화로 방향을 튼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경영권까지 민간에 넘기는 매각은 사실상 멈춰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굵직한 사례는 중형 은행 IDBI은행 정도입니다. 이마저도 유력 인수자인 캐나다 금융회사 페어팩스가 가격 인하를 요구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매각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 인도의 선택은 그래서 독특합니다. 국영기업을 없애지는 않되 시장에 조금씩 노출시키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경영권과 배당을 유지하고, 민간 투자자는 일부 지분을 보유하며 기업을 감시하고, 재무부는 필요할 때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합니다.
  • 1991년 시장개방 이후 35년이 지났지만 인도는 국가자본주의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국가가 기업을 소유할 것인가, 민간이 소유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에서 벗어나 국가가 소유하되 일부를 시장에 파는 절충안을 택했습니다. 민영화의 정치적 비용은 피하면서 시장의 돈과 규율은 끌어오는 것. 지금 인도 정부가 국영기업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26/09/17/at-last-india-is-getting-serious-about-selling-state-ass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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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코어 에디터 (미라클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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