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희#4] 콜드플레이가 BTS와 협업한 까닭은?

BTS 신곡 “My Universe”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또 1위를 차지했다. 곡을 내놓는 족족 1위를 차지하니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아서 뉴스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이번 곡은 특별했다. 나의 최애곡 중 하나인 “Viva la Vida”를 부른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해 만들어진 노래기 때문이다. 다소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궁금했다. BTS와 콜드플레이가 어떻게 콜라보를 하게 되었을까? 누가 먼저 제안했을까? 누가 더 원했을까?

유튜브 방탄TV채널에 공개된 “My Universe” 다큐멘터리를 보면 콜드플레이 리더 크리스 마틴은 18개월 전 BTS가 먼저 콜드플레이와 함께 곡을 하나 하고 싶다고 제안 받았다고 했다(음... 그럼 그렇지, BTS가 먼저 제안했군). 그런데 그 다음 과정을 보면 콜드플레이도 진심으로 BTS와 협업하고 싶었던 것 같다. “My Universe” 곡을 만들고, BTS 맞춤형으로 편곡을 하고, 엄중한 코로나 방역을 뚫고 한국까지 날아와 함께 작업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둘 다 서로 함께 하고 싶었던 행복한 협업이었다고 결론을 내기로 한다(왠지 작위적이지만).

콜드플레이는 왜  BTS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을까? 그 이유는 “BTS를 자신들과 전혀 다른 능력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밴드로서 존경한다”는 크리스 마틴의 언급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신곡을 내면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하는 BTS의 인기도 한 몫 했겠지만 자신들과 합주를 할만한 아티스트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함께 했을 것이다. 크리스 마틴은 BTS를  콜드플레이처럼 악기를 들고 함께 연주하는 전통적인 밴드는 아니지만 여러 명이 함께 퍼포먼스를 하는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가진 밴드라고 표현했다.

나는 BTS가 이뤄낸 여러 중요한 성취 중 하나가 퍼포먼스로 승부하는 K-POP 스타일을,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와 다를 바 없는 예술적 형식 중 하나로 인정받아냈다는 점을 꼽는다. 아래 기사에서처럼 BTS 이전 K-POP 밴드들은 “기획사 주도로 만들어진 문화 상품”이고, 그들의 집단 칼군무 역시 예술적 표현이기 보다는 기계적 연습의 결과라는 평가였다.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면 BTS는 어떻게 이런 인식 전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나는 그것이 BTS가 세계 음악 시장의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비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과연 무엇일까?

#1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BTS가 콜드플레이 같은 대선배로부터 함께 협업할만한 밴드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첫번째 이유는 리더인 RM을 비롯하여 BTS 멤버 각각이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계속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BTS의 음반을 보면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한 곡들이 많다. 또 멤버들은 개인적으로 사운드 클라우드 같은 음악 플랫폼에 자신이 만든 곡들을 공개한다. BTS 소속사 하이브는 해외 공연 투어를 돌고 나면 투어 때 찍은 영상을 편집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공개한다. 그 영화를 보면 바쁘고 피곤한 일정 속에서도 짬을 내서 자신의 음악 작업을 하는 BTS 멤버들의 모습은 감동스러울 정도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BTS 이전에도 빅뱅 등 아티스트 면모를 갖춘 아이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BTS만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BTS처럼 전 멤버들이 모두 음악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아이돌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BTS 이전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음악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은 그들이 예술적 역량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K-POP 시스템이 만들어낸 역할 분담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멤버들 보다는 검증된  전문 프로듀서, 작곡가, 작사가에게 음악 제작을 맡기는 것이  음반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이다. 또 아이돌 멤버 입장에서 보면 퍼포먼스 연습과 각종 일정을 소화하기도 바쁜데 음악 작업까지 하는 것은 웬만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생기고, 아이돌 멤버들은 기획사가 만든 곡을 충실히 소화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왜 BTS는 그 바쁜 와중에도 다른 아이돌과는 달리 자신들의 음악 작업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일까?


#2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진심

“다른 아이돌과 다른 우리만의 차별점이라면 전 멤버가 곡 작사 작업에 참여했다는 점”이라며 “사운드 면에서도 관여를 했고, 개인 안무도 직접 짰다. 힙합팀다운 힙합팀이라는 점이 차별점이라 생각한다"(2013.6.12, MBN 뉴스)
BTS가 데뷔한 2013년 인터뷰 기사 중 일부분이다. 이 인터뷰 내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데뷔 시점에 BTS는 힙합 음악을 하는 팀이라고 자신들을 정의했다. 지금이야 힙합이 대중화되었지만 2013년 당시만 해도 낯선 음악이었다. BTS도 알고 있었다. 같은 기사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나온다. “힙합이 마이너적인 장르로 인식돼 있고, 대중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인식돼 있는데 거꾸로 생각하면 힙합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가볍게 즐기고 모두가 리듬을 타며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BTS는 왜 힙합이라는 낯선 장르를 선택했을까? 사실 BTS의 리더인 RM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유명한 래퍼였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하이브의 전신)의 연습생이 되고 나서도 힙합 음악을 하고 싶어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는 그의 진심을 받아들여 힙합 아이돌이라는 컨셉을 잡고 멤버를 모아 힙합 음악으로 데뷔시킨다. 하지만 데뷔하고 나서도 정통 힙합 뮤지션들은 아이돌이 무슨 힙합 음악이냐고 비아냥댔고 대중들은 낯설어 했다. 힙합 음악에 진심이었던 BTS는 아이돌이지만 자신의 얘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는 힙합 뮤지션이고자 했다. 그렇다보니 전통적인 아이돌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작사, 작곡, 편곡 등 음악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그래서 데뷔 초기 음반에 수록된 곡들의 가사를 보면 기존 아이돌 그룹의 대중적인 가사와는 전혀 다른 10대 후반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3 팬과 소속사를 향한 진심

자신들이 하고 싶은 힙합 음악을 하게 된 BTS는 힙합 뮤지션 답게 자신들의 진심을 담은 음악을 만들고,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 더 멋진 퍼포먼스를 만들어 내는 등 노력하지만 대중의 사랑을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쨌든 조금씩 팬이 생기기 시작하자 BTS는 팬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받는 것이라는 피드백에 따라 소중한 팬 한 명 한명을 위해 소셜 미디어 활동을 열심히 했다. 이 때 소셜 미디어에서 보이는 BTS의 모습은 완벽한 스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땀에 절어 연습실 바닥에 널부러진 모습, 서로 사투리를 써가며 장난 치는 모습. 이때부터 팬들에게 BTS는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도와주고 싶은 동생이거나 함께 성장해갈 친구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이런 소통이 지금의 BTS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정리해 보겠다).

그리고 자신들을 믿고 투자를 해준 방시혁 대표가 고마웠을 것이다. 대중이 힙합 음악을 수용할 것이라는 데이터가 없음에도 자신들의 진심을 받아들여 수십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아이돌 그룹의 컨셉을 힙합으로 하는 결정을 했으니 말이다. 물론 이러한 결정의 밑바탕에는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음악에 식상해 하는 고객을 위해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방시혁 대표의 진심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BTS가 하고 있는 음악이 힙합음악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진심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자신들의 음악이 있었기 때문에 전형적 K-POP 아이돌과는 전혀 다른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진심들이 모여 K-POP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었다. 사실 서구의 많은 양심적인 아티스트들은 오랫동안 자신들과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하는, 하지만 자신들이 인정해줄만한 아티스트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래 크리스 마틴의 얘기처럼.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티스트가 한국어를 하고, 서양의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게 저한테는 특별히 다가와요. 전세계가 하나의 가족이라는 면에서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을 한 사람으로 들여다보고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자신을 찾고 내 자신이 되자는 그런 연대의 메시지가 담겨있어요. 제 생각과 똑같죠” (Coldplay X BTS Inside 'My Universe' Documentary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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