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수의 디지털 경제 브리핑 #29] QR 코드 메뉴 확산과 일자리 위협

위기는 긍정적 의미에서든 부정적 의미에서든 기술 수용성을 크게 변화시킵니다. 그에 따른 경제와 사회 변화는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경우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이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The Economist의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이커머스 습관의 확산은 10년이 필요한 변화였지만, 이 변화가 단 3개월만에 이뤄졌습니다.

New technological behaviours will outlast the pandemic
Italian grannies have discovered online shopping | The World Ahead

코로나 위기에 따른 소비자의 행동 습관 변화교육, 의료, 은행 등 다양한 산업 영역은 변화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백신을 코딩(coding)으로 바꿔버린 mRNA는 2018년에만 해도 이 기술이 실제 적용되기 까지 또는 상용화되기 까지 최소 2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수십 억 명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수용성을 확보한 mRNA 진영은 앞으로 제약 산업의 근간을 바꿀 수 있습니다.

The mRNA vaccine revolution is just beginning
mRNA brought us a Covid-19 vaccine in record speed. Next it could tackle flu, malaria or HIV

QR 코드 메뉴: 식당과 바에서 일자리 위협

기술 수용과 관련하여 작은 변화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QR 코드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에서 QR 체크인은 매우 보편적인 소비자 행동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에서 대중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QR 코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로 그 이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레스토랑 중 절반 이상QR 코드 메뉴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식당 개별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QR 코드를 인식하면 식당 방문자 개인 스마트폰에 메뉴가 나타나고 여기에 페이팔(PayPal), 스퀘어(Square), 신용카드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주문이 완료되는 형식입니다. 식당 이용자 입장에서도 QR 코드 메뉴는 편리합니다. 가장 큰 이익은 대면 접촉을 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추천 메뉴, 할인 메뉴 등을 쉽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추천 메뉴("recommended to you")? 어떻게 가능할까요? QR 코드는 오프라인에서 소비자 행동을 추적(tracking)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 이용자가 어떤 가격대의 어떤 음식을 어떤 술과 함께 어떤 빈도로 먹고 마시는지 QR 코드 메뉴 서비스 공급자와 식당 운영자는 알 수 있습니다. 추천 메뉴 또는 할인 메뉴는 개별 이용자의 이전 소비 데이터가 존재해야 가능합니다. QR코드 메뉴는 개인정보 이슈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 팬데믹이 개인정보 저항감을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식당주에게도 QR 코드 메뉴는 큰 경제적 유익을 선사합니다. 서빙 인력 축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QR코드 메뉴를 사용하는 식당주는 30%에서 50%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QR 코드의 다양한 활용성과 관련 기업은 아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R Codes Are Here to Stay. So Is the Tracking They Allow.
Fueled by a desire for touchless transactions, QR codes popped up everywhere in the pandemic. Businesses don’t want to give them up.

QR 코드 메뉴 또한 (일자리) 자동화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동화를 고만고만한 자동화(so-so automation)라고 부릅니다. 눈에 띄는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대체되는 것만이 자동화가 아닙니다. 서빙을 담당할 사람을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게 하는 기술의 확산이 더 무섭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 뉴욕타임즈 기사를 추천합니다.

The Robots Are Coming for Phil in Accounting
Workers with college degrees and specialized training once felt relatively safe from automation. They aren’t.

위기와 Tech-Celeration

14세기 유럽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 1/3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대대적인 파괴는 혁신을 낳기도 했습니다. 흑사병으로 노동력이 귀해졌습니다. 필사를 담당하던 수도승의 사망은 구텐베르크 금속 활자의 산업화를 촉진시켰던 배경이었습니다. 위기기술 혁신의 사회 수용성을 높입니다.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스페인 독감(Spanish Flu)에 감염된 사람은 5억 명이었습니다. 이 중 사망자는 2천만 명에서 5천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세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해입니다. 두 개의 재앙으로 유럽과 북미 사회는 큰 노동력 감소를 경험합니다. 스페인 독감은 공공 의료(Public Health)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노동력의 손실을 경험한 기업가도 의료에서 정부의 역할에 동의를 표했습니다. 참고로 다수 기업가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노동력 감소를 감가상각으로 처리했습니다. 인간 노동력을 기계로 간주했던 것입니다.

How the 1918 Flu Pandemic Revolutionized Public Health
Mass death changed how we think about illness, and government’s role in treating it

이렇게 위기를 통해 사회의 기술 수용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Tech-Celeration이라고 부릅니다. Celeration은 Celebration에서 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Tech-Celeration은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미와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퀵커머스도 Tech-Celeration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퀵커머스와 오프라인 매장의 운명: 하이브리드 매장
전체 리테일 시장에서 이커머스 비율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음식점을 예외로 하면) 전통 매장의 매출은 감소하고 어느 선을 넘으면 전통 매장 유지가 어려워 집니다. 이런 현상을 현실로 직면한 곳은 락다운을 겪었던 북미와 유럽입니다. 전통 매장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변화를 겪고 있고 어떻게 변해야할까요? 이 글은 그 실마리를 찾아 전통 상점 공간의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 위기, 인류의 운명을 바꿀 거대한 도전입니다. 부정 효과도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각 영역에서 현명한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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