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는 커뮤니티를 사고, FT는 독자를 붙잡는다
공통점은 검색과 소셜미디어가 보내주는 트래픽에 의존하기보다 독자와 직접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를 여러 수익원으로 확장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AI 검색 확산으로 퍼블리셔의 외부 유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움직임입니다.
🎬 뉴욕타임스, 영화판 ‘소셜네트워크’ Letterboxd 노린다
영화 리뷰·기록 커뮤니티 Letterboxd가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와 A24가 최근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소니 픽쳐스와 파라마운트, 넷플릭스 등도 앞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거래가 성사되면 기업가치는 약 3억 달러 수준이 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Letterboxd는 이용자가 본 영화를 기록하고 별점을 남기며 다른 이용자를 팔로우하는 소셜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감독과 배우들도 직접 이용하면서 젊은 영화 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초 기준 이용자는 2,700만 명을 넘어섰고, 최근 1년 동안에만 약 900만 명이 늘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신문 구독 이상의 사업을 구축해왔습니다. 상품 추천 서비스 Wirecutter와 스포츠 매체 The Athletic을 인수해 본체 구독상품과 연결했고, Wordle을 비롯한 게임과 Cooking 같은 별도 서비스를 통해 독자가 뉴스가 없는 날에도 NYT를 방문하도록 만들었는데요. Letterboxd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는 날에도 평점과 리스트, 친구의 활동을 확인하게 만드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뉴스보다 훨씬 높은 빈도로 이용자를 붙잡으며 영화·TV 기사나 시상식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 3억 달러를 어떻게 회수할까?
문제는 사업모델입니다. Letterboxd는 현재 유료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뉴스 페이월과는 다릅니다. 기본 기능은 무료이며, 유료 회원에게 광고 제거와 통계 등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보도된 연 매출이 약 1,500만 달러라면 3억 달러의 기업가치는 매출의 약 20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뉴욕타임스가 인수한다면 단순히 기존 Letterboxd 매출만으로 거래 가격을 정당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커뮤니티에 강한 페이월을 세우는 것도 위험합니다. Letterboxd의 가치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리뷰와 리스트를 만들면서 만들어낸 네트워크 효과에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스튜디오가 인수할 경우에는 자신이 제작한 작품을 평가하는 플랫폼을 소유한다는 이해상충 문제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소유주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수 이후에도 결국 광고와 구독, 영화 대여 같은 기존 수익을 키우거나 NYT 번들과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FT는 정반대…“독자가 우리를 직접 찾아오게 한다”
FT는 인수보다 본업과 직접 구독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내부 실적 자료에 따르면 FT그룹의 2025년 매출은 전년보다 5% 증가한 5억 6,6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 원), 영업이익은 23% 늘어난 5,180만 파운드로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024년에도 그룹 매출은 5억 4,000만 파운드, 영업이익은 4,220만 파운드로 증가했던 만큼 성장세가 이어진 것입니다.

FT 본체의 2025년 유료 독자는 162만 명으로 9% 증가했고, 이 가운데 디지털 구독자는 147만 명이었습니다. 그룹 전체로는 전문매체와 기업 서비스, 유료 이벤트 등을 포함한 글로벌 유료 이용자가 약 350만 명에 달했습니다. 당초 2028년까지 300만 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이미 앞당겨 넘어선 셈입니다.
FT가 강조하는 것은 트래픽 자체보다 ‘직접 관계’입니다. CEO Jon Slade는 독자들이 검색이나 소셜미디어 링크를 우연히 클릭하는 것이 아니라 FT라는 브랜드를 직접 찾아와 저널리즘을 소비하는 구조가 사업의 중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AI 검색과 구글 알고리즘 변화에 대한 방어막 역할도 합니다. 외부 플랫폼이 보내주는 무료 트래픽이 줄더라도 독자가 직접 앱이나 홈페이지, 뉴스레터를 찾아오면 구독 수익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입니다. FT는 실제로 이메일 뉴스레터 가입자를 4년 동안 40만 명 수준에서 160만 명으로 늘렸고, 뉴스레터를 독자 충성도를 높이고 유료 전환을 만드는 핵심 채널로 활용해왔습니다.
📈 비싼 구독자가 광고 단가도 높인다
FT의 구조에서 흥미로운 것은 구독과 광고가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2025년 개인 구독 매출은 7% 증가한 1억 1,600만 파운드로 그룹 매출의 21%를 차지했습니다. 개인 구독자 한 명당 평균 매출은 연간 412파운드까지 올라갔습니다. 기업 구독과 정보 서비스를 담당하는 FT Professional도 11% 성장했습니다.
동시에 광고도 성장했습니다. FT Commercial의 광고 매출은 5% 증가한 1억 3,460만 파운드로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디지털 광고만 처음으로 7,000만 파운드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FT가 상대적으로 고소득·고위직 독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단순히 페이지뷰가 많은 매체보다 금융·경영 의사결정권자처럼 특정 가치가 높은 독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더 높은 광고비를 지불할 유인이 있습니다. 즉, 좋은 콘텐츠가 높은 구독료를 낼 독자를 끌어들이고, 이것이 가치 높은 이용자 데이터와 광고 인벤토리로 이어지며 높은 광고단가가 책정되는 구조입니다. 무료 트래픽을 최대화한 뒤 저가 광고를 많이 붙이는 전통적인 디지털 퍼블리싱과는 반대 방향입니다.
🎟 구독 이후엔 이벤트·전문정보까지 판다
FT의 성장도 뉴스 구독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2025년 FT Live 매출은 61% 증가한 6,000만 파운드였고 영업이익도 72% 늘었습니다. 한 해 동안 176개국에서 21만 4,000명 이상이 등록한 268개 행사를 열었습니다. 금융과 에너지, 자산운용, 럭셔리 산업 등 FT의 핵심 독자가 관심을 갖는 분야를 오프라인·B2B 사업으로 연결한 것입니다.
The Banker 등 전문매체가 포함된 FT Specialist도 매출이 7% 성장했고, 2023년 인수한 바이오테크 전문매체 Endpoints News의 매출은 19% 늘었습니다.
FT 역시 뉴스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아니지만 NYT와의 차이는 확장 순서에 있습니다. 먼저 돈을 낼 만큼 충성도가 높은 독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만든 뒤 그 독자에게 전문정보와 광고, 이벤트, 컨설팅을 추가로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 NYT와 FT가 보여주는 ‘포스트 트래픽’ 전략
뉴욕타임스의 Letterboxd 인수 검토는 하나의 비싼 뉴스 구독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서비스를 묶어 ‘NYT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을 잘 보여줍니다.
반대로 FT는 더 좁은 분야에서 더 강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비즈니스 저널리즘에 높은 가격을 붙이고 그 독자층을 기업구독과 고가 광고, 이벤트로 확장합니다. 2025년 전 세계 뉴스업계가 기존 수익원의 구조적 감소에 대응해 사업 다각화를 강화하는 가운데, FT는 구독을 중심축에 두고 이 모델을 실행한 대표 사례입니다.
두 전략이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페이지뷰가 곧 사업’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났다는 점입니다. AI 챗봇과 검색 요약이 늘어나면서 미디어 기업이 구글이나 SNS에서 받아오던 클릭이 계속 압박받고 있기에 더 많은 검색 트래픽에만 매몰되는 것을 넘어 독자가 일부러 찾아올 이유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NYT는 그 이유를 서비스와 커뮤니티에서, FT는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전문 저널리즘에서 찾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플랫폼 또는 브랜드와 직접 관계를 맺느냐’를 핵심적인 요인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더코어 에디터 (서울대 대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