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 시장 가능성과 진화 방향

초등학교 때 부모님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종종 밖에서 놀던 저를 부르곤 했습니다. "정수야 빨리가서 계란 한 판 사와라". 이런 심부름 싫지 않았습니다. 잔돈은 제 몫이었으니까요. 30대 때 장은 주로 주말에 봤습니다. 주 중에 식용유가 떨어지면 메모를 했습니다. 주말 장을 볼 때면 메모에 적힌 목록을 보며 마트를 휘휘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40대 때는 본격 이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무료 배송을 위해서 장바구니는 일정 금액을 넘어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30대 때의 메모가 필요합니다. 샴푸를 다 썼는지 기억해야하고 비타민이 떨어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의 테제는 이렇습니다. "현재의 이커머스 서비스는 가능하면 장바구니 액수를 높이고 주말 장보는 습관을 대체하려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형)마트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구매 요구가 많은 사람에겐 있습니다. 오늘 저녁 요리 때 필요한 계란, 갑자기 먹고 싶은 과자, 때마침 떨어진 식용유, 작은 상처에 쓰려하나 똑 떨어진 대일밴드는 현재의 이커머스 구조에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대일밴드는 새벽에 배송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배송 받고 싶은 제품이니까요.

원초적인 구매 요구를 해결하는 퀵커머스

요리를 하는 부모님의 "정수야 빨리가서 계란 한 판 사와라"라는 구매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서비스가 이른바 퀵커머스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를 Instant Deliver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는 이를 Emergency 구매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가장 원초적인 구매 요구입니다.

한국에도 퀵커머스 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앞서있는 주자는 배달의 민족의 B마트입니다. 쿠팡잇츠도 실험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GS리테일이 요기요를 인수해서 퀵커머스에 사업을 더 키우려한다는 소식과 신세계가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활용하고 바로고 등과 협력해서 유사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는 뉴스도 있습니다.

해외의 대표주자는 미국의 Gopuff, 독일의 Gorilla, 터키의 Getir 등입니다. 이 밖에도 수 많은 스타트업이 퀵커머스에 달려들고 있습니다. 모두 10분 또는 30분 배송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퀵커머스 기업은 대도시 곳곳에 촘촘하게 micro fulfillment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나 또는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컨테이너가 micro fulfillment의 노드 역할을 담당합니다. 배송은 대부분 자전거오타바이를 통해 이뤄집니다. 배송료는 심부름 댓가로 얻었던 잔돈처럼 약 2달러 수준입니다. 장바구니 액수 제한은 없습니다. 급해서 주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선식품 커머스의 고민

퀵커머스의 성장으로 신선식품 배송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아마존, 아카도, 헬로 프레쉬(Hellofresh) 등의 고민이 깊어갑니다. 이 세 개 기업은 자동화 기술로 배송 시간을 2시간으로 크게 줄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2시간으로는 (유럽) 10분 및 (미국) 30분의 퀵커머스 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퀵서비스가 성장하여 고객의 구매 습관이 변할 경우 신선식품 배송 시장을 가만히 나눌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퀵서비스가 신석식품을 새벽배송으로 배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식료품/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의 강자 오카도 리테일(Ocado Retail)
2017년 아마존 프레시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식료품 및 신선식품 배송을 시작하면서 관련 시장은 한동안 천천히 성장했습니다. 식료품 및 신선식품을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일이 다수의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쇼핑의 습관 변화를 강제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식료품 및 신선식품 배송 스타트업이 탄생했고 이 기업의 성장 곡선은 로켓처럼 치솟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업의 물류와 배송 방식과 뚜렷한차이점을 보이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오카도(ocado)입니다. 오카도, 기술로 instant …

미국 및 유럽 그리고 터키의 퀵커머스 기업 중 상장 기업은 없습니다. 아마존 등이 이들 기업 인수에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은 아마존이 퀵커머스의 도전에 대응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아마존, 신속 배달서비스 인수 협상: 드러난 아마존의 약점
코로나 팬데믹은 배달 서비스의 진화를 낳고 있습니다. 바로 신속(Ultra-fast) 배달서비스의 탄생과 성장입니다. 이들 기업은 최대 10분 안에 생필품, 음료 등을 배달합니다. 아마존의 생필품 배달 시간은 2시간입니다. 아마존마저 이들 신속 배달 서비스에 밀리기 시작했고, 전통리테일 기업은 이들 신속 배달 서비스와 다양한 합종연횡을 진행하면서 아마존에 대항 전선을 형성하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이생필품 신속 배달서비스 기업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보도되었습니다. 이 글은 생필품 신속 배달 서비스의 시장 상…

퀵커머스 진화 방향: 광고 플랫폼 + 고스트 키친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듭니다. 퀵커머스 기업의 수익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약 2달러의 배송료는 대부분 배송 노동자에게 지급됩니다. 킥커머스가 판매하는 계란, 콜라, 대일밴드 등의 가격은 마트나 이커머스 보다 높습니다만, 이는 묶음 판매가 아닌 단품 판매에 기초합니다. 물론 구매 파워를 가지고 있는 퀵커머스 기업은 대량 구입을 통해 이윤을 남깁니다. 그렇다고 이 이윤이 주요 수익원을 구성하기에는 크게 모자랍니다. GoPuff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았습니다. 바로 광고입니다. 이는 아래 글을 참조하십시요.

광고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이커머스: 광고시장의 중심 이동
이윤율이 낮은 상거래만으로 이커머스 기업이 성장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마존 뿐 아니라 다수 이커머스 기업들이 디지털 광고시장을 노리기시작했습니다. 최근에야 이커머스에서 성과를 내기시작한 월마트,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성장한 생필품 배송 기업이 아마존의 광고 비즈니스를본격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구글과 애플 그리고 각국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이른바 Third party data 활용을 어렵게 하고있습니다. 이커머스 기업은 고객의 취향과 생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First party data을 확보할 수 …

광고시장 외에도 퀵커머스가 노릴 수 있는 시장이 또 있습니다. 바로 고스트 키친을 통한 음식 배달 서비스입니다. 21년 7월 GoPuff는 100명이 넘는 주방 인력을 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스트 키친은 배달 전용 음식점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건물에 분식, 한식, 중식 등으로 구별되는 매장이 없는 복수의 주방만 설치하고 이를 배달 서비스와 연결하는 방식이 고스트 키친(Ghost Kitchen)입니다. 대형 고스트 키친이 곳곳에서 운영되기 시작하면 전통 음식점과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고스트 키친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고스트 키친 시장과 사회 갈등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추천합니다.

How a Shadow Army of Ghost Kitchens Took Over America’s Restaurants
Virtual restaurants that exist only in DoorDash and Grubhub are replacing neighborhood diners and steakhouses overnight.

배달의 민족 또는 쿠팡이츠가 고스트 키친 사업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바로 핵심 고객인 전통 음식점의 이해와 배달 사업자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음식 배달 서비스를 지금까지 제공하지 않고 있는 GoPuff와 같은 신생 퀵커머스 기업에겐 고스트 키친이 가져올 이해 갈등은 작습니다. 때문에 퀵커머스는 음식 배송 산업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다른 구매 요구가 존재하는 한 퀵커머스의 시장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그리고 퀵커머스 기업이 충분한 단골 고객을 확보할 경우 광고시장, 고스트 키친 시장 등 다양한 시장 확대도 가능합니다. 퀵커머스는 아마존, 쿠팡 등 전통 이커머스 기업 뿐 아니라 배달의 민족 등 음식 전통 배달 서비스 기업에게도 작지 않은 도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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