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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왜 흔들리는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진짜 조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왜 흔들리는가: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진짜 조건

AI Current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합니다
AI에 대한 책을 다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3년 봄, 공부모임 구성원들과 함께 『생성 AI 혁명』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생성 AI는 막 대중의 언어가 되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해졌습니다. AI 기술도, 시장도, 투자도, 기업들의 도입 방식도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문제는 출판의 속도입니다.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뒤 책이 서점에 배포되기까지는 빠르면 3개월, 보통 4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책을 쓰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기획을 시작한 지 6개월 뒤에야 독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AI 분야에서 6개월은 너무 긴 시간입니다. 막상 책이 나왔을 때 이미 중요한 전제가 바뀌어 있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실험을 해보려 합니다. 이름은 AI Current(가칭)입니다.

AI Current는 두꺼운 AI 총론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AI 경제와 산업의 핵심 흐름을 짧고 밀도 있게 정리하는 연속 출판 프로젝트입니다. 음악으로 치면 ‘월간 윤종신’처럼, 매번 그 시점에 가장 중요한 주제를 잡아내고, 잡지나 매거진처럼 빠르게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한 권 한 권은 작지만, 시간이 지나면 2026년 이후 AI 경제의 변화 과정을 기록한 연속적인 지식 아카이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질문은 한국 독자들에게 매우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지속 가능한가.

많은 시민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갖고 있습니다. 직접 투자하지 않더라도 국민연금, 퇴직연금, 국내 주식형 펀드, 한국 수출과 세수라는 경로를 통해 모두가 이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단순한 주식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경제의 미래 수익 구조와도 연결된 질문입니다.

아래 글은 AI Current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작점입니다. AI가 만든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정말 지속 가능한지, 그 조건은 무엇인지, 왜 단순히 “HBM이 잘 팔린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지 살펴보려 합니다. 핵심 질문은 누가 결국 AI 비용을 지불하는가입니다.

이런 형식의 글과 책이 독자 여러분께 도움이 될지 궁금합니다. AI Current를 계속 이어가도 좋을지, 어떤 주제를 먼저 다루면 좋을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빠르게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파트너 출판사도 찾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단행본보다 훨씬 빠른 리듬으로, 그러나 글의 깊이는 놓치지 않는 새로운 AI 지식 출판을 함께 실험해보고 싶습니다.

The Core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후원이 이 프로젝트의 첫 동력이 될 것입니다.

2026년 7월 8일, 한국 주식시장의 가장 뜨거운 질문은 단순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더 갈 수 있는가. 더 정확히 말하면, AI가 만든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지속 가능한가.

이 질문이 중요해진 이유는 역설적이다.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다. 오히려 실적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수요 덕분에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고, DRAM과 NAND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런데 시장은 환호만 하지 않았다. 7월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크게 흔들렸다. 투자자들이 보기 시작한 것은 “이번 분기 실적”이 아니라 “이 정도의 가격 상승과 이익률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가”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한국 반도체주 약세의 배경으로 메모리 가격 상승세 둔화 우려, AI 수요 지속성 논란, 높아진 부품 가격에 따른 최종 수요 부담을 함께 짚었다.

한국 투자자에게 이 질문은 거의 국민경제의 질문이 됐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단순한 개별 종목이 아니다. 한국 수출, 세수, 고용, 연기금 수익률, 코스피 전체 밸류에이션을 좌우하는 기업이다. 그래서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보려면 “엔비디아 GPU가 잘 팔린다”는 문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누가 결국 돈을 내고 있는가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되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DRAM 가격을 올리고, 엔비디아가 GPU 가격을 올리고, 하이퍼스케일러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비용은 결국 누군가에게 전가돼야 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최종 소비자가 매달 AI 사용료를 내야 한다. 이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슈퍼사이클은 공급 부족이 만든 일시적 가격 사이클에 그칠 수 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 가격 전가(Price Pass-through)는 이 글 후반부에서 살펴보겠다.

이번 글에서 사용하는 주요 그래프는 Exponential View의 2026년 6월 25일 글, “The State of the AI Economy”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자료는 생성 AI 경제를 공급 측면이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 다시 계산한다. 즉, GPU나 HBM 같은 반도체 매출을 세는 것이 아니라, AI 앱, 파운데이션 모델, 인프라 호스팅 등에서 실제 최종 고객이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지를 추정한다. Exponential View는 지난 12개월 생성 AI 경제 매출을 1,100억 달러, 최근 월 매출 속도를 연율화한 run rate를 1,75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한다. 또 Anthropic이 고객으로부터 1달러를 받고 이중 50센트를 Amazon에 지불하는 경우, 이를 1.5달러로 중복 계산하지 않고 최종 고객 지출 1달러만 잡는 방식으로 수요를 추정한다.

이 점이 중요하다. 이 자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재 실적을 직접 설명하는 자료가 아니다. 오히려 그 실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선행 지표다. 반도체 위에서 돌아가는 AI 서비스 경제가 실제로 커지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AI 수요는 진짜인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AI 수요의 실체다. AI 반도체 투자가 거품인지 아닌지를 보려면 반도체 매출보다 먼저 AI 서비스 매출을 봐야 한다. 반도체는 AI 경제의 맨 아래에 있다. 그 위에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파운데이션 모델, 애플리케이션, 기업 업무 시스템이 있다. 위쪽에서 실제 돈이 돌지 않으면 아래쪽의 반도체 수요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생성 AI 관련 매출은 이미 빠르게 커지고 있다. 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생성형 AI 생태계의 최근 12개월 실제 매출은 약 1,100억 달러이고, 현재 월 매출 속도를 연율화하면 약 1,750억 달러 규모다. 중요한 점은 이 수치에 반도체 제조 매출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GPU 매출이나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HBM 매출이 아니라, 앱, 파운데이션 모델, 인프라 호스팅 쪽에서 실제 고객이 지불한 매출을 중복 제거한 숫자다.

[이미지 1] 생성형 AI 경제 매출: 1,100억 달러에서 1,750억 달러 속도로

이 이미지는 생성형 AI 경제가 단순한 기대감이나 투자 붐이 아니라, 이미 실제 고객 매출로 빠르게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프의 핵심 숫자는 두 개다. 첫째, 최근 12개월 동안 쌓인 생성 AI 관련 실제 매출은 약 1,100억 달러다. 둘째, 가장 최근 월 매출 속도를 1년으로 환산하면 약 1,750억 달러 수준이다. 이 말은 “이미 1년 동안 1,750억 달러를 벌었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 달리는 속도가 연간 1,750억 달러 규모라는 뜻이다. 이 이미지에서 봐야 할 것은 두 선의 차이다. 회색 선은 최근 12개월 동안 실제로 벌어들인 매출이다. 이미 은행에 들어온 돈에 가깝다. 보라색 선은 현재 월 매출 속도를 연율화한(run rate) 값이다. 두 선 사이에 1.6배 차이가 있다는 것은, AI 매출이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최근으로 올수록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그래프가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 매출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반도체 매출을 제외했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반도체 위에서 돌아가는 AI 앱, 모델, 클라우드 서비스에 고객이 실제로 돈을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결국 이 위쪽의 AI 경제가 커져야 한다. [이미지 1]은 AI 수요가 꺾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 중임을 보여준다.

AI 반도체 수요는 “AI에 대한 기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AI 앱, AI 모델과 클라우드에 (최종) 고객이 돈을 내고, 그 사용량이 토큰을 만들고, 토큰이 컴퓨트(compute)를 요구하고, 컴퓨트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를 요구할 때 지속된다.

생성 AI는 과거 인터넷, 모바일 앱, 클라우드보다 훨씬 빠르게 매출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지 2] 생성 AI는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보다 빠르게 매출화되고 있다

[이미지 2]는 생성 AI가 과거 인터넷, 모바일 앱, 클라우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매출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프는 네 개의 기술 물결을 비교한다. 인터넷은 1995년, 모바일 앱은 2007년, 클라우드는 2010년, 생성 AI는 2023년을 각각 시작점으로 놓고 있다. 그리고 각 기술이 본격적으로 매출을 만들기 시작한 뒤 몇 년 만에 얼마의 연간 매출 규모에 도달했는지를 비교한다. 핵심은 보라색 선이다. 생성 AI 매출은 Year 1, Year 2를 지나면서 과거 기술 물결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는 과거 인터넷이나 모바일 물결보다 약 3배 빠른 성장이다.

이 그래프는 “AI가 정말 돈을 벌고 있나?”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적어도 매출 성장 속도만 보면 생성 AI는 데모나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고객이 실제로 돈을 내는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다만 이 그래프 하나로 “AI 반도체 수요가 영원히 지속된다”고 결론 내리면 안 된다. 이 그래프가 보여주는 것은 AI 서비스 매출의 빠른 성장이다. 반도체 수요까지 이어지려면 AI 매출 증가가 토큰 사용량 증가, 추론 컴퓨트 증가, 데이터센터 투자 지속, GPU, HBM, DRAM, NAND 수요 증가로 연결돼야 한다. 이 그래프는 그 연결고리의 출발점, 즉 “AI 경제 쪽 수요가 진짜인가?”에 대한 강한 긍정 근거다.

그런데 생성 AI 매출의 특징은 단순히 “빠르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매출이 붙는 속도 자체가 더 빨라지고 있다.

[이미지 3] 생성형 AI 매출은 10억 달러씩 더 빨리 쌓이고 있다

[이미지 3]은 생성 AI 산업이 10억 달러씩 매출을 추가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프의 제목은 “Each new $1 billion of revenue arrives faster than the last”다. 쉽게 말하면, 생성 AI 산업이 누적 매출을 10억 달러 더 쌓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2023년에는 생성 AI 산업이 10억 달러 매출을 추가하는 데 약 180일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은 이틀도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래프는 이를 90배 빨라졌다고 표현한다. 이 그래프는 일반적인 매출 그래프와 다르다. 세로축은 매출액이 아니라 “10억 달러 매출을 추가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따라서 선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좋은 신호다. 180일에서 2일 미만으로 줄었다는 것은 단순히 조금 빨라진 것이 아니다. 매출이 붙는 속도 자체가 구조적으로 달라졌다는 뜻이다. 반도체 관점에서 [이미지 3]은 매우 중요하다. AI 서비스 매출이 빨리 쌓이면 그 아래에서 토큰 사용량, 추론 컴퓨트, 데이터센터 가동률, HBM과 메모리 수요가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이것도 반도체 수요를 “확정”하는 자료는 아니다. 하지만 AI 반도체 수요의 선행 지표가 매우 강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AI 매출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전체 경제와 비교하면 AI 매출 규모는 아직 매우 작다. 아래 [이미지 4]는 AI 매출이 미국 GDP 대비 약 0.42%, 노동비용 대비 약 0.8%, 기업이익 대비 약 3.0%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말은 두 가지를 동시에 뜻한다. 첫째, AI는 이미 실체가 있는 시장이다. 둘째, 아직 기업 경제 전체로 보면 침투율은 낮다. 다시 말해 AI는 “이미 큰 시장”이면서 동시에 “아직 초기 시장”이다.

[이미지 4] AI 매출은 빠르게 크지만, 전체 경제 안에서는 아직 작다

[이미지 4]는 앞의 세 이미지에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이미지 4]는, AI 매출이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GDP, 노동비용, 기업이익과 비교하면 아직 매우 작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따라서 AI 경제는 이미 크지만, 동시에 아직 초기다. 위 그래프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AI 매출을 미국 경제의 세 가지 기준과 비교하고 있다. 첫째, GDP 대비 AI 매출이다. 현재 AI 매출은 미국 GDP의 약 0.42% 수준이다. 둘째, 노동비용 대비 AI 매출이다. 약 0.8% 수준이다. 셋째, 기업이익 대비 AI 매출이다. 약 3.0% 수준이다.

특히 노동비용 대비 AI 매출은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하고 있다. 첫째, AI는 이미 실체가 있는 시장이며, 둘째, 그럼에도 기업 경제 전체로 보면 아직 침투율이 낮다. 기업들이 사람의 노동에 쓰는 돈과 비교하면 AI에 쓰는 돈은 아직 1%도 안 된다. 이 수치는 낙관론과 경계론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낙관적으로 보면, AI가 기업의 노동비용, 소프트웨어 예산, 업무 자동화 예산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여지가 매우 크다. 반대로 경계해야 할 점도 있다. AI가 정말 기업의 핵심 비용 구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가, 실험 비용을 넘어 반복 지출이 될 수 있는가, 노동비용 절감이나 매출 증가로 연결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0.8%라는 수치는 AI가 아직 기업 업무에 의미있는 수준으로 결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관점에서 [이미지 4]는, AI 반도체 수요가 이미 시작됐지만, 그러나 더 큰 수요는 AI가 기업의 업무와 비용 구조 안으로 깊게 침투할 때 나온다는 점을 의미한다. AI가 기업의 반복 업무 안으로 들어가면 토큰 사용량이 늘고, 추론 컴퓨트가 늘고,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고, 결국 GPU, HBM,  DRAM, SSD 수요가 지속될 수 있다.

이것이 반도체 투자자에게 중요하다. AI가 이미 끝물인지 묻는 질문은 틀렸다. 더 중요한 질문은 AI가 기업의 노동비용, 소프트웨어 예산, 업무 자동화 예산 안으로 얼마나 깊게 들어갈 수 있는가다. AI가 단순한 챗봇 사용에 머물면 반도체 수요도 둔화된다. 반대로 AI가 기업 업무의 반복 시스템으로 들어가면 토큰 사용량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AI 매출은 어떻게 메모리 수요가 되는가

AI 경제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 AI 서비스 매출 증가 → AI 사용량 증가 → 토큰 처리량 증가 → 추론 컴퓨트 증가 →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 → GPU, HBM, DRAM, NAND, SSD 수요 증가.

이 연결고리가 끊기지 않아야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된다. 여기서 중요한 중간 고리가 하이퍼스케일러의 CapEx다. AI 앱 매출이나 AI 모델 매출이 정말 크다면, 그다음에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움직여야 한다.

[이미지 5] AI는 하이퍼스케일러 CapEx를 기존 경로 밖으로 밀어 올렸다

[이미지 5]는 AI 때문에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즉 CapEx가 기존 클라우드 성장 경로보다 훨씬 커졌음을 보여준다. 위 그래프는 AI가 없었다면 예상되는 하이퍼스케일러 투자와, AI를 반영한 실제 투자 및 예상 투자를 비교하고 있다. 핵심 숫자는 5,350억 달러다. 이는 AI가 기존 클라우드 투자 추세 위에 얹은 추가 투자다. [이미지 5]가 중요한 이유는 AI 수요가 실제 데이터센터 투자로 번역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수요는 추상적인 “AI 인기”에서 바로 생기지 않는다. AI 서비스 매출이 늘고, 토큰 사용량이 늘고, 추론과 학습 컴퓨트가 늘고, 그 결과 하이퍼스케일러가 데이터센터 CapEx를 늘릴 때 생긴다.

2024년 이후 하이퍼스케일러 투자는 기존 클라우드 성장 추세를 크게 벗어나기 시작했다. ChatGPT 이후 AI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클라우드 기업들이 기존 투자 계획을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이미지 5]는 긍정적이다. AI 수요가 실제 CapEx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도 보여준다. 이 정도 CapEx가 계속 정당화되려면 AI 서비스 매출과 사용량이 투자 회수에 충분할 만큼 커져야 한다. 핵심 리스크는 “AI 수요가 없느냐”가 아니라 CapEx의 속도가 AI 매출 성장보다 너무 빠른가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예전처럼 건물과 서버를 사는 투자가 아니다. 점점 더 반도체와 메모리를 사는 투자가 되고 있다.

[이미지 6] 데이터센터 1달러 중 더 많은 돈이 메모리와 컴퓨트로 간다

[이미지 6]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예전처럼 단순히 건물 짓는 돈이 아니라, 점점 더 반도체와 메모리를 사는 돈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 그래프의 핵심 문장은 “Memory and compute now take a majority of every dollar spent on the data center buildout”다. 쉽게 말하면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쓰는 돈 중 절반 이상이 이제 메모리와 컴퓨트, 즉 반도체 쪽으로 간다는 뜻이다. 2021년 데이터센터 비용 구조를 보면 건물 20%, 전력 25%, 냉각 15%, 연산 칩 38%, 메모리 2% 정도로 나뉜다. 칩 전체 비중은 약 40%다. 그런데 2026년 예상 구조에서는 건물 15%, 전력 15%, 냉각 10%, 연산 칩 42%, 메모리 18%로 바뀐다. 칩 전체 비중은 60%로 올라간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메모리다. 메모리 비중이 2%에서 18%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 데이터센터에서 메모리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항목이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에서 메모리는 핵심 비용 항목으로 올라왔다. 이 변화가 생기는 이유는 AI 데이터센터가 일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다르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거대한 모델을 학습하고, 수많은 토큰을 추론하고, 긴 컨텍스트와 에이전트 작업을 처리해야 한다. GPU가 아무리 빨라도 데이터를 충분히 빠르게 공급하지 못하면 성능이 막힌다. 그래서 HBM이 중요해진다. 또한 에이전트형 AI는 중간 결과를 저장하고, 다시 읽고,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DRAM, NAND, SSD 수요도 함께 커진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이미지 6]은 매우 중요하다. AI CapEx가 늘어날수록 반도체가 가져가는 몫이 커지고, 그중에서도 메모리가 가장 빠르게 비중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최종 고객에게는 부담이기도 하다. 메모리와 컴퓨트 비중이 커질수록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 회수 압박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메모리 장기 수요는 단순히 “메모리가 많이 필요하다”가 아니라, AI 서비스 매출과 토큰 사용량이 이 높은 CapEx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숫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설명한다. AI 데이터센터에 1달러를 쓸 때,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이 콘크리트가 아니라 실리콘으로 간다. 더 정확히 말하면 GPU와 HBM, 고성능 DRAM, 서버용 SSD, eSSD, 고속 인터커넥트로 간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건물의 산업이면서 동시에 메모리와 컴퓨트의 산업이 된 것이다.

이제 메모리를 포함하여 반도체는 AI의 부품이 아니라 AI 경제의 생산설비다. 칩은 전기를 토큰으로 바꾸고, 클라우드 사업자는 칩 설비투자, 즉 CapEx를 토큰 사용료라는 OpEx로 바꿔 판다. AI 모델은 토큰을 지능(Intelligence)으로 바꾸며, 애플리케이션과 하네스 엔지니어링(Harness Engineering)은 그 지능을 최종 고객 가치로 바꾼다.

[이미지 7] AI 경제의 가치사슬: 전기에서 토큰, 토큰에서 고객 가치로

[이미지 7]은 AI 경제를 하나의 가치사슬로 보여준다. 흐름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Chips → Hosting → Foundation Models → Applications & Harness Engineering

이 구조는 단순한 기술 순서가 아니다. AI 반도체 수요가 어디서 생기고, 어디서 지속되는지를 보여주는 경제 구조다. 첫 번째 단계는 Chips다. 칩은 전기를 토큰으로 바꾼다. 생성 AI는 텍스트, 코드, 이미지, 명령을 모두 토큰 단위로 처리한다. 따라서 AI 시대의 반도체는 단순 계산 부품이 아니라 전력을 AI 작업량으로 바꾸는 생산 설비다. 두 번째 단계는 Hosting이다.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칩을 대규모로 구매해 CapEx를 집행한다. 그리고 고객에게는 AI 사용량, 즉 토큰 단위의 OpEx로 판매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반도체 매출은 고객의 CapEx로 보이지만, 하이퍼스케일러 입장에서는 그 CapEx를 토큰 사용료 비즈니스로 바꿔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Foundation Models다. AI 모델은 토큰을 지능으로 바꾼다. 답변, 추론, 코드 작성, 요약, 분석이 여기서 나온다. AI 모델 효율화는 같은 작업에 필요한 연산을 줄일 수도 있다. 반대로 더 긴 작업, 더 복잡한 추론, 더 많은 검증 루프는 전체 토큰과 메모리 수요를 늘릴 수도 있다. 네 번째 단계는 Applications & Harness Engineering이다.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AI 모델이 만든 지능을 실제 고객 가치, 업무 성과, 생산성, 비용 절감, 매출 증가로 바꾸는 단계다. AI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실제 업무와 제품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이 되지 않으면 토큰 사용량도 제한되고, 데이터센터 투자도 둔화되고, 결국 반도체 수요도 약해진다. 반대로 AI가 코딩, 리서치, 마케팅, 고객 대응, 품질 관리, 제조 운영, 공급망 관리 같은 업무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반복 사용량이 생긴다. 그 반복 사용량이 토큰 증가, 추론 컴퓨트 증가, 데이터센터 가동률 증가, CapEx 지속, 메모리 수요 지속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반도체 수요는 왼쪽에서 시작되지만, 지속성은 오른쪽에서 결정된다. 이 가치사슬의 맨 왼쪽에 반도체가 있지만, 수요의 지속성은 맨 오른쪽에서 결정된다. 고객 가치가 없으면 토큰도 없고, 토큰이 없으면 데이터센터 투자도 없고, 데이터센터 투자가 없으면 메모리 슈퍼사이클도 없다.

왜 AI는 메모리를 이렇게 많이 먹는가

AI 수요가 반도체 수요로 이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이용자가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AI를 쓰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2022년 11월 ChatGPT 이후 1차 AI 시대의 핵심은 질문과 답변(Answer)이었다. 이용자가 묻고 AI가 답했다. 글쓰기, 요약, 번역, 아이디어, 코딩 보조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2025년 말 이후의 변화는 다르다. AI를 실제 업무 흐름 안에 묶어 넣는 하네스 엔지니어링이 시작됐다. AI가 기업의 데이터, 도구, 승인 절차, 검증 과정, 업무 규칙과 연결돼 반복 가능한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다.

[이미지 8] 생성 AI의 3단계: ChatGPT에서 Harness Engineering으로

[이미지 8]은 생성 AI의 발전을 세 단계로 나눠 보여주고 있다. 핵심은 지금 AI의 중심이 “AI 모델을 써보는 시대”에서 “AI를 업무 시스템에 묶어 넣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AI 시대는 2022년 11월 ChatGPT 출시로 시작됐다. 이 시기의 핵심은 사람이 AI에게 질문하고 AI가 답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에도 토큰 사용량은 급증했고, AI 반도체 수요 폭발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이 단계만으로는 장기 수요를 설명하기 어렵다.

두 번째 AI 시대는 Harness Engineering의 시작이다. 이 단계의 핵심은 더 좋은 챗봇이 아니다. AI를 실제 업무 흐름 안에 묶어 넣는 것이다. Harness Engineering은 AI 모델이 혼자 똑똑한 답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가 기업의 데이터, 도구, 승인 절차, 검증 과정, 업무 규칙과 연결되어 반복 가능한 업무를 수행하게 만드는 설계다. 아래 [이미지 9]는 하네스 엔지니어링이 도입된 2025년 12월 이후 토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지 9] AI 토큰 사용량의 폭발적 증가

예를 들어 기업 내부의 구매 계약 검토, 시장 리서치, 고객사 대응 자료 작성, 품질 이슈 분석, 공급망 리스크 모니터링, 기술 문서 요약, 회의록 기반 액션 아이템 정리, 반복 보고서 작성 같은 업무에 AI가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업무는 단순 프롬프트만으로는 어렵다. (실시간) 데이터 연결, 권한 관리, 반복적인 검증 루프, 반복적인 중간 결과 평가, 업무 규칙이 필요하다. 세 번째 AI 시대는 접근권과 통제의 시대다. Fable 5 및 Mythos, ChatGPT-5.6 사건이 보여주듯, 앞으로는 가장 좋은 모델을 누구나 같은 조건으로 쓸 수 있는 시대가 아닐 수 있다. 모델 접근 제한, 보안 정책, 국가별 규제, 비용 변화, 우선순위 배분이 중요해진다. 기업은 특정 모델 하나에만 의존하면 위험하다. 여러 모델을 비교하고, 라우팅하고, 대체 경로를 확보하고, 내부 업무 시스템과 안정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반도체 수요 관점에서는 두 번째 단계가 특히 중요하다. 장기 수요는 AI가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AI가 얼마나 반복 업무에 깊게 들어가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AI가 기업 업무 흐름 안으로 들어가면 모델 호출이 반복되고, 토큰 사용량이 늘고, 반복 검증 루프가 생기고, 메모리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 이것이 추론 컴퓨트, HBM, DRAM, eSSD 수요를 지속시키는 힘이다.

이 변화는 메모리 수요를 폭발시킨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작업 시간(Task-Time-Horizons)이 길어진다. 예전에는 AI에게 긴 작업을 맡기면 품질과 일관성이 빠르게 떨어졌다. 이제는 여러 단계의 작업을 더 오래 유지하려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작업 시간이 길어지면 중간 상태를 기억해야 한다. 더 긴 컨텍스트, 더 많은 상태 저장, 더 많은 검증 루프가 필요하다.

둘째, 에이전트가 여러 개로 나뉜다. 하나의 AI가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리서치 에이전트, 작성 에이전트, 검증 에이전트, 수정 에이전트가 동시에 움직인다. 각 에이전트는 중간 결과를 만들고, 이를 저장하고, 이를 다시 읽고, 복수의 중간 결과를 서로 비교한다. 이 과정에서 HBM뿐 아니라 DRAM, NAND, SSD까지 같이 쓰인다.

셋째, 질문 하나가 내부적으로 여러 질문으로 쪼개진다. 이를 쿼리 팬아웃(Query Fan-Out)이라고 부른다. 이용자가 “세럼 추천해줘”라고 한 번 묻더라도 AI는 내부적으로 나이, 피부 타입, 가격대, 브랜드 선호, 계절성, 리뷰, 성분, 구매 가능성 등을 따로 묻고 종합한다. 이용자 눈에는 질문 하나지만, 시스템 내부에서는 수십 번의 AI 모델 호출이 일어난다.

이 대목에서 AI 경제는 기존 디지털 플랫폼과 달라진다. 유튜브나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한계 생산비용이 낮아지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AI 서비스는 이용자가 늘고 질문이 복잡해질수록 한계 생산비용도 같이 늘어난다. 사용량이 곧 비용이다. 이 구조가 AI 기업의 고민이고, 동시에 반도체 기업의 기회다.

별도로 다룰 “Inference 변동”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AI의 중심은 거대한 학습 한 번에서, 매일 반복되는 추론으로 이동하고 있다. 학습은 한 번의 거대한 비용이지만 추론은 매일 발생하는 반복 비용이다. 기업 업무에 AI가 들어갈수록 이 반복 비용은 커진다. 바로 그 반복 비용이 HBM, DRAM, NAND, SSD 수요의 기반이 된다.

슈퍼사이클의 조건: 가격 전가

그렇다면 AI 사용량이 늘어나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슈퍼사이클은 계속된다고 말하면 될까. 그렇지 않다. 여기서부터 진짜 질문이 시작된다. 핵심은 가격 전가에 있다.

가격 전가(Price Pass-through)란 위에서 오른 비용을 아래 고객에게 넘기는 과정이다. 메모리와 GPU 가격이 빠르게 폭발적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가 비싼 가격에 칩과 전력과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있다. AI 모델 회사는 API 가격과 구독료에 이 비용을 반영하고 있다. 그 위의 소프트웨어 회사는 다시 기업과 개인에게 사용료를 청구한다. 최종적으로 기업과 개인이 이 비용을 받아들이면 슈퍼사이클은 지속된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느 지점에서 수요가 꺾인다.

그래서 슈퍼사이클의 진짜 전제조건은 최종 소비자다. 스마트폰 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단말기 가격, 데이터요금, 앱 결제, 클라우드 비용이 늘었지만 전 세계 수억 명의 소비자가 이 거대한 비용을 매달 1/n 형식으로 나눠 냈다. 그 덕분에 통신사, 단말기 회사, 반도체 회사가 함께 성장했다. AI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하이퍼스케일러가 비싼 GPU와 HBM과 전력비를 떠안고 있지만, 결국 기업과 개인이 매달 AI 사용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가격 상한선이다. 기업은 AI가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믿을 때 비용을 낸다. 그러나 사용료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계산이 달라진다. “이 AI가 정말 사람의 시간을 줄여주는가”, “이 비용이 매출 증가나 비용 절감으로 돌아오는가”, “더 싼 모델로 바꿀 수는 없는가”를 따지기 시작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고민이 이 구조를 잘 보여준다. SaaS의 장점은 예측 가능한 가격이다. 직원 한 명당 월 얼마를 내면 예산을 세울 수 있다. 그런데 AI는 전기요금처럼 사용량 기반 비용이 붙는다. 사용량이 늘면 비용도 늘어난다. 그러면 기업 고객은 AI 기능을 공짜 번들처럼 보지 않고, 한 번 쓸 때마다 가치가 있는지 따지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저렴한 오픈소스 모델이나 중국 모델을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높은 사용량을 번들 안에 넣으려면 OpenAI나 Anthropic 모델만으로는 마진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은 AI 비용을 낮추기 위해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을 자체 호스팅하거나 OpenRouter같은 미국 클라우드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것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주는 메시지는 매우 중요하다. AI 모델 회사와 소프트웨어 회사가 비용을 최종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AI 모델 사용료가 너무 비싸지면 최종 고객은 더 싼 모델을 찾는다. 더 싼 모델이 충분히 쓸 만하면, 고가 모델의 가격 상한선이 생긴다. 고가 모델의 가격 상한선은 다시 GPU와 HBM 가격의 상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축 효과: AI가 다른 시장을 밀어낸다

가격 전가와 함께 또 다른 중요한 경제학 개념은 “구축 효과(crowd-out)”다. 경제학에서 구축 효과는 원래 정부가 돈을 많이 빌려 쓰면 민간이 쓸 돈이 줄어드는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정부가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빨아들이면 금리가 오르고, 민간 기업은 투자를 줄일 수 있다. 누군가가 자원을 대량으로 가져가면서 다른 누군가가 밀려나는 것이다.

AI 시대의 구축 효과는 조금 다르지만 원리는 같다. AI 데이터센터가 GPU를 빨아이고 있다. GPU 예산이 CPU 예산을 밀어낸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빨아들인다. 다른 산업의 전력 확보가 어려워진다. AI가 가스터빈, 변압기, 케이블, 냉각 장비를 빨아들인다. 제조업과 전력망 투자가 밀린다. 이제는 메모리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HBM은 DRAM을 쌓아 만든다. AI 가속기용 HBM은 일반 DRAM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엔비디아와 AMD가 HBM에 높은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당연히 HBM에 메모리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한다. 그러면 일반 PC, 스마트폰, 서버, 소비자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DRAM과 NAND 공급은 상대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이것이 메모리 시장의 구축 효과다. 이 구축 효과는 이미 소비자 전자제품으로 번지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전통적으로 가격이 내려가던 PC와 스마트폰의 가격 구조를 바꾸고 있다. AI는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낮출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메모리와 전력과 데이터센터 비용을 끌어올려 다른 제품 가격을 높일 수 있다. AI 수요로 메모리 공급이 타이트해지고, 높아진 부품 가격 때문에 최종 수요가 조심스러워지고 위축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구축 효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단기적으로는 축복이라는 사실이다. HBM과 서버용 메모리 가격이 오르고, 고객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위험이기도 하다. 너무 비싼 메모리는 최종 제품 수요를 줄인다. PC 제조사, 스마트폰 제조사, 자동차 회사는 더 싼 대안을 찾는다. 그 대안이 중국 메모리일 수 있다.

중국 변수: 가격 상한선은 AI 모델에서만 오지 않는다

중국 변수는 두 층으로 온다. 첫째는 AI 모델이다. DeepSeek, Qwen, GLM 같은 중국계 오픈웨이트 모델은 미국 빅테크와 모델 기업의 가격 결정력(pricing-power)을 제한한다. 기업은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업무에는 Claude나 GPT를 쓰더라도, 문서 요약, 분류, 내부 검색, 초안 작성 같은 저위험 작업에는 더 싼 AI 모델을 섞어 쓸 수 있다. 모델 라우팅(Model Routing)과 모델 퓨전(Model Fusion)이 확산되면 하나의 고가 모델이 모든 사용량을 가져가는 구조는 약해진다.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은 미국 AI 모델 기업이 API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게 만드는 가격 상한선 역할을 한다.

둘째는 메모리다. 중국의 CXMT는 DRAM에서, YMTC는 NAND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FT는 Apple이 중국 내 기기용으로 CXMT 칩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CXMT가 세계 4위 DRAM 생산자로 부상했으며 2028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 점유율을 11%에서 15%로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HBM에서는 여전히 기술적 그리고 지정학적 장벽이 크다고 평가된다.

이 지점에서 메모리 3사의 장기 리스크가 생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과거 메모리 사이클에서 혹독하게 배워왔다. 수요가 늘 때 생산능력을 너무 많이 늘리면 몇 년 뒤 공급 과잉이 오고 가격이 폭락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생산능력을 증설하고 있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공급을 절제하면 가격과 마진이 유지된다. 그러나 너무 오래 공급을 절제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객이 부족한 물량을 찾아 중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중국 메모리가 낮은 사양, 낮은 신뢰성으로 인해 특정 지역에 판매되는 제품에만 쓰일 수 있다. 하지만 CXMT나 YMTC는 주문 물량을 받으면 학습할 기회를 얻을 수 있. 고객을 확보하면 품질이 좋아질 수 있다. 정부 보조금이 붙으면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미국 메모리 기업의 과점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메모리 3사가 과점에 안주해 메모리 공급을 충분히 빨리 늘리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경쟁자가 들어올 조건을 스스로 만들었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HBM 공급 부족은 초과이윤을 만들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그 초과이윤은 중국 진입의 초대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슈퍼사이클은 지속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양쪽 모두다.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직선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긍정적인 근거는 다양하고 강하다. [이미지 1]부터 [이미지 6]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AI 매출은 실제로 발생하고 있고, 과거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 AI 사용량은 토큰으로 바뀌고, 토큰은 추론 컴퓨트를 요구한다. 데이터센터 CapEx는 이미 AI 이전 경로를 크게 벗어났다. 데이터센터 투자 1달러 중 반도체와 메모리가 가져가는 몫도 커지고 있다. 또한 AI의 중심이 챗봇에서 기업 업무 시스템으로 이동하면 반복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은 AI를 기업의 데이터, 도구, 검증 루프, 권한 관리, 업무 규칙과 연결한다. 이 변화가 성공하면 AI 사용량은 개인의 호기심이 아니라 기업의 반복 업무에서 발생한다. 그때 반도체 수요는 단기 붐을 넘어 구조적 수요가 된다.

하지만 위험도 분명하다.

첫째, AI 서비스의 한계비용은 낮지 않다. 질문이 늘면 비용도 늘어난다.
둘째, 가격 전가에는 상한선이 있다. 기업과 개인이 무한정 AI 사용료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셋째, 중국 저가 AI 모델은 AI 서비스 가격을 누른다.
넷째, 중국 메모리 기업은 고가 메모리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 수 있다.
다섯째, 메모리 구축 효과는 소비자 전자제품 수요를 약화시킬 수 있다.
여섯째, 전력과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병목이 될 수 있다. 전력망 접속 지연, 변압기와 케이블 대기 기간 증가, 가스터빈 납기 지연이 데이터센터 확대의 주요 제약 원인들이다.

그러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마주하며 던져야할 질문은 “AI 버블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AI 서비스 매출 증가 속도가 메모리 가격 상승과 데이터센터 CapEx 증가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올바른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긍정적이면, 슈퍼사이클은 이어진다. 중간중간 주가 조정은 있어도 구조적 성장은 계속된다. 반대로 AI 서비스 매출이 비용을 정당화하지 못하면, 지금의 높은 이익률은 피크아웃 논란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더 복잡한 2막에 들어섰다. 1막은 “AI가 반도체를 얼마나 많이 사게 만드는가”였다. 2막은 “그 반도체 비용을 누가, 얼마나, 얼마나 오래 내줄 수 있는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중요한 것은 단기 가격 상승만이 아니다. 진짜 관건은 AI 경제의 오른쪽 끝이다. AI가 실제 고객 가치로 바뀌는가. 기업이 AI를 반복 업무에 깊게 넣는가. 토큰 사용량이 가격 하락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가. 중국 AI 모델과 중국 메모리의 압박 속에서도 프리미엄 메모리의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가.

AI 시대의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단순한 공급 부족 사이클이 아니다. 전기, 토큰, 데이터센터, HBM, DRAM, NAND, 모델 가격, 중국 경쟁, 기업 업무 자동화가 한꺼번에 얽힌 경제 구조다. 그래서 지금의 질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많이 올랐나”가 아니다.

AI가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메모리를 필요로 할 만큼, 우리 일과 기업의 운영 방식 안으로 깊게 들어올 것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다”라면 슈퍼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이제부터의 슈퍼사이클은 단순한 수요 폭발이 아니라, 비용을 견디고 가격을 전가하고 중국의 저가 공세를 버티는 능력의 싸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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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닷 에이아이에서 AI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한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및 석사를, 비텐-헤어데케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 연구원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특임 교수를 거쳐, 미디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및 투자회사 ㈜메디아티의 CEO로 활동했다. 2019년부터 2년간 대통령 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장을 맡았고, 현재는 ‘AI 경제’ 및 ‘디지털 전략’을 주제로 다양한 기업과 언론에서 강의하고 있다.

『생성 AI 혁명』,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테슬라 폭발적 성장 시나리오』, 『보이스 퍼스트 패러다임』, 『알고리즘 사회』 등의 공저자이며, 『당장 써먹는 틱톡 마케팅』 저자이다.

프로필: www.linkedin.com/in/berlinlog >>
강연문의: berlinlog@mediasph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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